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248 6시 57분에 제가 먼저 TV를 켭니다: 병실의 소리와 무인카페의 고요 저는 지금 병원 앞 무인카페에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음악을 들으며 쓰고 있습니다. 병실에서는 글을 쓸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병실에는 늘 텔레비전 소리가 있습니다. 제가 이 카페에 올 수 있는 시간은 정해져 있습니다. 규칙은 아닙니다.다만 오전 8시 30분부터 9시까지 30분 재활을 하고 나면 점심 식사 전까지 시간이 납니다.오후에는 또 다른 재활이 있어서 더는 못 합니다.그 사이 화장실에 한 번 다녀올 시간, 그 정도의 틈이 제가 쓸 수 있는 고요함입니다. 병원은 제가 무인카페에 가는 것을 그러려니 해 줍니다. 그 너그러움이 고맙습니다.병실의 소리 지도제 하루의 소리는 대략 이렇게 흘러갑니다.기상 후 6시 57분 TV 켬 → 7시 20분 식사 → 8시 30분 재활 → 점심 → 오후 재활 → 저녁 →.. 2026. 11. 4. 소방수였지만 내 안의 불은 끄지 못했습니다: 잠들지 못하던 사제의 밤 저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입니다.사제 생활을 하면서 더 그랬습니다. 지금은 잘 잡니다.그래도 스트레스가 오는 날이면 늦게 잠들거나 밤을 설칩니다. 이 글은 그 밤들의 기록입니다.소방수라는 별명흔들리는 본당에 간 뒤로는 늘 긴장 상태였습니다.다른 사제들은 저를 소방수라고 불렀습니다.불이 난 곳으로 가서 불을 끄는 사람이라는 뜻이었습니다.저는 그 별명을 싫어하지 않았습니다.그런데 제 안의 불은 끄지 못했습니다. 그때부터 밤을 설치는 날이 심해졌습니다.일터에서 갈등을 겪던 시기에는 더 심해졌습니다.갈등의 내용은 쓰지 않겠습니다.다만 낮에 들었던 말이 밤마다 되살아나던 것은 기억합니다. 술에 기대 잠들던 밤 안식년에 미국에 갔을 때는 술에 기대 잠드는 밤이 많았습니다.술을 마시면 잠은 빨리.. 2026. 11. 3. “처음 요양병원에 들어온 가족들이 가장 충격받는 순간” 서론: 낯선 냄새와 멈춰버린 시간요양병원의 자동문이 열리는 순간, 사람들은 가장 먼저 냄새를 기억한다. 소독약 냄새,오래된 침구의 공기, 희미하게 섞여 있는 약 냄새와 기저귀 냄새.그 복합적인 공기는 단 몇 초 만에 가족들의 마음을 얼어붙게 만든다. 처음 면회를 오는 보호자들은 대부분 어딘가 죄를 지은 사람처럼 조심스럽고, 동시에 현실을 믿지 못하는 표정을 짓는다.18년 동안 사목 현장에서 병든 이들과 임종 직전의 사람들을 만나며 깨달은 것이 있다.인간은 죽음 자체보다도, 자신이 사랑하던 존재가 천천히 무너져가는 모습을 바라볼 때 더 깊게 흔들린다는 사실이다.807호실에서도 그렇다.평생 가족을 먹여 살리던 부모님이 침대 난간 사이에 기대어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있을 때,가족들은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는.. 2026. 11. 3. 요양병원에서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근육이었습니다 요양병원의 면회 시간에는 잠시 활기가 돕니다.가족이 들고 온 과일과 따뜻한 국 냄새, 손주의 웃음소리가 복도를 채우면이곳이 병원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게 됩니다.어떤 보호자는 부모의 손을 붙잡고 "곧 집에 가자"고 말하고,어떤 어르신은 그 짧은 시간을 기다리며 하루를 버팁니다. 면회객이 돌아가고 병실 문이 닫히면 병동에는전혀 다른 현실이 남습니다.제가 본 바로는, 이곳에서 사람의 삶을 가르는 것은 재산도 자식의 성공도 아니었습니다.가장 먼저 존엄을 갈라놓는 것은 놀랍게도 근육이었습니다.스스로 화장실에 갈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혼자 침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람과 누군가의 손을 기다려야 하는 사람의 하루는 완전히 다릅니다.근육과 존엄복도를 천천히라도 걷는 어르신의 얼굴에는 아직 삶이 남아 있는 .. 2026. 11. 2. 새벽 3시, 병실에서 들리는 울음: 요양병원에서 본 마지막 후회 요양병원의 새벽 3시는 낮보다 더 길게 느껴집니다.복도 불빛이 희미해지고 간호 스테이션의 소리마저 잦아들 무렵이면,807호실 어딘가에서 낮게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처음에는 몸이 아파서 우는 줄 알았습니다.그러나 병동의 밤을 오래 지켜보며 알게 되었습니다.노인들을 잠들지 못하게 하는 것은 몸의 통증만이 아니었습니다.제가 본 바로는, 지나간 삶의 후회가 그분들을 깨우고 있었습니다. 이 글에는 고해성사에서 들은 이야기가 없습니다.병실에서 직접 보고 들은 것만 적었고, 사람이 특정되지 않도록 세부는 지웠습니다.왜 새벽에 잠이 깰까나이가 들면 잠을 돕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분비가 줄어 일찍 자고 일찍 깨는 경향이 생긴다고 합니다.통증이나 야간뇨 같은 신체 문제도 잠을 끊습니다.병실의 어르신들이 새벽에 눈을.. 2026. 11. 2. “혼자 있는 시간이 자꾸 두렵다면”… 인간이 외로움에 무너지는 과학적 이유 서론: 807호실, 고요함이 공포가 되는 순간 요양병원 807호실의 밤은 낮보다 훨씬 길고 무겁습니다.낮 동안 복도를 채우던 면회객의 발소리가 사라지고 병실 불빛도 희미해지면,병실에는 기계음과 뒤척이는 숨소리만 남습니다.18년 동안 병자와 임종 곁을 지켜보며 제가 본 것은,사람이 병보다 먼저 고립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새벽 2시가 넘으면 특별한 통증이 없는데도 호출 벨을 계속 누르는 어르신들이 있습니다.급히 다가가 어디 불편하시냐고 물으면 돌아오는 대답은 이랬습니다."아니… 그냥 누가 왔으면 해서…"어떤 어르신은 사람이 오면 아무 말도 못 하고 손만 붙잡고 계셨습니다.그 침묵 속에는 "아직 나는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았는가"를 확인하려는마음이 숨어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1. 외로움은 감정이 .. 2026. 11. 1. 이전 1 2 3 4 ··· 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