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두바이 초콜릿'으로 인해 전 세계적인 피스타치오 수요가 급증하면서 발생한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 현상에 대해 심층적으로 다룬 글입니다.

두바이 초콜릿' 열풍이 부른 피스타치오 대란…전 세계가 탐하는 ‘녹색 금’
한때 중동 지역의 한정된 간식 재료였던 피스타치오가 전 세계에서 ‘금값’이 되고 있다. 특히 ‘두바이 초콜릿’이라 불리는 고급 디저트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며, 피스타치오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 결과, 주요 생산국들의 공급난과 기후 변화까지 겹쳐 피스타치오 가격은 급등하고, 이를 둘러싼 산업 지형 역시 크게 변화하고 있다.

■ 두바이 초콜릿, 글로벌 미식 트렌드를 뒤흔들다
피스타치오의 인기는 최근 몇 년 사이 특히 중동과 유럽, 아시아에서 고급 디저트 재료로 급부상하면서 급격히 높아졌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두바이 초콜릿’이다. 두바이 초콜릿은 말 그대로 두바이에서 시작된 고급 수제 초콜릿으로, 풍부한 피스타치오 페이스트와 금박, 로즈워터, 사프란 등의 프리미엄 재료를 혼합해 만든 디저트다.

특히 틱톡,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퍼진 이 초콜릿은 먹는 재미뿐 아니라 ‘보여주는’ 즐거움까지 갖추고 있어, 젊은 세대 사이에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중동 지역의 명품 디저트 카페에서는 이 초콜릿 한 조각이 15달러를 웃돌고, 두바이 여행의 ‘필수 코스’로 꼽히기도 한다.

이러한 인기는 곧바로 전 세계적인 수요 증가로 이어졌다.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는 물론, 유럽과 북미의 고급 디저트 브랜드들도 ‘피스타치오 초콜릿’ 제품을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으며, 마카롱, 케이크, 젤라또 등 다양한 디저트에도 피스타치오 페이스트와 통피스타치오가 사용되고 있다.
■ 녹색 보석, 그러나 한정된 자원

피스타치오는 기후와 재배 환경에 매우 민감한 작물이다. 주요 생산국은 미국(특히 캘리포니아), 이란, 터키, 시리아, 이탈리아 등이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기후 변화와 정치적 불안정성으로 생산이 크게 위축됐다.

예컨대 미국 캘리포니아는 세계 최대의 피스타치오 생산지지만, 지속된 가뭄과 지하수 고갈로 인해 수확량이 줄고 있다. 이란과 터키 역시 한때 세계 최대의 피스타치오 수출국이었지만, 최근 경제 제재, 환율 변동, 기후 이상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생산량이 급감했다.

게다가 피스타치오 나무는 열매를 맺기까지 최소 7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단기적인 수요 급증에 유연하게 대응하기가 어렵다. 이러한 구조적 제약은 현재의 공급난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 가격 폭등과 그 여파

농산물 선물 시장에 따르면, 2024년 하반기부터 피스타치오 가격은 꾸준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2025년 들어서는 전년 대비 70% 이상 급등했다. 일부 프리미엄 품종의 경우, 1kg에 50달러를 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이는 같은 무게의 소고기보다 비싼 수준이다.
이 같은 가격 상승은 디저트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소규모 제과점이나 카페는 피스타치오를 아예 메뉴에서 제외하거나, 사용량을 줄이고 있다. 프랜차이즈 카페에서는 피스타치오 음료 및 디저트 가격을 평균 20~30% 인상했고, 대형 유통업체들도 수급 불안정을 우려해 한시적으로 수입량을 줄이거나 고가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국가에서는 피스타치오를 ‘사치재’로 분류하고 고율의 수입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탈리아, 그리스, 일본 등에서는 고급 피스타치오 제품에 대해 소비세를 별도로 책정하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 대체재 찾기와 ‘인공 피스타치오’ 실험

이런 상황에서 업계는 피스타치오를 대체할 재료를 모색 중이다. 캐슈넛, 호두, 해바라기씨 등을 활용한 유사 페이스트 개발이 활발하며, 그 맛과 질감을 피스타치오와 유사하게 만드는 인공 향미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일부 스타트업들은 ‘실험실 배양 피스타치오’라는 신기술에도 도전하고 있다. 세포 배양 기술을 응용해 실제 피스타치오 맛과 향을 내는 식물성 단백질을 제조하거나, 고온 압축 및 발효를 통해 피스타치오 유사 제품을 만드는 시도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원재료인 진짜 피스타치오의 풍미를 완전히 대체하긴 어려운 단계다.
■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노력
피스타치오 산업이 지속가능성을 갖추기 위해선 무엇보다 재배 환경의 다변화가 필요하다. 미국과 중동 외에도 피스타치오 재배가 가능한 지역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그리스, 스페인, 호주 등에서는 피스타치오 농장을 확대하거나 연구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친환경 농법 도입도 중요해지고 있다. 가뭄에도 비교적 강한 품종 개발, 적은 물로도 재배 가능한 스마트 농업 기술 도입, 해충 피해를 줄이는 생태 농법 등이 병행되고 있다. 글로벌 식품 대기업들은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피스타치오 농장에 직접 투자하거나 계약재배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 향후 전망: 피스타치오의 미래는?
피스타치오는 단순한 견과류가 아닌, 이제는 글로벌 미식 산업의 핵심 원재료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특히 ‘두바이 초콜릿’과 같은 프리미엄 디저트 트렌드는 향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피스타치오 수요는 한동안 계속해서 증가할 전망이다.
다만 기후 변화와 공급 구조의 제약이 계속된다면, 피스타치오의 ‘희소가치’는 더욱 올라갈 수 있다. 결국 이 문제를 풀어갈 핵심은 ‘기술’과 ‘다변화’에 있다. 농업 기술, 식품 기술, 공급망 전략을 얼마나 혁신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피스타치오의 미래가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