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열흘, 10편의 글을 함께 써 내려가며 제가 가장 크게 배운 것은 '절망의 깊이'가 아니라 '회복의 가능성'이었습니다.
지난 열흘 동안 우리는 술이 우리의 뇌를 어떻게 바꾸는지, 그리고 그 뇌가 어떻게 다시 회복되는지를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알코올 의존, 블랙아웃, 수면 장애, 가족과 유전의 문제까지.
이 글을 쓰는 시간은 독자 여러분뿐 아니라 제 자신을 다시 이해해 가는 여정이기도 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저를 '전직 사제'라고 부릅니다. 제 삶의 앞부분은 타인의 영혼을 돌보는 사제로,
뒷부분은 제 자신의 무너진 뇌를 재활하는 환자로 채워져 있습니다.
사제로서 수많은 이들의 고해성사를 들으며 그들의 고통을 대신 짊어지려 애썼던 시절,
저는 정작 제 영혼의 그릇이 얼마나 얇고 깨지기 쉬운지 알지 못했습니다.
그 시절 제게 술은, 밤마다 밀려오는 고독과 사명감이라는 무게를 잠시 내려놓게 해주는 도피처였습니다.
'잠시만 잊자' 했던 그 작은 선택들이, 뇌과학을 공부하며 다시 들여다본
제 뇌의 신경 회로 위에 얼마나 깊은 상처를 남겼는지, 이제는 똑똑히 압니다.

병원에서 재활하며 매일 아침 눈을 뜰 때, 저는 여전히 제 뇌가 얼마나 예민하게 반응하는지 느낍니다.
때로는 어제의 습관이 제 발목을 붙잡으려 하고,
때로는 뇌의 작은 화학적 불균형이 저를 불안의 늪으로 끌어당기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압니다.
그것이 제 의지의 부족이 아니라, 제 뇌가 지금 열심히 스스로를 고치고 있다는 신호라는 것을요.
그 과학적 사실은 제가 다시 삶을 신뢰하도록 이끌어 준 든든한 희망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완벽한 회복'을 꿈꿉니다.
그러나 진짜 회복은 완벽함이 아니라, 나라는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매일 조금씩 더 나은 선택을 하는 과정 그 자체였습니다.
독자 여러분. 혹시 아직도 "나는 이미 늦었다"고 생각하고 계신가요?
뇌과학은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뇌는 평생 변화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의 작은 선택은 결코 작은 선택이 아닙니다.
술 한 잔을 내려놓는 일, 가족과 다시 대화를 시작하는 일, 오늘 조금 더 일찍 잠드는 일,
그리고 스스로를 조금 덜 미워하는 일.
그런 작은 변화들이 모여 결국 한 사람의 인생을 다시 만들어 갑니다.
저 역시 아직 회복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믿습니다.
우리는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뇌는 오늘도,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삶을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우리의 뇌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오래, 훨씬 더 깊이, 우리를 믿고 기다려 주는 기관입니다.
🎈 [🍷 알코올과 뇌 시리즈]를 마무리하며
10편의 글을 함께 써 내려가며 제가 가장 크게 배운 것은 '절망의 깊이'가 아니라 '회복의 가능성'이었습니다. 열흘 동안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시리즈가 여러분의 회복에 작은 등불이 되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 ① 왜 술은 끊기 어려울까? ~ ⑩ 술보다 더 무서운 것은 '습관'입니다
- 에필로그 - 지난 열흘, 10편의 글을 함께 써 내려가며 제가 가장 크게 배운 것은 '절망의 깊이'가 아니라 '회복의 가능성'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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