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칼로리 먹으면 ○가 변해“…맛있던 음식이 맛 없어지는 이유 뉴로텐신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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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칼로리 먹으면 ○가 변해“…맛있던 음식이 맛 없어지는 이유 뉴로텐신의 비밀

by honeypig66 2025. 4. 20.

고칼로리 먹으면 ○가 변해… 맛있던 음식이 맛 없어지는 이유: ‘뉴로텐신’의 비밀


우리는 종종 이런 경험을 한다. 예전엔 너무 맛있게 먹던 음식이 어느 순간 입맛에 맞지 않게 느껴진다. 특히 패스트푸드, 달콤한 디저트, 튀김류 같은 고칼로리 음식들이 처음엔 황홀할 만큼 맛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쉽게 질리고, 때론 먹고 난 후 오히려 기분이 나빠지기도 한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그 중심에는 바로 '뉴로텐신(Neurotensin)'이라는 신경펩타이드가 있다. 뉴로텐신은 뇌와 장 모두에서 발견되는 물질로, 식욕 조절과 보상 시스템에 깊이 관여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고칼로리 음식을 지속적으로 섭취하면 뉴로텐신의 분비 및 기능에 변화가 생기며, 이로 인해 음식에 대한 쾌감이나 만족감이 저하될 수 있다고 밝혀졌다. 다시 말해, 맛있던 음식이 맛없게 느껴지는 이유는 뇌 속 화학물질의 작용 변화 때문일 수 있다.

1) 뉴로텐신이란 무엇인가?

연구진은 ‘뉴로텐신(Neurotensin)’의 감소를 지목했다. 뉴로텐신은 뇌가 음식에서 즐거움을 느끼도록 돕는 물질이다.

뉴로텐신은 1973년에 처음 발견된 신경전달물질이다. 주로 시상하부(hypothalamus), 중뇌(midbrain), 연수(brainstem) 등의 영역에서 분비되며, 위장관에서는 소장 상피세포에서 분비된다. 이 물질은 다음과 같은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고지방을 꾸준히 섭취하면 비만이 될 위험은 증가하고 먹는 즐거움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Christine Liu 제공.

도파민 조절: 뉴로텐신은 도파민 시스템과 상호작용하며, 도파민 수용체의 민감도를 조절한다. 이는 보상, 쾌락, 동기와 관련이 있다.

쥐 실험결과가 흥미롭다

식욕 조절: 뇌와 장에서 모두 식욕에 영향을 미치며, 특히 지방 섭취 후 뉴로텐신 수치가 증가하여 포만감을 전달하는 데 관여한다.

(A)정상 쥐는 영양결핍 조건에서 뇌 시상하부의 AMPK가 활성화돼 자가포식이 유도되고, 신경펩티드 중 식욕을 촉진하는 NPY가 증가하고 식욕을 억제하는 POMC는 감소해 식욕이 증가한다. (B)뇌 시상하부의 AMPK 발현을 억제 후 고지방식이로 비만을 유도한 쥐의 경우, 정상 비만쥐 보다 신경펩티드 NPY의 발현이 낮고 POMC의 발현이 높아 식욕이 떨어져 있으며 정상 비만쥐만큼의 현저한 체중 증가를 보이지 않는다. <

통증 조절: 진통 효과를 나타내며, 스트레스와 연관된 반응에도 일부 관여한다.

흥분성 및 억제성 신경전달물질로 인한 통각수용기의 동작 모식도

체중과 대사: 대사율을 조절하고, 에너지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처럼 뉴로텐신은 단순한 '맛'의 문제를 넘어 뇌와 몸 전체의 대사와 감정 상태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분자다.

2) 고칼로리 음식이 뉴로텐신에 미치는 영향

고칼로리 음식은 대부분 지방과 당이 풍부하다. 이런 음식은 처음 먹을 때 도파민을 급격히 증가시켜 쾌락을 유발하지만, 반복적으로 섭취할 경우 도파민 시스템의 민감도가 낮아진다. 뉴로텐신도 이와 유사하게 반응한다.

고지방·고칼로리 음식을 오래 섭취할 경우 먹는 즐거움은 줄어들지만 '습관적 과식'을 유발해 비만을 악화시킬 수 있다.

미국 NIH 산하의 뇌과학 연구소에서 진행한 한 동물 실험에 따르면, 고지방식을 장기간 섭취한 생쥐의 뇌에서는 뉴로텐신 수용체의 발현량이 감소하고, 뉴로텐신 자체의 분비도 비정상적으로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보상 회로의 둔화’를 뜻하며, 더 이상 예전만큼 음식에서 쾌감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이런 변화는 단지 ‘입맛의 변화’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신경계의 회로 자체가 재구성되고, 식습관이 중독적 양상을 띠게 되는 신호이기도 하다.

