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7세 고시는 학대, 아이 뇌 망가트려”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구성한
글입니다. 이 글은 아동 발달, 신경과학, 교육 철학, 사회 문화적 배경 등을 포괄하여 깊이 있게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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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세 고시는 학대, 아이 뇌 망가트려”
한국 사회에서 ‘고시’라는 단어는 오랫동안 성공의 상징이자 엘리트 코스를 대표하는 말이었다. 사법시험, 행정고시, 외무고시 등은 개인의 출세와 가족의 명예, 나아가 계층 상승의 도구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고시의 연령대가 비정상적으로 낮아지는 현상이 관찰되며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7세 고시생’, 혹은 ‘영재 코스’를 빙자한 조기 고시 준비는 단순한 교육 과잉을 넘어 아동학대라는 강한 비판을 받고 있다.

1) ‘영재 교육’의 탈을 쓴 조기 고시
서울 강남, 대치동 일대에는 초등학교 입학도 하기 전인 유아기 아동들이 고시 준비를 하는 학원이 실제로 존재한다. ‘초등 영재반’, ‘7세 로스쿨 트랙’, ‘엘리트 1% 코스’라는 이름 아래, 하루 10시간 이상을 학원에서 보내는 아이들도 드물지 않다. 논술, 수리, 법학 기초, 암기 과목까지 배우며 마치 성인 고시생처럼 생활하는 이 아이들은 사실상 놀이와 휴식을 박탈당한 채, ‘성공’이라는 이름 아래 강제된 삶을 살아간다.

많은 부모들은 이 같은 조기 교육을 ‘사랑’이라고 착각한다. 아이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투자라고 믿으며, 학원비와 과외비로 매달 수백만 원을 지출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같은 조기 고시 교육은 신경과학적, 심리학적 관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2) 아동 뇌 발달과 조기 학습의 충돌
아동의 뇌는 태어날 때부터 완성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계속해서 형성되고 조직된다. 특히 3세에서 10세까지는 전두엽, 해마, 편도체 등 주요 뇌 부위가 급격하게 발달하는 시기로, 감정 조절, 사회성, 문제 해결 능력, 창의성 등이 이 시기에 기반을 잡는다. 그런데 이 시기에 과도한 스트레스와 정보 과잉이 지속되면 뇌 발달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하버드 의과대학 뇌 발달 센터(Center on the Developing Child)는 지속적인 스트레스가 아동의 전두엽 기능을 억제하고, 해마의 발달을 저해해 기억력과 학습 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교육 환경은 아동이 자아를 형성하고 감정을 안정시키는 능력까지 약화시킨다. 다시 말해, 조기 고시 교육은 아이의 학습 능력을 향상시키기보다는, 뇌 기능 자체를 훼손할 수 있는 위험한 행위인 것이다.

3) “학대”라는 과학적·윤리적 경고
아동 심리학자들과 교육학자들은 ‘7세 고시’ 현상을 아동학대의 새로운 형태로 간주하고 있다. 과거의 신체적 폭력이 아닌, ‘인지적 강요’와 ‘정서적 착취’라는 심리적 학대의 형태라는 것이다. 서울대학교 아동가족학과 박찬미 교수는 “아이가 선택하지 않은 목표를 위해 하루 8시간 이상 공부에 시달리는 것은 명백한 학대”라며, “이는 단순한 과잉 교육이 아니라 아동의 삶과 인격을 파괴하는 행위”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교육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자기 결정 능력(Self-determination)이 낮고, 우울증과 불안장애, 사회적 고립 등의 위험성이 높아진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불행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인지적 피로와 정서적 결핍을 안고 자란 세대가 사회로 나왔을 때, 그 사회가 유지될 수 있을까?

4) 부모의 불안과 사회적 강박
그렇다면 왜 부모들은 이런 무리한 선택을 할까? 그 이면에는 한국 사회 특유의 ‘불안’과 ‘경쟁 강박’이 도사리고 있다. ‘좋은 대학 → 안정된 직업 → 행복한 삶’이라는 공식은 아직도 유효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는 산업화 시대의 낡은 성공 공식일 뿐, 창의성과 유연성이 요구되는 21세기 지식사회에서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부모의 불안은 아이에게 그대로 전이된다. 아이는 자신이 존재해야 할 이유를 ‘성취’로 이해하게 되고, 실패는 곧 자기 부정으로 이어진다. 유년 시절부터 ‘나는 남보다 뛰어나야 해’라는 인식이 내면화되면, 평생 불안과 경쟁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결국 ‘7세 고시’는 부모의 강박이 아이의 삶을 침범하는 대표적인 예이다.

5) 해법은 없는가?
첫째, 교육 당국의 규제와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조기 사교육에 대한 일정 수준의 규제, 유아기 아동에 대한 학습 시간 제한, 감정 발달 프로그램 확대 등 제도적인 접근이 시급하다.

둘째, 부모 교육이 병행되어야 한다. 부모가 아이의 발달 단계를 제대로 이해하고, 자녀 교육의 본질을 성찰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

셋째, 언론과 대중문화의 역할도 중요하다. 조기 성공담을 미화하거나 ‘천재 키우기’ 프로그램을 무비판적으로 소비하는 분위기는 근절되어야 한다. 아이의 행복한 성장보다 성취를 우선하는 문화는 건강한 사회의 적이다.
6) 아이는 고시생이 아니라 아이일 뿐

우리는 아이를 작은 어른으로 착각하고 있진 않은가? 아이는 경쟁을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니라, 사랑받고, 놀고, 느끼고, 자라야 할 존재다. 고시생으로 길러질 대상이 아니라, 감정을 가진 한 명의 인간으로 존중받아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성적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한 명의 인격체가 자신의 삶을 주도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이 단순하지만 중요한 사실을 잊는다면, 우리는 또 다른 형태의 폭력을 저지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7세 고시’는 성공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퇴행이다. 아이의 뇌는 시험이 아닌 사랑과 놀이를 통해 자란다. 그것이 진짜 교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