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달콤함에 뇌는 분노한다… “무설탕 음료, 오히려 식욕 키울 수도”
1) 최근 건강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당류 섭취를 줄이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무설탕’, ‘제로 칼로리’, ‘무가당’ 등의 문구가 붙은 음료들이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탄산음료의 대안으로 ‘제로 콜라’나 ‘제로 사이다’와 같은 무설탕 음료가 일상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설탕 대신 인공 감미료로 단맛을 낸 음료들이 정말로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여러 연구들은 무설탕 음료가 오히려 뇌의 보상 시스템을 교란시키고, 궁극적으로 식욕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고 있다.
2) 가짜 단맛, 뇌는 쉽게 속지 않는다
사람의 뇌는 단맛을 감지했을 때, 이는 곧 에너지 공급이라는 신호로 인식한다. 고대부터 인류는 단맛을 통해 열량이 풍부한 음식을 구분해 왔으며, 이는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 인공 감미료가 등장하면서 상황은 복잡해졌다. 인공 감미료는 설탕보다 훨씬 더 강한 단맛을 낼 수 있으면서도 칼로리는 거의 없다. 스테비아, 아스파탐, 수크랄로스 등의 감미료는 바로 이러한 특징 때문에 각종 무설탕 음료에 활용된다.
하지만 뇌는 이러한 ‘가짜’ 단맛을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달콤한 맛을 느낀 후, 실제로 열량이 공급되지 않으면 뇌는 혼란을 일으키고, 오히려 더 강하게 열량을 요구하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예일대학의 한 연구에서는 인공 감미료를 섭취한 실험쥐들이 이후 실제 설탕이 들어간 음식을 섭취할 때 더 폭식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는 뇌가 단맛에 대한 보상을 기대했지만 이를 얻지 못했기 때문에 이후 더 강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3) 무설탕 음료, 체중 조절에 도움될까?
무설탕 음료가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에게 유혹적인 선택지로 다가오는 이유는 간단하다. 맛은 달지만 칼로리는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칼로리를 제한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무설탕 음료를 선호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이러한 선택이 반드시 체중 감소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 여러 연구에서 지적되고 있다.
하버드 공중보건대학의 2020년 보고서에 따르면, 무설탕 음료를 장기간 섭취한 사람들의 체중 변화는 일반 설탕이 들어간 음료를 마시는 사람들과 큰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일부 실험군에서는 인공 감미료를 지속적으로 섭취한 그룹에서 식욕 호르몬인 그렐린(ghrelin)의 분비가 증가한 사례도 관찰됐다.
이는 무설탕 음료가 식욕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단맛에 대한 기대는 충족되지 않고, 오히려 뇌는 실질적인 에너지 공급을 요구하게 되며, 이로 인해 다음 식사에서 과식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무설탕 음료가 체중 조절에 도움이 된다는 가정은 반드시 재검토가 필요하다.
4) 인공 감미료가 뇌에 미치는 영향
최근 신경과학 연구들은 인공 감미료가 뇌의 보상 회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뇌의 보상 회로는 주로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통해 작동한다. 단맛을 경험하면 도파민이 분비되어 쾌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는 다시 그 행동을 반복하도록 동기 부여한다. 그러나 인공 감미료는 도파민 시스템을 비정상적으로 자극할 수 있다.
2023년 네이처 신경과학지(Nature Neuroscience)에 게재된 한 연구에서는, 아스파탐이 포함된 음료를 섭취한 피험자들이 실제로 도파민 반응이 둔화된다는 결과가 보고되었다. 이는 인공 감미료가 뇌의 보상 회로를 혼란시키고, 결과적으로 더 강한 자극—즉 더 달거나 더 기름진 음식—을 찾게 만들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반복적인 패턴은 결국 식사 습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인공 감미료가 단기적으로는 당 섭취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과도한 열량 섭취와 관련된 행동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5) 장 건강과도 연관된 감미료의 문제
무설탕 음료의 감미료는 단순히 뇌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장내 미생물 생태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2014년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소의 연구에서는 인공 감미료가 장내 세균총의 구성을 변화시키고, 이로 인해 포도당 내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밝혔다. 이는 인슐린 저항성과 관련이 있을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당뇨병 발병 위험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장 건강은 면역력, 정신 건강, 대사 건강과도 깊은 관련이 있는 만큼, 감미료가 장내 미생물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특히 스테비아나 수크랄로스와 같은 감미료는 일부 유익균의 증식을 억제할 수 있다는 보고도 있어, 장 건강을 신경 쓰는 사람이라면 감미료의 종류와 섭취 빈도에 대해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6) 일상 속에서의 선택, 신중할 필요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우리가 ‘무설탕’이라는 단어에 속기 쉬운 현실을 반영한다. 무설탕이라는 표현은 일종의 ‘건강 프레임’을 제공하지만, 실제로 그 이면에는 인공 감미료로 인한 다양한 생리적 교란이 존재할 수 있다. 물론 무설탕 음료가 설탕이 듬뿍 들어간 음료보다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이 전혀 해가 없고, 오히려 다이어트나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단정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특히 어린이나 청소년이 이러한 음료에 습관적으로 노출되는 것은 더욱 문제가 될 수 있다.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은 보상 시스템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며, 반복적인 인공 감미료의 섭취가 식습관 왜곡과 관련될 있다. 미국소아과학회(AAP)는 어린이의 인공 감미료 섭취를 최소화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7) 대안은 무엇인가?
그렇다면 당 섭취를 줄이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가장 좋은 방법은 당분 섭취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음료의 경우, 단맛이 강한 것보다는 생수, 탄산수, 허브티, 무가당 녹차 등의 자연음료로 대체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만약 단맛이 꼭 필요하다면, 과일을 갈아 만든 스무디나 신선한 과일을 이용한 워터 인퓨전 방식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무설탕 음료를 완전히 배제할 필요는 없지만, 그것이 건강에 ‘좋은’ 선택이라는 착각은 버려야 한다. 단맛을 느끼는 순간, 뇌와 몸은 그에 따른 생리적 반응을 시작하며, 이는 곧 우리의 식욕과 대사 기능, 심지어 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