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얼마 전에 지인 집에 갔을 때 일인데요. 처음 보는 저를 보고는 쏜살같이 침대 밑으로 숨어버리던 고양이가, 퇴근한 자기 집사 발소리가 들리자마자 귀신같이 나와서 문 앞으로 달려가더라고요. 엉덩이를 들썩이며 골골송을 부르는 걸 보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얘네는 도대체 나를 뭘로 구별하고 알아보는 거지?"

어릴 땐 그냥 고양이도 사람처럼 눈으로 내 얼굴을 보고 알아보는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알고 보니 사람과 고양이는 서로를 알아보는 방식 자체가 완전히 다르더라고요.
고양이는 사람처럼 얼굴만 보고 상대를 구별하는 데 의존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냄새와 목소리, 행동 방식과 움직임처럼 여러 가지 단서를 함께 이용해 상대를 알아본다는 거죠. 즉, "내 집사의 이목구비는 이렇게 생겼어" 하고 기억하는 게 아니라, "이 냄새가 나고, 이 목소리로 말하고, 이렇게 움직이는 존재가 내 집사야" 하고 종합해서 알아채는 셈입니다.

이걸 알고 나니까 가끔 인터넷에서 보던 이야기가 떠오르면서 혼자 웃음이 났습니다. 고양이는 주인을 '나를 보살펴주는 좀 크고 이상하게 생긴 고양이'로 생각한다는 글을 본 적이 있거든요.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진짜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듭니다. 매일 아침 밥 챙겨주고 똥 치워주는 나를 보면서 "이 거대한 동족은 왜 이렇게 둔할까?" 하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요.

저는 고양이가 퇴근길 문 앞까지 나와 마중 나오는 모습을 볼 때마다 약간 웃기기도 하고 기분이 묘해집니다. 평소에는 구석에 누워서 눈만 껌뻑이고 아는 척도 안 하는 것 같은데, 문이 열리는 순간 누구보다 먼저 쪼르르 달려오거든요.

그럴 때면 '아, 얘가 나를 알아보긴 알아보는구나' 싶어서 괜히 마음이 몽글몽글해집니다.
정보를 찾아보고 알게 된 사실보다 더 중요한 건, 고양이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섬세한 방식으로 나라는 사람을 기억하고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여러분의 고양이는 오늘 어떤 단서로 여러분을 알아보고 마중을 나왔나요?
🧠 [동물과 뇌과학] 감정과 사회성 시리즈
① 늑대
늑대 무리 늑대 서식지 늑대 사회성 “자기 목숨 걸고 무리 지키는 거 보고 인간보다 낫다는 생각 들었습니다”
② 강아지
강아지 공감 강아지 감정 강아지 사회성 “내가 우는 날엔 어떻게 알고 조용히 옆에 와서 턱을 괠까요?”
③ 코끼리
코끼리 기억력 코끼리 감정 코끼리 행동 “30년 전 자신을 도와준 사람을 기억하고 눈물 흘린 진짜 이유”
④ 고양이
고양이 감정 고양이 알아보는 법 고양이 행동 “솔직히 날 알아보긴 하는 걸까 궁금해서 유심히 관찰해 봤습니다”
⑤ 돌고래
돌고래 대화 돌고래 이름 돌고래 사회성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안부를 묻는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⑥ 침팬지
침팬지 사회성 침팬지 속임수 침팬지 행동 “권력을 잡기 위해 친구를 속이고 동맹을 맺는 모습에 소름 돋았습니다”
⑦ 앵무새
앵무새 소통 앵무새 대화 앵무새 교감 “단순 흉내가 아니라 진짜 뜻을 알고 대화한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⑧ 까마귀
까마귀 기억력 까마귀 보복 까마귀 행동 “길 가다 까마귀한테 밉보이면 평생 기억해서 보복한다고요?”
⑨ 너구리
너구리 문제해결 너구리 기억력 너구리 습성 “복잡한 도어락 자물쇠까지 열어제끼는 모습에 혀를 내둘렀습니다”
⑩ 쥐
쥐 공감능력 쥐 사회성 쥐 이타심 “물에 빠진 동료 구하려고 제일 좋아하는 음식을 양보한다고요?”
🧠 다음 이야기 예고
🐘30년 전 자신을 도와준 사람을 기억하고 눈물 흘린 코끼리의 뇌
수십 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도 자신에게 작은 친절을 베풀었던 인간을 정확히 기억해 내고 반가움의 눈물을 흘리는 코끼리 이야기를 들어보셨나요?
인간의 뇌보다 훨씬 거대한 해마를 가진 코끼리는 놀라운 기억력뿐만 아니라, 깊은 슬픔과 기쁨을 온몸으로 느끼는 감정 회로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평생 동안 동료의 죽음을 추모하고 은혜를 잊지 않는 코끼리의 거대하고 다정한 뇌과학'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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