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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는 상대를 위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내 마음의 끝매듭 ※ 2026년 11월에 정리한 글입니다(2026.11.05). 저는 사제로 18년 동안 용서를 말했습니다.그런데 정작 저는 용서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습니다.같은 길을 걸었던 동기들입니다. 그들에 대한 감정은 지금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보고 싶다고 해서 볼 수도 없지만, 보고 싶은 마음도 전혀 없습니다.그들을 사제이기 이전에 사람으로서 끝내 믿을 수 없다고 느꼈습니다.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이 글에서 쓰지 않으려 합니다.이것은 제가 느낀 것이고, 그들의 모든 모습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이 글은 용서를 말하던 사람이 용서하지 못한 채로 용서에 관해 찾아본 기록입니다.1. 용서가 아닌 것먼저 용서가 아닌 것들을 정리해 봅니다. 용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아닙니다.화해: 관계를 되돌리는 일이 아닙니다. 용서는 혼자.. 2026. 11. 7.
🚿 “어깨에 흰 눈이 내렸습니다”… 머리를 짧게 잘라도 비듬이 사라지지 않았던 이유 프롤로그|제 머리 위에 내리던 ‘흰 눈’저는 머리를 아주 짧게 깎고 다닙니다. 스포츠머리보다도 더 짧습니다.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머리를 기르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머리가 길면 씻고 말리는 데 시간이 걸리고 손질하기도 여간 귀찮은 게 아닙니다. 바짝 깎아놓으면 씻기도 편하고 말리기도 편해서 수십 년 동안 이 짧은 스타일을 고수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머리를 삭발에 가깝게 자르고 다니면서도 해결되지 않는 지독한 고민이 하나 있었습니다.바로 비듬이었습니다.머리를 바짝 깎아 놓으면 그나마 덜 보입니다. 문제는 머리를 아주 조금이라도 길렀을 때였습니다. 며칠만 이발을 미루면 어깨 위에 하얀 가루가 하나둘씩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검은색 옷이나 어두운 재킷을 입는 날이면 어.. 2026. 11. 7.
혼자 있는 시간이 자꾸 두렵다면: 요양병원 병실의 새벽이 알려 준 것 서론: 807호실, 고요함이 공포가 되는 순간 요양병원 807호실의 밤은 낮보다 훨씬 길고 무겁습니다.낮 동안 복도를 채우던 면회객의 발소리가 사라지고 병실 불빛도 희미해지면,병실에는 기계음과 뒤척이는 숨소리만 남습니다.18년 동안 병자와 임종 곁을 지켜보며 제가 본 것은,사람이 병보다 먼저 고립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새벽 2시가 넘으면 특별한 통증이 없는데도 호출 벨을 계속 누르는 어르신들이 있습니다.급히 다가가 어디 불편하시냐고 물으면 돌아오는 대답은 이랬습니다."아니… 그냥 누가 왔으면 해서…"어떤 어르신은 사람이 오면 아무 말도 못 하고 손만 붙잡고 계셨습니다.그 침묵 속에는 "아직 나는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았는가"를 확인하려는마음이 숨어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1. 외로움은 감정이.. 2026. 11. 7.
차갑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조하리의 창으로 본 나 ※ 2026년 9월에 올린 글을 개정했습니다(2026.11.05). "신부님은 차가우세요." 18년 사제 생활 중 이 말을 가끔 들었습니다.그때는 그냥 넘겼는데, 한참 뒤에야 그 말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이 글은 그 말을 조하리의 창이라는 도구로 다시 읽어 본 기록입니다.1. 조하리의 창이란조하리의 창은 1955년 심리학자 조지프 루프트(Joseph Luft)와해링턴 잉햄(Harrington Ingham)이 만든 자기 이해의 모형입니다.이름은 두 사람의 이름(Joe와 Harry)을 합친 것입니다. 나를 네 개의 창으로 나눕니다.창나는남은뜻열린 창안다안다나도 남도 아는 나보이지 않는 창모른다안다남은 아는데 나는 모르는 나숨겨진 창안다모른다나는 알지만 남에게 보이지 않는 나알려지지 않은 창모른다모른다나도 남.. 2026. 11. 6.
혼술은 왜 끊기 어려울까? 혼자 마시던 포도주: 미국에서 보낸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저는 미국에서 교포사목을 하던 때 혼자 술을 마셨습니다.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공동체 미사가 없었습니다.신자들은 대부분 학생이어서 평일에 만나는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저는 완전한 이방인이었습니다.겉으로는 조용히 지내는 사제였지만 속은 달랐습니다. 사제단에 대한 실망을 넘어 인간 그 자체에 대한 절망이 가득했습니다.그때 저는 이미 술을 끊고 있었습니다.소주 이상의 독한 술은 입에 대지 않았고, 포도주만은 예외였습니다.그것을 수면제처럼 마셨습니다.TV를 보거나 무협지를 읽거나, 제가 할 줄 아는 유일한 게임인 삼국지 11을 하면서 마셨습니다.이유를 한 단어로 말하면 외로움이었고, 한 단어를 더하면 공허함이었습니다. 이 글에는 마신 양을 쓰지 않습니다.. 2026. 11. 6.
한 병원에서 두 가지 진단: 회전근개파열일까, 어깨충돌증후군일까 20여 년 전, 오른쪽 어깨가 너무 아파서 미사 중에 성작과성체를높이 들어 올리는 동작조차 하기 어려웠습니다.팔을 드는 일이 직업의 중심이던 때였습니다. 병원을 찾았는데 같은 병원에서 두 과의 진단이 달랐습니다.신경외과에서는 회전근개파열이라고 했고, 정형외과에서는 어깨충돌증후군이라고 했습니다.한쪽은 다른 쪽의 진단을 믿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환자인 저는 어느 쪽 말을 믿어야 할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 뒤 저는 한의원에서 불침 치료를 두 달 동안 받았고 많이 나았습니다.하지만 오른쪽 어깨는 지금도 불편합니다.이 글은 의학적 결론이 아니라, 20년 동안 같은 질문을 안고 산 사람의 기록입니다.두 진단은 서로 틀린 말이 아닐 수 있습니다 회전근개는 어깨 관절을 감싸는 네 개의 근육과 힘줄(극상근, 극하근, .. 2026. 1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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