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노량진의 한 곰탕 전문점 앞에 ‘무인 매장’이라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었다. 매장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익숙한 음식점의 풍경 대신 차갑고 규칙적인 기계음이 반겼다. 따뜻한 인사를 건네는 직원도, 자리를 안내하는 종업원도 없었다. 대신 벽면에는 전자 메뉴판이 걸려 있었고, 중앙에는 셀프 주문기기 두 대가 자리 잡고 있었다. 마치 편의점의 자동 계산대를 연상시키는 구조였다.
2) 나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매장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몇몇 손님들이 이미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조용히 식사를 하거나 휴대폰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고, 대화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주방 쪽에서는 작은 창구를 통해 기계가 움직이는 소리만 가끔 들려왔다. 한쪽 벽면에는 ‘주문 후 호출벨이 울리면 픽업대에서 음식을 찾아가세요’라는 안내 문구가 붙어 있었다.
3) 나는 키오스크 앞에 섰다. 터치스크린을 가볍게 누르자 다양한 메뉴가 등장했다. 대표 메뉴인 곰탕을 선택하고, 추가 토핑과 공깃밥 여부를 결정한 후 결제를 완료했다. 주문이 접수되자 작은 영수증이 출력되었고, 화면에는 대기번호가 표시되었다. 식당의 모든 과정이 기계적으로, 마치 공장의 조립 라인처럼 차례로 진행되었다.
주문을 마친 후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 예전 같았으면 직원이 친절하게 물을 따라 주고, 반찬을 세팅해 주었겠지만, 이곳에서는 모든 것이 셀프였다. 한쪽에 마련된 셀프바에서 김치와 깍두기를 덜어오고, 물도 직접 가져왔다. 무인 매장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4) 잠시 후, 전광판에 내 대기번호가 떴고, 작은 진동벨이 울렸다. 픽업대로 가자 트레이에 담긴 곰탕 한 그릇과 밥, 반찬들이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직원이 직접 서빙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제외하면 음식의 비주얼은 일반적인 식당과 다를 바 없었다. 국물은 뽀얗고 진한 색을 띠고 있었고, 고기도 넉넉하게 들어 있었다.
숟가락을 들어 국물을 한 모금 떠먹었다. 깊고 진한 맛이 혀를 감싸며 퍼졌다. 직원이 없는 공간에서 먹는 음식이었지만, 맛만큼은 전통 있는 곰탕집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쩌면 이곳이 무인 매장이라는 사실조차 잠시 잊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5) 하지만 한편으로는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평소 같으면 음식 맛을 칭찬하며 사장님이나 직원과 몇 마디 주고받았을 텐데, 여기서는 그럴 수 없었다. 혹여 국물이 너무 짜거나 부족한 게 있어도 이야기할 곳이 없었다. 사람이 없다는 점이 편리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무언가 허전했다.
6) 식사를 마치고 자리를 정리한 후, 퇴식구에 식판을 반납했다. 따뜻한 인사를 건네는 직원이 없으니 그저 조용히 문을 열고 나설 뿐이었다. 입구의 ‘무인 매장’이라는 입간판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많은 것들이 자동화되고 있지만, 음식점에서 직원과 나누던 작은 교류들, 따뜻한 인사 한마디가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7) 노량진의 이 무인 곰탕집은 어쩌면 앞으로 더 많은 음식점이 가게 될 방향을 보여주는 사례일지도 모른다. 효율성과 경제성을 고려하면 무인 매장은 점점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 편리함 속에서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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