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38 왜 상처 받은 기억은 오래 남을까: 선명하다고 정확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앞 글 "사랑받아도 불안했던 이유"에서 저는 묵상 속에서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들어갔던 이야기를 썼습니다.그 장면은 지금도 선명합니다. 그런데 선명하다는 것이 정확하다는 뜻일까요?이 글은 그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18년 동안 저는 20년 전의 상처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많은 분에게서 들었습니다.이 이야기들은 면담과 일상의 대화에서 들은 것이고, 고해성사에서 들은 내용은 쓰지 않습니다.신기한 일입니다. 어제 점심 메뉴는 기억나지 않는데,20년 전 누군가에게 들은 상처의 말은 어제 일처럼 생생합니다.반대로 따뜻한 위로나 행복했던 순간은 생각보다 빨리 희미해집니다. 핵심 요약강한 감정이 실린 기억은 더 선명하고 더 확신하게 되지만, 더 정확한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기억은 꺼낼 때마다 다시 구성되는.. 2026. 11. 8. 사랑받아도 불안했던 이유: 기억 속으로 들어간 묵상이 준 것과 과했던 것 이 글에는 어린 시절 가정 폭력을 떠올리는 장면이 있습니다.읽기 힘드시면 '그런데 과했습니다' 부분부터 읽으셔도 됩니다.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불안한 마음이 있습니다.연락이 조금 늦으면 버림받은 것 같고, 누군가 가까이 오면 이유 없이 답답해집니다.저도 그랬습니다.저는 18년 동안 사제로 살며 많은 사람의 아픔을 들었지만,제 마음이 보내는 신호는 제대로 듣지 못했습니다.건강이 무너지고 재활 병상에서 삶을 돌아보게 되면서, 제 불안이 어디서 왔는지 묻게 되었습니다.묵상 속에서 기억으로 들어가다신학교에 입학했을 때 저는 전투적이었습니다. 저항적이었고, 속은 늘 불안불안했습니다.일반 대학에서 총학생회장을 했던 경험도 한몫했지만 그것이 결정적이지는 않았습니다.결국 사달이 났고 제적 위기까지 갔습니다.그.. 2026. 11. 8. 용서는 상대를 위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내 마음의 끝매듭 ※ 2026년 11월에 정리한 글입니다(2026.11.05). 저는 사제로 18년 동안 용서를 말했습니다.그런데 정작 저는 용서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습니다.같은 길을 걸었던 동기들입니다. 그들에 대한 감정은 지금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보고 싶다고 해서 볼 수도 없지만, 보고 싶은 마음도 전혀 없습니다.그들을 사제이기 이전에 사람으로서 끝내 믿을 수 없다고 느꼈습니다.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이 글에서 쓰지 않으려 합니다.이것은 제가 느낀 것이고, 그들의 모든 모습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이 글은 용서를 말하던 사람이 용서하지 못한 채로 용서에 관해 찾아본 기록입니다.1. 용서가 아닌 것먼저 용서가 아닌 것들을 정리해 봅니다. 용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아닙니다.화해: 관계를 되돌리는 일이 아닙니다. 용서는 혼자.. 2026. 11. 7. 🚿 “어깨에 흰 눈이 내렸습니다”… 머리를 짧게 잘라도 비듬이 사라지지 않았던 이유 프롤로그|제 머리 위에 내리던 ‘흰 눈’저는 머리를 아주 짧게 깎고 다닙니다. 스포츠머리보다도 더 짧습니다.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머리를 기르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머리가 길면 씻고 말리는 데 시간이 걸리고 손질하기도 여간 귀찮은 게 아닙니다. 바짝 깎아놓으면 씻기도 편하고 말리기도 편해서 수십 년 동안 이 짧은 스타일을 고수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머리를 삭발에 가깝게 자르고 다니면서도 해결되지 않는 지독한 고민이 하나 있었습니다.바로 비듬이었습니다.머리를 바짝 깎아 놓으면 그나마 덜 보입니다. 문제는 머리를 아주 조금이라도 길렀을 때였습니다. 며칠만 이발을 미루면 어깨 위에 하얀 가루가 하나둘씩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검은색 옷이나 어두운 재킷을 입는 날이면 어.. 2026. 11. 7. 혼자 있는 시간이 자꾸 두렵다면: 요양병원 병실의 새벽이 알려 준 것 서론: 807호실, 고요함이 공포가 되는 순간 요양병원 807호실의 밤은 낮보다 훨씬 길고 무겁습니다.낮 동안 복도를 채우던 면회객의 발소리가 사라지고 병실 불빛도 희미해지면,병실에는 기계음과 뒤척이는 숨소리만 남습니다.18년 동안 병자와 임종 곁을 지켜보며 제가 본 것은,사람이 병보다 먼저 고립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새벽 2시가 넘으면 특별한 통증이 없는데도 호출 벨을 계속 누르는 어르신들이 있습니다.급히 다가가 어디 불편하시냐고 물으면 돌아오는 대답은 이랬습니다."아니… 그냥 누가 왔으면 해서…"어떤 어르신은 사람이 오면 아무 말도 못 하고 손만 붙잡고 계셨습니다.그 침묵 속에는 "아직 나는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았는가"를 확인하려는마음이 숨어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1. 외로움은 감정이.. 2026. 11. 7. 차갑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조하리의 창으로 본 나 ※ 2026년 9월에 올린 글을 개정했습니다(2026.11.05). "신부님은 차가우세요." 18년 사제 생활 중 이 말을 가끔 들었습니다.그때는 그냥 넘겼는데, 한참 뒤에야 그 말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이 글은 그 말을 조하리의 창이라는 도구로 다시 읽어 본 기록입니다.1. 조하리의 창이란조하리의 창은 1955년 심리학자 조지프 루프트(Joseph Luft)와해링턴 잉햄(Harrington Ingham)이 만든 자기 이해의 모형입니다.이름은 두 사람의 이름(Joe와 Harry)을 합친 것입니다. 나를 네 개의 창으로 나눕니다. 창나는남은뜻 열린 창 안다 안다 나도 남도 아는 나 보이지 않는 창 모른다 안다 남은 아는.. 2026. 11. 6. 이전 1 2 3 4 ··· 2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