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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과 관점 (Insight) 세상 읽기 : 담론과 생각

고양이가 후각을 통해 사람을 인식하는 방식

by honeypig66 2026. 3. 8.

## 서론: 보이지 않는 끈, 주인의 향기

  사제로 사목하던 시절, 성당 마당을 서성이던 길고양이들은 내가 멀리서 걸어오기만 해도 꼬리를 세우며 다가오곤 했다. 한때는 그저 나를 알아보는 눈썰미가 좋다고만 생각했으나, 머릿속의 날카로운 지식들이 무뎌진 지금에야 깨닫는다. 녀석들은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그리고 코끝에 닿는 익숙한 '향기'로 나를 부르고 있었음을 말이다.

  연탄불의 어둠 속에서 돌아와 병원에 머무는 지금, 내 기억력은 예전 같지 않지만 고양이들의 세계는 여전히 선명한 냄새로 연결되어 있다. 그들은 어떻게 냄새만으로 주인을 식별하며, 왜 낯선 이의 향기에는 그토록 신중하게 반응하는 것일까. 생각보다 훨씬 경이로운 고양이의 후각 능력과 그 속에 담긴 교감의 신비를 들여다본다.

고양이의 후각 능력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강력하다

1) 고양이의 후각: 인간의 수십 배

고양이의 후각 수용체는 약 2억 개에 달하며, 이는 인간(약 5백만 개)의 40배 수준이다. 고양이는 음식, 짝, 위협 요소뿐만 아니라 사람의 정체성과 감정 상태까지 냄새로 파악할 수 있다. 고양이는 인간의 피부에서 분비되는 피지, 땀, 체취 속 특정 분자를 인식하여 개별 인간을 구분하고, 기분이나 스트레스 상태까지 감지할 수 있다. 고양이의 코는 좌우로 분리된 작동 체계를 가지며, 외부 자극의 성격에 따라 왼쪽 또는 오른쪽 콧구멍을 선택적으로 사용한다. 이러한 방식은 인간의 좌·우뇌 편향과 유사하며, 자극의 위협성과 친숙함을 구별하는 데 쓰인다.

고양이의 후각은 사람보다 14배 이상 발달했는데, 입천장에는 냄새를 감지하는 ‘제이컵슨 기관’이라는 특별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아흐멧 야부즈 피켈

2) 주인과 낯선 사람의 냄새에 대한 반응

고양이는 사람을 시각보다 후각으로 더 잘 기억한다. 2021년 일본 교토대학교에서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고양이는 주인의 냄새에 익숙해져 관심을 덜 가지며, 오히려 낯선 사람의 냄새에는 주의를 집중하며 두 배 이상 오래 탐색한다. 특히 낯선 냄새에 반응할 때는 오른쪽 콧구멍을 더 자주 사용하는 경향이 관찰되었는데, 이는 대뇌 반구 중 왼쪽 뇌가 자극 분석을 주도한다는 점에서 생리학적 의미가 크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동물도 감정과 위험 판단을 특정 반구에서 처리한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고양이들은 주인의 냄새보다 낯선 사람의 냄새를 두 배나 오래 맡았다. 게다가 낯선 사람의 냄새를 맡을 때는 주로 오른쪽 콧구멍을 사용했다. ©Getty Images

3) 성격 유형과 반응의 상관관계

고양이의 성격은 생애 초기 경험, 유전, 사회화 과정, 현재 환경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학계에서는 대표적으로 고양이의 성격을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성향으로 구분한다.


1. 외향적 (Extraverted)
호기심이 많고 활발하며, 새로운 자극에 대한 두려움이 적다. 이 성향의 고양이는 낯선 사람의 냄새에 대해 오히려 더 빠르게 다가가 탐색을 시도한다. 오른쪽 콧구멍 사용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자극에 대한 회피 반응이 낮다.

2. 신중한 (Cautious)
낯선 환경이나 사람에 대해 경계를 많이 하며, 반응 속도가 느리다. 이러한 고양이는 낯선 냄새를 맡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맡더라도 신속히 물러나는 경향을 보인다. 후각 반응은 짧고, 왼쪽 콧구멍을 먼저 사용해 위협 평가를 우선한다.

3. 사교적 (Agreeable)
사람을 좋아하고 애정 표현이 풍부하다. 주인의 냄새에는 편안한 반응을 보이며, 낯선 냄새에 대해서도 비교적 긍정적이다. 탐색 시간은 평균보다 길지만 스트레스를 덜 느끼며, 콧구멍의 좌우 편향도 적다.

4. 지배적 (Dominant)
다른 고양이나 사람과의 상호작용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성향이다. 이 고양이들은 낯선 냄새에 대해 적대감을 가질 수 있으며, 후각 자극 이후 빠르게 영역 표시(긁기, 마킹 등)를 하는 행동을 보인다.

