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345 새벽 3시, 병실에서 들리는 울음: 요양병원에서 본 마지막 후회 요양병원의 새벽 3시는 낮보다 더 길게 느껴집니다.복도 불빛이 희미해지고 간호 스테이션의 소리마저 잦아들 무렵이면,807호실 어딘가에서 낮게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처음에는 몸이 아파서 우는 줄 알았습니다.그러나 병동의 밤을 오래 지켜보며 알게 되었습니다.노인들을 잠들지 못하게 하는 것은 몸의 통증만이 아니었습니다.제가 본 바로는, 지나간 삶의 후회가 그분들을 깨우고 있었습니다. 이 글에는 고해성사에서 들은 이야기가 없습니다.병실에서 직접 보고 들은 것만 적었고, 사람이 특정되지 않도록 세부는 지웠습니다.왜 새벽에 잠이 깰까나이가 들면 잠을 돕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분비가 줄어 일찍 자고 일찍 깨는 경향이 생긴다고 합니다.통증이나 야간뇨 같은 신체 문제도 잠을 끊습니다.병실의 어르신들이 새벽에 눈을.. 2026. 11. 2. “혼자 있는 시간이 자꾸 두렵다면”… 인간이 외로움에 무너지는 과학적 이유 서론: 807호실, 고요함이 공포가 되는 순간 요양병원 807호실의 밤은 낮보다 훨씬 길고 무겁습니다.낮 동안 복도를 채우던 면회객의 발소리가 사라지고 병실 불빛도 희미해지면,병실에는 기계음과 뒤척이는 숨소리만 남습니다.18년 동안 병자와 임종 곁을 지켜보며 제가 본 것은,사람이 병보다 먼저 고립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새벽 2시가 넘으면 특별한 통증이 없는데도 호출 벨을 계속 누르는 어르신들이 있습니다.급히 다가가 어디 불편하시냐고 물으면 돌아오는 대답은 이랬습니다."아니… 그냥 누가 왔으면 해서…"어떤 어르신은 사람이 오면 아무 말도 못 하고 손만 붙잡고 계셨습니다.그 침묵 속에는 "아직 나는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았는가"를 확인하려는마음이 숨어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1. 외로움은 감정이 .. 2026. 11. 1. 노인이 물을 안 마시기 시작하면: 요양병원에서 본 탈수 신호 요양병원의 식사 시간에는 비슷한 풍경이 반복됩니다.밥은 몇 숟갈 겨우 드시면서도 식판 옆 물컵은 끝내 손에 들지 않는 어르신들이 있습니다.처음에는 입맛이 없어서라고 생각했습니다.그런데 이곳에서 지내며, 물을 찾지 않기 시작한 분의 기운이 며칠 뒤 꺾이는 모습을 여러 번 보았습니다.나이가 들면 갈증을 잘 느끼지 못합니다 노인은 갈증 중추가 젊은 사람보다 잘 작용하지 않아 몸에 수분이 부족해도 알아채기 어렵다고 합니다.몸은 말라 가는데 본인은 "목이 안 마르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은 고령, 치매, 이뇨제나 변비약 복용 등을 탈수의 요인으로 듭니다.65세 이상 입원 환자의 약 7%가 수분 부족 상태라는 보고도 있습니다.물을 안 마시는 이유 중에는 '미안함'이 있습니다 제가 병실에서 .. 2026. 11. 1. 마지막 순간에 사람이 붙드는 것, 신앙만은 아니었습니다 신부로 살면서 저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영원한 삶'을 말했습니다.제대 위에서는 죽음조차 희망 안에서 설명될 수 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그런데 요양병원 807호실의 새벽 앞에 서면 그 익숙한 말들이 때때로 너무 가볍게 흔들립니다.자동문이 열릴 때마다 밀려오는 소독약 냄새와 노인들의 숨소리는 사람이 얼마나 약한 존재인지 숨기지 않습니다. 18년 동안 임종 곁에 서 보며 제가 본 것은,사람이 죽음 자체 때문에만 괴로운 것이 아니라'사라진 뒤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 같은 감각'과 '혼자 남겨질지 모른다는 외로움' 때문에 두려워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글에는 고해성사에서 들은 이야기가 없습니다.임종 곁에서 본 것과 지금 병실에서 보는 것만 적었고, 사람이 특정되지 않도록 세부는 지웠습니다.신앙인도 마지.. 2026. 10. 31. 하산길의 무릎 통증, 물걸레질에서 터졌습니다: 반월상연골 이야기 무릎이 처음 아팠던 곳은 산길이었습니다. 2010년쯤 학생들 피정을 지도하러 갔다가시간이 남아 미리내성지 주변의 산에 올랐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오른쪽 무릎에 통증이 왔습니다.그때는 찜질이면 나을 줄 알았습니다. 한동안 혼자 무릎에 찜질만 했습니다.안식년을 떠나기 전날안식년을 나가기 전날, 짐을 빼면서 사제관 청소를 했습니다.물걸레질을 하다가 귀찮아서 이리저리 옮겨 다니지 않고 한 곳에 무릎을 꿇고 앉아 주변을 닦았습니다.그때 무릎에서 느낌이 싸했습니다. 그리고 무릎이 부었습니다. 저는 부은 무릎으로 스키장에 갔습니다. 지금은 그러지 말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교 일로 돌아오는 길에 교구병원에 들렀더니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반월상연골을 1/8 잘라냈습니다의사에게서 오른쪽 무릎의 반월상연골을 1.. 2026. 10. 31. 치매 신약 시대, 807호 복도의 새벽은 달라졌을까 새벽이 되면 807호 복도 끝에서 누군가 같은 말을 반복합니다.몇 분 전에 했던 질문을 다시 묻고,오래전에 세상을 떠난 가족의 이름을 부르며 허공을 바라보는 어르신도 있습니다.처음에는 노화의 과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며 알게 되었습니다. 치매는 기억 몇 조각을 잃는 병이 아니라,한 사람의 시간과 존엄, 그리고 가족의 일상 전체를 흔드는 병이라는 것을요.더 마음이 아픈 것은 보호자의 얼굴입니다.환자는 같은 질문을 반복하지만, 보호자는 같은 하루를 반복합니다. 그런데 병실 밖 뉴스는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치매 신약이 들어왔고, 피 검사로 알츠하이머를 가려낼 날이 온다고 합니다.복도의 새벽은 정말 달라지고 있을까요. 뉴스를 찾아서 읽어 보았습니다. ■ 신약은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 2026. 10. 30. 이전 1 2 3 4 ··· 5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