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247 한 병원에서 두 가지 진단: 회전근개파열일까, 어깨충돌증후군일까 20여 년 전, 오른쪽 어깨가 너무 아파서 미사 중에 성작과성체를높이 들어 올리는 동작조차 하기 어려웠습니다.팔을 드는 일이 직업의 중심이던 때였습니다. 병원을 찾았는데 같은 병원에서 두 과의 진단이 달랐습니다.신경외과에서는 회전근개파열이라고 했고, 정형외과에서는 어깨충돌증후군이라고 했습니다.한쪽은 다른 쪽의 진단을 믿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환자인 저는 어느 쪽 말을 믿어야 할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 뒤 저는 한의원에서 불침 치료를 두 달 동안 받았고 많이 나았습니다.하지만 오른쪽 어깨는 지금도 불편합니다.이 글은 의학적 결론이 아니라, 20년 동안 같은 질문을 안고 산 사람의 기록입니다.두 진단은 서로 틀린 말이 아닐 수 있습니다 회전근개는 어깨 관절을 감싸는 네 개의 근육과 힘줄(극상근, 극하근, .. 2026. 11. 5. [심리 & 과학] 왜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작은 일에도 쉽게 지칠까 젊을 때는 아무리 무리한 하루를 보내도 하룻밤 푹 자고 일어나면 다시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어느 순간부터는 달라집니다.사소한 일에도 쉽게 피곤하고, 사람을 만나고 오면 며칠을 쉬고 싶어지고,복잡한 일을 오래 생각하는 것이 버겁습니다. 많은 사람이 스스로를 탓합니다. "내가 나약해진 걸까."저도 그랬습니다. 18년 동안 사제로 살며 많은 사람의 아픔을 곁에서 지켜보았고,삶이 무너졌던 시간을 지나 지금은 요양병원에서 지내고 있습니다.처음에는 쉽게 지치는 제 몸을 실패라고 생각했습니다.지금은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다만 "나이 들어서 그렇다"는 말로 끝내기에는 확인할 것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몸이 달라지는 것은 맞습니다 나이가 들면 몸의 에너지 사정이 달라지는 것은 사실입니다.세포의 에너지 생산이 나.. 2026. 11. 5. 왜 몸은 천천히 회복될까: 요양병원 807호실에서 배운 기다림 몸이 아프기 시작하면 누구나 같은 질문을 가슴에 품습니다."언제쯤 완전히 나을까?", "왜 이렇게 회복이 느릴까?", "나는 정말 좋아지고 있는 걸까?"매일 재활 치료를 받거나 오랜 병과 함께 사는 사람이라면이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지나갑니다.열심히 운동하고, 약을 먹고, 식습관을 고치고,잠도 자려고 애쓰는데 눈에 띄는 변화는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는 빠른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버튼 하나로 음식이 오고, 궁금한 것은 몇 초 만에 찾고, 주문한 물건은 다음 날 도착합니다.그러다 보니 몸의 회복도 당연히 빨라야 한다고 생각하게 됩니다.하지만 몸은 스마트폰이 아닙니다. 저는 이 사실을 병상 위에서 배웠습니다. 저는 18년 동안 사제로 살며 많은 사람을 위로했습니다.정작 제 몸이 안에서부터 보내던 신호는 듣.. 2026. 11. 4. 6시 57분에 제가 먼저 TV를 켭니다: 병실의 소리와 무인카페의 고요 저는 지금 병원 앞 무인카페에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음악을 들으며 쓰고 있습니다. 병실에서는 글을 쓸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병실에는 늘 텔레비전 소리가 있습니다. 제가 이 카페에 올 수 있는 시간은 정해져 있습니다. 규칙은 아닙니다.다만 오전 8시 30분부터 9시까지 30분 재활을 하고 나면 점심 식사 전까지 시간이 납니다.오후에는 또 다른 재활이 있어서 더는 못 합니다.그 사이 화장실에 한 번 다녀올 시간, 그 정도의 틈이 제가 쓸 수 있는 고요함입니다. 병원은 제가 무인카페에 가는 것을 그러려니 해 줍니다. 그 너그러움이 고맙습니다.병실의 소리 지도제 하루의 소리는 대략 이렇게 흘러갑니다.기상 후 6시 57분 TV 켬 → 7시 20분 식사 → 8시 30분 재활 → 점심 → 오후 재활 → 저녁 →.. 2026. 11. 4. 소방수였지만 내 안의 불은 끄지 못했습니다: 잠들지 못하던 사제의 밤 저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입니다.사제 생활을 하면서 더 그랬습니다. 지금은 잘 잡니다.그래도 스트레스가 오는 날이면 늦게 잠들거나 밤을 설칩니다. 이 글은 그 밤들의 기록입니다.소방수라는 별명흔들리는 본당에 간 뒤로는 늘 긴장 상태였습니다.다른 사제들은 저를 소방수라고 불렀습니다.불이 난 곳으로 가서 불을 끄는 사람이라는 뜻이었습니다.저는 그 별명을 싫어하지 않았습니다.그런데 제 안의 불은 끄지 못했습니다. 그때부터 밤을 설치는 날이 심해졌습니다.일터에서 갈등을 겪던 시기에는 더 심해졌습니다.갈등의 내용은 쓰지 않겠습니다.다만 낮에 들었던 말이 밤마다 되살아나던 것은 기억합니다. 술에 기대 잠들던 밤 안식년에 미국에 갔을 때는 술에 기대 잠드는 밤이 많았습니다.술을 마시면 잠은 빨리.. 2026. 11. 3. “처음 요양병원에 들어온 가족들이 가장 충격받는 순간” 서론: 낯선 냄새와 멈춰버린 시간요양병원의 자동문이 열리는 순간, 사람들은 가장 먼저 냄새를 기억한다. 소독약 냄새,오래된 침구의 공기, 희미하게 섞여 있는 약 냄새와 기저귀 냄새.그 복합적인 공기는 단 몇 초 만에 가족들의 마음을 얼어붙게 만든다. 처음 면회를 오는 보호자들은 대부분 어딘가 죄를 지은 사람처럼 조심스럽고, 동시에 현실을 믿지 못하는 표정을 짓는다.18년 동안 사목 현장에서 병든 이들과 임종 직전의 사람들을 만나며 깨달은 것이 있다.인간은 죽음 자체보다도, 자신이 사랑하던 존재가 천천히 무너져가는 모습을 바라볼 때 더 깊게 흔들린다는 사실이다.807호실에서도 그렇다.평생 가족을 먹여 살리던 부모님이 침대 난간 사이에 기대어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있을 때,가족들은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는.. 2026. 11. 3. 이전 1 2 3 4 ··· 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