5. 신경질적 (Neurotic)
스트레스에 쉽게 노출되고 불안 수준이 높은 고양이들은 후각 자극에 과도하게 민감하게 반응한다. 냄새를 맡자마자 도망치거나 몸을 숨기는 행동이 잦다. 이런 고양이의 경우 후각 자극 자체가 스트레스 유발 요인이 된다.

4) 페로몬과 감정 인식


고양이는 후각 기관 외에도 **야콥슨 기관(Vomeronasal organ)**을 통해 페로몬을 감지한다. 이 기관은 입천장에 위치하며, 고양이가 냄새를 맡을 때 입을 약간 벌리고 '플레멘 반응'이라 불리는 표정을 짓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간의 땀이나 체취 속에는 무의식적으로 분비되는 감정 관련 화학 물질이 포함되어 있으며, 고양이는 이를 통해 인간의 기분 상태(예: 불안, 긴장, 흥분)를 인식할 수 있다. 이는 고양이가 주인의 상태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5) 환경과 냄새 반응의 변화


고양이의 후각 반응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경험과 환경 변화에 따라 수정 가능하다. 예를 들어, 새로운 보호자가 들어오거나 이사 등의 환경 변화가 생기면, 고양이는 낯선 냄새를 지속적으로 분석해 위협 여부를 판단한다. 시간이 지나며 익숙해진 냄새는 더 이상 주의를 끌지 않게 된다. 이 과정은 고양이의 후각 학습 능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로, 반복된 후각 자극이 공포를 유발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학습함으로써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향으로 반응이 진화한다.


6) 실제 사례: 다묘가정에서의 냄새 반응

여러 마리의 고양이를 키우는 가정에서는 고양이마다 보호자에 대한 반응이 다르게 나타난다. 같은 사람이라도 고양이 A는 매일 스킨십을 하고 애정을 표현하지만, 고양이 B는 접근조차 꺼리는 경우가 있다. 이는 단순한 성격 차이뿐 아니라 보호자의 체취 변화에 대한 각 고양이의 해석이 다르기 때문이다. 향수, 땀, 샴푸, 의복, 감정 상태 등의 미세한 차이는 고양이마다 다르게 인식되며, 반응 또한 그 성격에 따라 차별화된다.


7) 보호자를 알아보는 기준은 시각이 아닌 후각

연구진은 후각이 고양이의 인간 인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은 확인했지만 이것이 가장 중요한 메커니즘인지는 단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사람은 고양이를 시각으로 알아보지만, 고양이는 후각으로 사람을 ‘기억’한다. 머리 스타일이 바뀌거나 옷을 갈아입었을 때 고양이가 갑자기 경계하는 이유는, 시각이 아니라 체취나 냄새 정보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주인의 체취가 유지될 경우, 고양이는 눈을 감고 있어도 주인을 인지할 수 있다. 반면 시각 정보는 부차적이며, 이는 실험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동일한 보호자의 옷에 익숙한 냄새가 배어 있을 경우, 고양이는 불안 없이 접근하지만, 같은 보호자가 냄새가 전혀 다른 옷을 입었을 경우 낯선 존재처럼 반응하기도 한다.

고양이에게 익숙한 냄새를 제공하거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충분한 시간을 주는 것이 스트레스 감소에 효과적이다.

8) 고양이와의 신뢰는 후각에서 출발한다
고양이의 세계에서 냄새는 단순한 감각이 아니라 정체성, 감정, 사회적 신호, 기억을 모두 포함한 다차원적 정보다. 사람의 목소리, 얼굴, 움직임보다는 몸에서 풍기는 고유의 냄새가 고양이에게는 더 본질적인 인식 기준이며, 이 후각 정보에 대한 반응은 각 고양이의 성격 유형에 따라 확연히 달라진다. 따라서 고양이와의 신뢰를 구축하려면 외적인 접촉보다 우선해, 일관된 체취, 안정적인 환경, 긍정적 냄새 기억 형성이 중요하다. 특히 낯선 손님이 왔을 때 고양이가 어떤 콧구멍으로 냄새를 맡고, 어떤 거리에서 멈추며, 어떤 신체 언어를 보이는지를 관찰하면, 그 고양이의 성격과 감정 상태를 보다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 맺음말: 사라지지 않는 기억의 향기

고양이가 주인의 냄새보다 낯선 사람의 냄새를 두 배나 더 오래 맡는다는 사실은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낯선 것에 대한 경계이기도 하겠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익숙한 주인의 냄새는 이미 그들의 영혼 속에 깊이 각인되어 더 이상 증명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나의 기억은 병의 증세로 인해 조금씩 지워져 가고 있지만,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과 나를 아꼈던 이들의 고유한 향기만큼은 고양이의 본능처럼 내 가슴속에 끝까지 남아 있기를 소망한다. 냄새로 주인을 알아보는 고양이의 그 정직한 믿음처럼, 우리도 눈에 보이는 화려함보다는 서로의 내면에서 배어 나오는 진실한 향기로 서로를 기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뭉툭해진 머리로 맞이하는 오늘 밤, 곁에 없는 고양이의 보드라운 털 냄새가 유난히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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