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rgn"nnmu" 🦜 "안녕"을 외우는 새가 아니라, 대답을 고르는 새였습니다 | 부제 : 녹음기인 줄 알았던 앵무새가 우리에게 던진 서늘한 뒤통수
심리 & 과학(뇌과학·심리·생명과학·동물과학)

🦜 "안녕"을 외우는 새가 아니라, 대답을 고르는 새였습니다 | 부제 : 녹음기인 줄 알았던 앵무새가 우리에게 던진 서늘한 뒤통수

by honeypig66 2026. 9. 1.

 

 

앵무새가 사람 말을 따라 하면 우리는 쉽게 웃곤 합니다.

"안녕?", "밥 줘!" 하고 말하는 새를 보며, 방 안에 성능 좋은 녹음기 하나 들여놓은 것처럼 생각하죠. 뇌를 거치지 않고 그저 들은 소리를 기계적으로 반사해 낸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은 상황에서 앵무새가 상황에 딱 맞는 단어를 스스로 골라 나에게 건넨다면 어떨까요?

앵무새가 사람 말을 따라 하면 우리는 쉽게 웃습니다. 그저 녹음기처럼 들은 소리를 복사한다고 생각하니까요. 출처: Unsplash / Alex Shute

그때부터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비교심리학자 아이린 페퍼버그 박사와 30년을 함께 산 아프리카회색앵무 '알렉스(Alex)'의 실험실에서는 매일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연구진이 알록달록한 블록들을 흩어놓고 "여기서 빨간색이 몇 개냐?"라고 물으면, 알렉스는 잠시 물건들을 바라보다가 정확히 "셋"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알렉스는 들은 소리를 되풀이한 게 아니었습니다. 색과 모양, 수의 차이를 읽어내고 단어를 골랐습니다. 출처: Pexels / Andrea Piacquadio

"무엇이 더 크냐?"라고 물으면 크기를 비교해 해당 물건의 색을 말했죠.

알렉스는 들은 소리를 단순히 되풀이하는 새가 아니었습니다. 뇌 안에서 사물의 색과 모양, 수의 차이를 구별하고, 그 개념에 해당하는 단어를 스스로 골라 대답했던 것입니다.

더 놀라운 건 지루한 실험이 길어질 때였습니다. 알렉스는 연구진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말했습니다.

"나 방으로 돌아갈래(Wanna go back)."

단순한 흉내가 아니라, 자신의 욕구와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고 단어로 표현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대체 새의 작고 단순해 보이는 뇌 어디에서 이런 일이 가능했던 걸까요?

새의 작고 단순해 보이는 뇌 어디에서 이런 정교한 소통이 가능했던 걸까요? 출처: Pexels / Alex Green

뇌과학자들이 앵무새의 뇌 구조를 정밀하게 분석했을 때, 매우 흥미로운 특징이 밝혀졌습니다. 앵무새의 뇌에는 음성을 제어하는 중심 영역인 '핵(Core)' 부위 외에도, 이를 감싸며 연결된 '외곽 껍질 구조(Shell)'가 독특하게 발달해 있었던 것이죠.

이 외곽 영역은 단순한 소리의 재현을 넘어, 상대의 행동을 모방하고 복잡한 사회적 신호를 처리하는 신경 회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야생의 앵무새는 거친 정글에서 서로를 식별하고 무리의 유대를 유지하기 위해 동료의 소리를 민감하게 학습합니다. 이 정교한 모방 학습 뇌 회로가 인간과 함께 살아가면서, 사람의 언어와 행동을 배우고 의미를 연결하는 강력한 열쇠가 된 것입니다.

앵무새가 말을 배운 진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인간처럼 유식해지고 싶어서였을까요? 어쩌면 답은 훨씬 더 단순했을지도 모릅니다.

'곁에 있는 존재와 연결되고 싶었던 것.'

앵무새가 사람의 말을 배운 진짜 이유는 인간처럼 똑똑해지고 싶어서가 아니었습니다. 출처: Pexels / Pavel Danilyuk

앵무새는 극도로 사회적인 동물입니다. 무리에서 떨어지는 것을 생존의 위기로 느끼죠. 인간과 함께 사는 앵무새에게 가족은 곧 자신의 무리입니다.

"안녕"이라 말하고 사람의 단어를 따라 하는 것은, "나는 당신 무리의 일원이에요", "나를 놓치지 말아 주세요"라고 존재를 알리며 마음을 건네는 뇌의 강렬한 소통 시도였던 셈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앵무새의 대답을 들으며, 오히려 우리 자신의 대화를 돌아보게 됩니다.

어쩌면 말을 잘하는 것보다 누군가에게 진심을 건네는 법을 아는 것이 진짜 대화일지도 모릅니다. 출처: Pexels / Ron Lach

우리는 매일 참 많은 말을 합니다. 그런데 그 말 가운데 정말 마음을 담아 건넨 말은 몇 마디나 될까요?

혹시 우리는 사람의 형상을 하고서, 영혼 없는 단어만 기계처럼 뱉어내는 진짜 앵무새처럼 대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 다음 이야기 : 길 가다 까마귀한테 밉보이면 평생 기억해서 보복한다고요?

다음 이야기 – 까마귀 보복: 길 가다 까마귀한테 밉보이면 평생 기억해서 보복한다고요? 출처: Pexels / Thirdman

앵무새의 대답이 우리에게 다정한 울림을 주었다면, 이번엔 뛰어난 기억력과 서늘한 계산법으로 학자들을 경악하게 만든 동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로 '까마귀'입니다!

"까마귀가 자신에게 해를 가한 사람의 얼굴을 기억해서 동료들에게 소문까지 낸다고?"

다음 편에서는 조류의 한계를 뛰어넘은 도구 사용과 놀라운 기억력, 그리고 '얼굴을 기억하고 평가하는 까마귀의 뇌'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 함께 읽으면 좋은 글


TOP

Designed by 티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