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243 차갑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조하리의 창으로 본 나 ※ 2026년 9월에 올린 글을 개정했습니다(2026.11.05). "신부님은 차가우세요." 18년 사제 생활 중 이 말을 가끔 들었습니다.그때는 그냥 넘겼는데, 한참 뒤에야 그 말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이 글은 그 말을 조하리의 창이라는 도구로 다시 읽어 본 기록입니다.1. 조하리의 창이란조하리의 창은 1955년 심리학자 조지프 루프트(Joseph Luft)와해링턴 잉햄(Harrington Ingham)이 만든 자기 이해의 모형입니다.이름은 두 사람의 이름(Joe와 Harry)을 합친 것입니다. 나를 네 개의 창으로 나눕니다.창나는남은뜻열린 창안다안다나도 남도 아는 나보이지 않는 창모른다안다남은 아는데 나는 모르는 나숨겨진 창안다모른다나는 알지만 남에게 보이지 않는 나알려지지 않은 창모른다모른다나도 남.. 2026. 11. 6. 혼술은 왜 끊기 어려울까? 혼자 마시던 포도주: 미국에서 보낸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저는 미국에서 교포사목을 하던 때 혼자 술을 마셨습니다.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공동체 미사가 없었습니다.신자들은 대부분 학생이어서 평일에 만나는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저는 완전한 이방인이었습니다.겉으로는 조용히 지내는 사제였지만 속은 달랐습니다. 사제단에 대한 실망을 넘어 인간 그 자체에 대한 절망이 가득했습니다.그때 저는 이미 술을 끊고 있었습니다.소주 이상의 독한 술은 입에 대지 않았고, 포도주만은 예외였습니다.그것을 수면제처럼 마셨습니다.TV를 보거나 무협지를 읽거나, 제가 할 줄 아는 유일한 게임인 삼국지 11을 하면서 마셨습니다.이유를 한 단어로 말하면 외로움이었고, 한 단어를 더하면 공허함이었습니다. 이 글에는 마신 양을 쓰지 않습니다.. 2026. 11. 6. 한 병원에서 두 가지 진단: 회전근개파열일까, 어깨충돌증후군일까 20여 년 전, 오른쪽 어깨가 너무 아파서 미사 중에 성작과성체를높이 들어 올리는 동작조차 하기 어려웠습니다.팔을 드는 일이 직업의 중심이던 때였습니다. 병원을 찾았는데 같은 병원에서 두 과의 진단이 달랐습니다.신경외과에서는 회전근개파열이라고 했고, 정형외과에서는 어깨충돌증후군이라고 했습니다.한쪽은 다른 쪽의 진단을 믿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환자인 저는 어느 쪽 말을 믿어야 할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 뒤 저는 한의원에서 불침 치료를 두 달 동안 받았고 많이 나았습니다.하지만 오른쪽 어깨는 지금도 불편합니다.이 글은 의학적 결론이 아니라, 20년 동안 같은 질문을 안고 산 사람의 기록입니다.두 진단은 서로 틀린 말이 아닐 수 있습니다 회전근개는 어깨 관절을 감싸는 네 개의 근육과 힘줄(극상근, 극하근, .. 2026. 11. 5. [심리 & 과학] 왜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작은 일에도 쉽게 지칠까 젊을 때는 아무리 무리한 하루를 보내도 하룻밤 푹 자고 일어나면 다시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어느 순간부터는 달라집니다.사소한 일에도 쉽게 피곤하고, 사람을 만나고 오면 며칠을 쉬고 싶어지고,복잡한 일을 오래 생각하는 것이 버겁습니다. 많은 사람이 스스로를 탓합니다. "내가 나약해진 걸까."저도 그랬습니다. 18년 동안 사제로 살며 많은 사람의 아픔을 곁에서 지켜보았고,삶이 무너졌던 시간을 지나 지금은 요양병원에서 지내고 있습니다.처음에는 쉽게 지치는 제 몸을 실패라고 생각했습니다.지금은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다만 "나이 들어서 그렇다"는 말로 끝내기에는 확인할 것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몸이 달라지는 것은 맞습니다 나이가 들면 몸의 에너지 사정이 달라지는 것은 사실입니다.세포의 에너지 생산이 나.. 2026. 11. 5. 왜 몸은 천천히 회복될까: 요양병원 807호실에서 배운 기다림 몸이 아프기 시작하면 누구나 같은 질문을 가슴에 품습니다."언제쯤 완전히 나을까?", "왜 이렇게 회복이 느릴까?", "나는 정말 좋아지고 있는 걸까?"매일 재활 치료를 받거나 오랜 병과 함께 사는 사람이라면이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지나갑니다.열심히 운동하고, 약을 먹고, 식습관을 고치고,잠도 자려고 애쓰는데 눈에 띄는 변화는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는 빠른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버튼 하나로 음식이 오고, 궁금한 것은 몇 초 만에 찾고, 주문한 물건은 다음 날 도착합니다.그러다 보니 몸의 회복도 당연히 빨라야 한다고 생각하게 됩니다.하지만 몸은 스마트폰이 아닙니다. 저는 이 사실을 병상 위에서 배웠습니다. 저는 18년 동안 사제로 살며 많은 사람을 위로했습니다.정작 제 몸이 안에서부터 보내던 신호는 듣.. 2026. 11. 4. 6시 57분에 제가 먼저 TV를 켭니다: 병실의 소리와 무인카페의 고요 저는 지금 병원 앞 무인카페에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음악을 들으며 쓰고 있습니다. 병실에서는 글을 쓸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병실에는 늘 텔레비전 소리가 있습니다. 제가 이 카페에 올 수 있는 시간은 정해져 있습니다. 규칙은 아닙니다.다만 오전 8시 30분부터 9시까지 30분 재활을 하고 나면 점심 식사 전까지 시간이 납니다.오후에는 또 다른 재활이 있어서 더는 못 합니다.그 사이 화장실에 한 번 다녀올 시간, 그 정도의 틈이 제가 쓸 수 있는 고요함입니다. 병원은 제가 무인카페에 가는 것을 그러려니 해 줍니다. 그 너그러움이 고맙습니다.병실의 소리 지도제 하루의 소리는 대략 이렇게 흘러갑니다.기상 후 6시 57분 TV 켬 → 7시 20분 식사 → 8시 30분 재활 → 점심 → 오후 재활 → 저녁 →.. 2026. 11. 4. 이전 1 2 3 4 ··· 4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