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은 옥상 태양광, 밀어붙이는 정부…“분양가 높이고 미관만 해칠 텐데”

최근 정부가 신축 건물의 옥상 태양광 설치를 사실상 의무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건설업계와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탄소 중립과 재생 에너지 확대라는 대의 아래 태양광 보급을 확대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실효성, 안전성, 미관, 경제성 등 다방면에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1) 정부의 방침: 탄소중립과 에너지 자립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는 최근 공동으로 ‘건축물 에너지 절감 및 신재생 에너지 의무 비율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일정 규모 이상의 신축 건물에는 옥상 태양광을 설치하는 것이 사실상 의무화된다.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 건축물까지도 예외 없이 적용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실현은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이며, 태양광 보급 확대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이어 “도심 내 자가 발전 시스템을 통해 에너지 자립률을 높이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국민들에게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2) 건설업계의 우려: 시공 부담과 분양가 상승

그러나 건설업계는 이 같은 방침에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시공상 복잡성과 그에 따른 분양가 상승이다. 실제로 고층 건물의 옥상 면적은 제한적이며, 여기에 발전 효율을 고려한 설비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구조보강, 안전설계, 방수공사 등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그 결과, 분양가가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기존보다 수천만 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들 수 있는데, 이 부담은 고스란히 분양가에 반영될 것”이라며 “실제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미미한데 부담만 커진다”고 말했다. 특히 소형 오피스텔이나 원룸형 주택처럼 옥상이 협소한 구조에서는 태양광 패널 설치가 구조적·기술적으로도 쉽지 않다.
3) 미관과 안전성 문제: 도시 경관의 훼손 우려

태양광 패널이 옥상에 무분별하게 설치될 경우 도시 미관이 해쳐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패널이 낡고 관리되지 않으면 흉물로 변할 수 있고, 폭우나 강풍 등 자연재해 시 낙하 위험도 존재한다. 이로 인한 인명 사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 단지 입주민은 “태양광 패널이 도입된 이후 몇 번의 강풍에 파손된 사례를 봤다”며 “보기에도 좋지 않고, 이게 과연 친환경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23년 강원도 지역에서는 태풍 ‘카눈’으로 인해 여러 태양광 패널이 날아가 주택과 차량이 피해를 입은 사례도 있다.
4) 실효성 논란: 투자 대비 효과는?

정부는 태양광 설치를 통해 건물 자체의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탄소 배출을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실질적 효과에 대한 회의론도 존재한다. 일조량이 제한된 도심 고층 빌딩의 옥상에서 생산할 수 있는 전기는 전체 소비량에 비하면 극히 미미하다는 것이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기술적으로 발전 효율이 낮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설치를 의무화하면, 결국 형식적 설치에 그치고 유지관리 비용만 늘어날 수 있다”며 “실제 에너지 절감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특히 겨울철이나 흐린 날씨가 지속되는 계절에는 발전량이 급감하며, 이런 간헐성은 에너지 자립의 관점에서도 큰 한계를 보인다. 이 때문에 ‘옥상 태양광’보다도 오히려 지역 단위의 에너지 네트워크 강화, 고효율 저장장치 개발 등에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5) 입주민 반발: 동의 없는 설치에 대한 불만

무엇보다 실제 입주민들 사이에서는 자신들의 동의 없이 옥상에 태양광 설비가 설치되는 것에 대한 불만이 크다. 특히 아파트나 연립주택의 경우, 옥상은 공유재산인데도 입주자 대표회의나 조합의 동의 없이 설치가 강행되는 경우가 있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경기도 성남시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입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옥상 태양광 철거를 요구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한 주민은 “설치 당시 아무 설명도 듣지 못했고, 수익도 공유되지 않는다”며 “단지의 자산 가치를 떨어뜨릴 뿐 아니라, 구조물에 하중이 가해지는 것도 불안하다”고 지적했다.
6) 대안은 없는가?

일각에서는 옥상 태양광 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적용 방식과 설치 대상에 있어 보다 유연하고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건물의 구조나 입지, 일조량 등을 고려해 설치 여부를 결정하고, 자율적 동의를 전제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태양광 외에도 지열, 수열, 풍력 등 다양한 재생에너지원의 분산적 활용을 통해 보다 균형 잡힌 에너지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고밀도 도시 지역보다 중소도시나 공장지대 등에서의 대규모 태양광 단지 조성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7) 결론: 목적은 옳지만 방식은 신중해야
기후 위기 대응과 에너지 자립이라는 궁극적 목적에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공감한다. 그러나 그 방식이 무리하거나 현실을 외면한 채 일률적으로 추진될 경우, 정책은 실효성을 잃고 시민들의 반발만 키울 수 있다.
옥상 태양광 의무화 정책 역시 이러한 측면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분양가 상승, 도시 미관 저해, 안전 문제, 실효성 부족 등 복합적인 문제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사회적 합의 없이는, 그 어떤 ‘친환경’ 정책도 성공을 담보하기 어렵다.
궁극적으로는 정부가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현장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제도 설계를 통해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을 이루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