3) 뉴로텐신과 음식 중독


고칼로리 음식은 뉴로텐신의 조절 기능을 왜곡시킨다. 처음엔 이 물질이 활성화되어 포만감을 주지만, 지속적으로 고칼로리 식품을 섭취하면 신경계가 점점 무감각해지고, 뉴로텐신 분비 자체도 줄어든다. 이는 결과적으로 더 많은 음식을 먹게 만들며, 식욕 억제 기능이 약화된다.


흥미로운 점은, 뉴로텐신 수치가 낮아진 상태에서는 특정 음식에 대한 '보상 가치'가 떨어지면서도, 동시에 '강박적 섭취 행동(compulsive eating)'은 늘어나는 것이다. 즉, 예전처럼 맛있게 느껴지지 않으면서도, 뇌는 여전히 무언가를 더 먹으라고 신호를 보낸다. 이는 중독과 매우 유사한 양상이다.

4) 뉴로텐신과 장 건강

장에서 나오는 호르몬인 뉴로텐신(neurotensin)이 비만 환자에서 체중이 줄어들지 예측하는 데 유용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뉴로텐신은 장에서 분비될 때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장 점막의 기능 유지와 면역 반응 조절, 지방 흡수 등에서 핵심적인 기능을 한다. 그러나 고칼로리 식단은 장내 미생물 군집을 교란시키고, 장 점막의 투과성을 증가시키며, 염증 반응을 유발한다. 이로 인해 뉴로텐신의 정상적인 기능이 방해받고, 전신 염증 반응과 대사질환의 위험도 증가할 수 있다.

'장뇌 축'의 작동 메커니즘

특히 장내 염증이 심화되면 뉴로텐신의 발현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하거나 감소하면서, 장-뇌 축(Gut-Brain Axis)에도 혼란을 초래하게 된다. 이로 인해 식욕 조절 기능, 기분, 인지 기능 등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5) 맛있던 음식이 맛없게 느껴지는 이유

요약하면, 다음과 같은 메커니즘이 작용한다.

1. 초기 고칼로리 음식 섭취 → 도파민 및 뉴로텐신 분비 증가 → 쾌감 및 포만감 증가

2. 지속적 섭취 → 뉴로텐신 수용체 민감도 저하 + 분비 감소 → 쾌감 감소

3. 뇌의 보상 시스템 변화 → 동일한 음식에서 만족감 부족 → 음식의 ‘맛’이 덜하게 느껴짐

4. 장-뇌 축 교란 → 장내 염증 증가, 뉴로텐신 조절 장애 → 전신적인 식욕 조절 실패

결과적으로, 뇌는 더 이상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음식을 처리하지 못하며, 이는 ‘맛’에 대한 감각 변화로 이어진다.

6)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

뉴로텐신의 회복과 맛의 민감도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단순한 식단 변화뿐 아니라, 전반적인 생활 습관의 개선이 필요하다.


저지방, 고섬유질 식단: 채소, 통곡물, 발효식품 등을 중심으로 한 식단은 장 건강을 회복시키고, 뉴로텐신의 정상 분비를 촉진할 수 있다.

규칙적인 운동: 특히 유산소 운동은 뇌의 도파민과 뉴로텐신 회로를 강화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간헐적 단식: 단기적인 식욕 억제뿐 아니라 장-뇌 축 회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스트레스 관리: 만성 스트레스는 뉴로텐신 분비를 억제하며, 식욕 통제를 방해한다. 명상, 요가, 충분한 수면 등이 도움이 된다.


가공식품 최소화: 설탕, 정제 탄수화물, 트랜스지방이 많은 음식은 장내 미생물 불균형을 유발하고, 뉴로텐신 시스템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7) 마치며

우리가 흔히 "요즘 입맛이 없어"라고 느끼는 순간, 그 이면에는 복잡한 생화학적 신호의 변화가 숨어 있다. 뉴로텐신은 그 중심에 있는 중요한 단서다. 고칼로리 음식이 단순히 체중 증가나 건강 문제를 넘어서, 뇌와 장의 화학적 균형까지 무너뜨릴 수 있다는 사실은 현대인의 식생활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맛은 단순한 감각이 아니라, 뇌와 장, 감정과 기억, 신경전달물질이 조화롭게 작용할 때 비로소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종합적인 결과다. 그렇기에 진짜 '맛있는 삶'을 위해서는, 무엇을 먹느냐만큼 어떻게 먹고, 왜 먹는지를 돌아보는 일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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