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rgn"nnmu" 🐿️ 도토리를 수백 군데 숨겨놓고도 하나도 안 잊어버립니다… 다람쥐 머릿속엔 지도가 있을까? | 부제 : 뇌의 공간기억으로 겨울을 준비하는 다람쥐와, 숲을 만드는 뜻밖의 여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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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토리를 수백 군데 숨겨놓고도 하나도 안 잊어버립니다… 다람쥐 머릿속엔 지도가 있을까? | 부제 : 뇌의 공간기억으로 겨울을 준비하는 다람쥐와, 숲을 만드는 뜻밖의 여백

by honeypig66 2026. 9. 6.

 

가을날 바스락거리는 낙엽 소리가 들리는 산길을 걷다 보면, 양 볼이 터질 듯 도토리를 가득 물고 바쁘게 움직이는 다람쥐 한 마리와 눈이 마주치곤 합니다.

가을 숲을 바쁘게 오가는 다람쥐. 도토리 하나를 물고 또 다른 장소로 달려가는 이 작은 행동 뒤에는 겨울을 준비하기 위한 놀라운 기억과 공간 탐색 능력이 숨어 있습니다. 출처: Unsplash / Shubham Dhage

다람쥐는 땅을 파고 도토리를 묻은 뒤 낙엽으로 정성스레 덮어 숨깁니다. 그리고는 몇 걸음 못 가서 또 다른 도토리를 집어 들고 전혀 다른 장소로 달려가 다시 땅을 돕니다.

이처럼 한 계절 동안 다람쥐는 숲속 곳곳에 수많은 도토리를 나누어 숨겨둡니다.

한곳에 모으지 않고 숲 곳곳에 나누어 숨기는 다람쥐. 먹이를 분산해서 저장하면 한 장소의 먹이를 빼앗겨도 겨울철 생존에 필요한 자원을 모두 잃지는 않습니다. 출처: Unsplash / Hal Gatewood

 

여기서 오랫동안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유명한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과연 저 작은 다람쥐가 자신이 도토리를 어디에 숨겼는지 정말 다 기억하고 있을까?"

항간에는 다람쥐가 건망증이 심해서 도토리 위치를 대부분 잊어버리고, 그 덕분에 묻혀 있던 도토리가 싹을 틔워 숲이 된다는 소문이 돌아다니기도 합니다.

하지만 행동생물학자들이 다람쥐의 동선을 정밀하게 추적 조사한 결과,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다람쥐는 그저 냄새나 우연에 의존해 땅을 파헤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다른 다람쥐가 숨겨놓은 먹이보다 자신이 직접 숨겨두었던 장소를 훨씬 정확하게 기억해 찾아내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입니다.

몸집에 비해 터무니없이 작은 머리를 가진 다람쥐는 대체 어떻게 수백 군데의 숨김 장소를 놀라울 만큼 정확하게 찾아내는 걸까요?

우리는 흔히 수백 개의 위치 정보를 저장하려면 컴퓨터 같은 대용량 기억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람쥐에게 중요한 것은 단순히 기억의 양이 아니라, 먹이를 숨긴 장소를 공간적으로 기억하고 다시 찾아가는 능력입니다.

먹이 저장에 의존하는 동물에게서 공간기억과 뇌의 '해마(Hippocampus)'가 정교하게 발달해 온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먹이를 저장하는 다람쥐에게 공간기억은 생존과 직결됩니다. 주변의 나무와 바위 같은 지형지물을 단서로 삼아 저장 장소를 기억하고 다시 찾아가는 과정에는 공간기억과 관련된 뇌 회로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출처: Unsplash / Josh Riemer

다람쥐는 도토리를 한곳에 몰아 숨기지 않고 숲 전체에 넓게 흩어놓는 '분산 저장(Scatter hoarding)' 전략을 사용합니다. 한곳에 모아두었다가 다른 동물에게 빼앗기면 겨울철 생존이 위험해지기 때문에 리스크를 나누는 것이죠.

이 과정에서 다람쥐는 주변의 큰 나무, 바위, 꺾어진 가지 같은 지형지물(Spatial landmarks)의 배치를 단서로 삼아, 자신이 먹이를 숨긴 장소를 공간적으로 기억합니다.

다람쥐에게 숲의 풍경은 단순한 배경이 아닙니다. 큰 나무와 바위, 주변의 지형 같은 단서들이 자신이 먹이를 숨겨둔 장소를 다시 찾아가는 중요한 정보가 됩니다. 출처: Unsplash / Kelly Sikkema

작은 뇌를 가진 생명체가 자신에게 필요한 공간기억 회로를 놀라울 만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다람쥐는 자신이 숨겨둔 도토리를 단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찾아내는 걸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람쥐가 숨겨둔 도토리가 모두 다시 회수되는 것은 아닙니다. 환경과 조건에 따라 미처 파내지 못한 도토리들이 땅속에 남겨지게 되죠.

그런데 바로 이 '회수되지 못한 도토리'에서 뜻밖의 기적이 일어납니다.

다람쥐가 미처 회수하지 못한 도토리 가운데 일부는 땅에 남아 새로운 생명의 시작이 됩니다. 한 생명체의 겨울을 위한 저장 행동이 뜻밖에도 숲의 종자 확산과 새로운 나무의 탄생에 기여하는 것입니다. 출처: Unsplash / Nathan Dumlao

다람쥐가 정성스레 땅을 파고 묻어둔 덕분에 햇빛과 습도를 적절히 공급받은 도토리는 봄이 오면 억센 껍질을 깨고 싹을 틔웁니다. 그리고 수십 년 뒤, 푸르고 울창한 참나무 숲으로 자라납니다.

다람쥐는 오직 자신의 겨울철 생존을 위해 부지런히 도토리를 숨기고 기억해 냈을 뿐이지만, 미처 다 회수하지 못한 그 소소한 여백이 결과적으로 숲 전체를 살리고 생태계를 유지하는 거대한 기적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18년 동안 현장에서 수많은 사람의 삶을 지켜보고, 예기치 않은 무너짐 속에서 내 몸과 마음을 다시 추스르며 깨달은 가슴 깊은 진실이 있습니다.

우리는 가끔 다가올 미래나 노후가 불안해지면, 완벽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곤 합니다. 마치 모든 변수를 통제하고 단 하나의 오차도 없이 인생의 모든 도토리를 한꺼번에 움켜쥐어야만 안도하는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저 작고 부지런한 다람쥐를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다람쥐는 오늘 하루 주어진 조건 속에서 최선을 다해 도토리를 숨기고 공간의 기억을 살려냅니다. 그러나 동시에 자신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회수할 수 없다는 삶의 여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그 미처 다 채우지 못한 여백이, 역설적으로 자신이 살아갈 터전인 아름다운 숲을 만들어냅니다.

인간의 삶 역시 단 하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모든 것을 움켜쥐는 것만이 정답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되, 때로는 내 뜻대로 되지 않아 놓쳐버린 실패나 소소한 여백조차도 내 삶의 지평을 넓히는 새로운 숲의 씨앗이 될 수 있음을 믿어보는 것.

오늘 나는 완벽하게 모든 것을 움켜쥐려다 오히려 지쳐버리지는 않았는지, 내 삶이 만들어낼 뜻밖의 푸른 숲과 작은 여백을 가만히 바라보아 줍니다.

모든 도토리를 되찾지 못했다고 해서 겨울이 실패한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우리가 놓쳐버린 작은 여백 하나가 시간이 흐른 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숲으로 자라날 수도 있습니다. 출처: Unsplash / Nik Shulia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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