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푸레나무과에 속하는 다년생 식물 ‘꼭두서니(Rubia akane)’는 한때 우리 민속과 생태 속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던 식물이었습니다. 붉은 색소를 추출해 천연 염료로 쓰였고, 어린잎은 봄철 나물로 무쳐 먹거나 국거리로 활용되었으며, 한방에서는 혈액 순환 개선, 어혈 제거, 월경불순 치료 등에 사용되는 약재로 평가받았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찬란한 활용 역사와는 달리, 21세기 들어 꼭두서니는 강력한 발암 가능성으로 인해 대한민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식품 원료로 사용이 금지되었고, 유통 자체도 법적으로 제한받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꼭두서니의 생리학적 성분과 효능, 식품 및 약용 이용의 역사, 독성 및 발암성 연구 결과, 유통 금지의 법적 배경에 대해 과학적으로 분석해 보고자 합니다.

1) 꼭두서니의 생리활성 성분
꼭두서니의 가장 중요한 화학적 특성은 뿌리와 줄기에 풍부한 안트라퀴논(anthraquinone) 계열 색소 성분입니다. 이 성분은 전통적으로 적색 천연염료로 사용되어 왔으며, 대표적인 화합물로는 알리자린(alizarin), 푸르푸레인(purpurin), 루브리아딘(rubiadin), 루브리아닌(rubianin) 등이 있습니다. 이들은 식물 스스로의 방어 물질로 작용하는 동시에, 항균·항염·항산화 작용을 보이기도 합니다.

한방에서는 이러한 성분들의 혈액 정화, 어혈 제거 기능에 주목하여 여성 질환 치료에 활용하였으며, 일본과 중국에서도 오랫동안 약초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실험실 수준에서는 루브리아딘 등의 화합물이 종양 세포의 성장 억제 효과를 보인다는 보고도 있었고, 일부 연구에서는 면역세포 활성화, 세포 사멸 유도와 같은 항암 활성이 제시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생리활성 효과가 항상 인체에 긍정적인 것은 아니며, 체내 대사 과정에서의 독성 물질 생성, DNA 손상 유도 가능성, 특정 장기의 기능 이상 유발 등의 부작용 우려도 함께 존재했습니다.

2) 꼭두서니의 식용 역사와 활용
꼭두서니는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전역에서 비교적 흔히 자라는 식물로, 산과 들의 양지바른 곳에서 자생합니다. 뿌리에서는 적색 염료가 추출되며, ‘홍염(紅染)’의 대표 식물로 불렸습니다. 신라·고려 시대에는 궁중의 제복이나 승려의 옷 등을 붉은색으로 염색할 때 사용되었고, 고려청자나 자수 병풍 등에 들어가는 붉은 문양의 원료이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봄철에는 어린 순을 나물로 무쳐 먹거나, 국이나 찌개에 넣는 식용법이 지역에 따라 전해졌습니다. 뿌리는 ‘천초(茜草)’라는 이름으로 한약재 시장에서 유통되었고, 자궁 출혈, 무월경, 근육통, 타박상, 간 기능 장애 등에 민간 처방으로 활용되었습니다. 이러한 식용과 약용 활용은 오랫동안 크게 문제시되지 않았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생태적 전통의 일부로 여겨졌습니다.
3) 암 유발 성분과 독성에 대한 과학적 연구
전환점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일어난 독성 및 발암성 연구에서 시작됩니다.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진행된 일련의 동물실험 연구에 따르면 꼭두서니 뿌리 추출물 속 안트라퀴논계 성분이 간과 신장에 독성을 유발하고, 장기 노출 시 실험 동물의 간암, 신장암, 위암 유발률을 유의미하게 증가시킨다는 사실이 보고되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문제가 된 성분은 루브리아딘(rubiadin)과 루브리아닌(rubianin)이며, 이들은 체내에서 대사될 때 DNA에 결합하여 변이(mutation)를 유도할 수 있는 전구 물질로 작용할 수 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특히 간세포에 대한 유전자 독성(genotoxicity) 실험에서 DNA 손상, 염색체 이상 빈도 증가, 세포 분열 억제 등의 유의미한 반응이 관찰되었으며, 국제암연구소(IARC)에서는 루브리아딘을 2B군 발암물질(인간에 발암 가능성이 있음)로 분류했습니다.

한편, 꼭두서니 추출물을 장기간 섭취한 마우스와 랫드에게서 신장 섬유화, 간 효소 수치 이상, 장 점막 세포의 괴사 반응 등이 반복적으로 나타났고,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각국은 식품 원료나 건강기능식품 소재로서의 안전성에 심각한 우려를 제기했습니다.

4) 국내외 유통 금지의 법적 경과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0년대 초반 꼭두서니에 대한 독성 관련 학술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식물로 판단하고 식품 원료 목록에서 제외했습니다. 이후 2016년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꼭두서니를 ‘사용 불가 원료’로 명시했으며, 식품의 원재료나 첨가물로 사용하는 것을 전면 금지했습니다.

이와 유사한 조치는 일본, 유럽연합, 미국에서도 시행되었습니다. 특히 일본 후생노동성은 꼭두서니 속 식물을 건강식품에서 퇴출시켰고, EU에서는 천연 색소 원료로 사용되던 루브리아딘 관련 물질을 첨가물 목록에서 삭제했습니다. FDA는 꼭두서니 계통 안트라퀴논에 대해 GRAS(일반적으로 안전하다고 인정되는 물질)에서 제외했습니다.

이러한 법적 조치의 공통된 배경은 장기적 섭취 시 독성 우려가 분명하다는 점, 특히 어린이, 임산부, 면역저하자 등 민감 집단에 대한 위해가 클 수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식품 안전에 대한 국제 기준 강화에 따라, 전통적 사용 이력만으로 안전성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과학적 입장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합니다.
5) 현대 사회에서 꼭두서니의 재조명 가능성
그렇다면 꼭두서니는 이제 완전히 폐기되어야 하는 식물일까요?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꼭두서니의 안트라퀴논 유도체는 항균, 항염, 항암 등의 생리활성을 보이며, 합성 화학물질에 비해 분해 가능성과 생태 친화성이 높은 물질로 간주됩니다. 따라서 현재는 먹는 식품보다는 외용제, 생분해 염료, 천연 방충제, 세포 실험용 항산화 소재 등의 방향으로 활용 연구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또한 유전자 조작 또는 화학적 정제 기술을 활용하여 독성 성분을 제거하거나, 특정 분획만을 분리하여 기능성 소재로 전환하는 기술도 점차 개발되고 있습니다. 이는 꼭두서니 자체의 위험성을 경계하면서도, 생물자원으로서의 가치를 보존하는 방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결론
꼭두서니는 한때 사람의 식탁과 약상, 옷감과 염료를 모두 장식했던 다목적 식물이었습니다. 그러나 과학의 눈으로 본 결과, 그 영광 뒤에는 독성과 발암 가능성이라는 그늘이 존재하고 있었고, 이를 무시한 채 전통에만 기대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 용납되지 않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과거의 지혜를 존중하되, 철저한 검증을 바탕으로 선택해야 합니다. 꼭두서니의 사례는 단지 한 식물에 관한 이야기를 넘어, 인류가 전통과 과학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교훈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