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은 가짜였다”…美 코카콜라, 재활용 광고에 ‘이미지 세탁’ 판결

미국의 대표적인 음료 회사인 코카콜라(Coca-Cola)가 재활용과 환경 보호를 강조하는 광고를 통해 친환경 기업 이미지를 홍보해왔지만, 정작 실제로는 막대한 플라스틱 폐기물을 배출하고 있다는 환경단체들의 주장이 항소심에서 받아들여졌다. 이번 판결은 기업의 '그린워싱(Greenwashing)'—즉, 친환경적인 척하며 실상은 그렇지 않은 행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1) “지속가능성 강조는 허울뿐”…법원, 환경단체 손 들어줘
이번 사건은 환경보호 단체인 ‘어스 저스티스(Earth Justice)’와 ‘플라스틱 없는 미래(A Future Without Plastic)’가 코카콜라사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 소송에서 비롯됐다. 이들 단체는 코카콜라가 “세계적으로 재활용 가능한 용기와 친환경 시스템을 확대하고 있다”는 광고 문구를 통해 소비자를 오도하고 있으며, 이는 사실상 ‘허위 광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제9순회 항소법원은 1심 판결을 뒤집고 환경단체의 손을 들어주며, 코카콜라의 친환경 광고가 “소비자를 기만할 수 있는 충분한 소지가 있다”고 판시했다.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코카콜라의 광고는 자사 제품이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으나, 실제 기업 활동을 보면 연간 수백억 개의 플라스틱 병을 생산하며 재활용률도 이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2) 재활용 강조 광고, 소비자 오도

코카콜라는 지난 수년간 “지속가능한 패키징(sustainable packaging)”을 주요 마케팅 키워드로 내세우며, 자사의 음료 병들이 재활용 가능하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강조해왔다. 특히 TV, 온라인, 지면 광고뿐 아니라, 유명 아티스트와의 협업, 박람회 부스, 글로벌 캠페인을 통해 “빈 병을 다시 생명으로(Bottle to Life)”와 같은 슬로건을 적극 활용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환경단체들은 코카콜라가 전 세계 플라스틱 오염의 주범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으며, 2024년 한 해 동안만 약 1200억 개에 달하는 플라스틱 병을 생산했다고 밝혔다. 이 중 실제로 회수되어 재활용된 병은 20%도 되지 않는다는 게 단체들의 주장이다. 특히 저소득 국가에서는 병이 수거조차 되지 않고 쓰레기로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3) ‘그린워싱’ 논란, 단순 이미지 아닌 윤리적 문제

이번 항소심 판결의 핵심은 코카콜라의 행동이 단순히 과장 광고의 수준을 넘어서, 소비자를 체계적으로 기만하고 있다는 점이다. 환경단체와 법원은 “코카콜라의 광고는 친환경 브랜드로서의 신뢰를 형성함으로써 소비자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으며, 이는 곧 시장의 공정성을 해친다”고 강조했다.

법원은 특히 “코카콜라가 재활용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와, 자사가 배출하는 플라스틱의 환경적 영향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광고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이는 명백한 ‘의도적 은폐’라고 판단했다.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이 판결이 향후 대기업의 광고 전략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스탠퍼드 법대의 환경법 전문가 제니퍼 리 교수는 “소비자들이 점점 환경에 민감해지는 가운데, 기업이 실질적인 책임 없이 그 이미지만으로 이득을 취하려는 시도는 더 이상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4) 기업 윤리와 지속가능성의 경계
코카콜라는 판결 직후 공식 입장문을 통해 “광고는 우리의 장기적인 재활용 목표와 비전을 반영한 것이며, 절대 소비자를 기만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2030년까지 모든 병을 100% 재활용하거나 재생 플라스틱으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지속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이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어스 저스티스의 대변인 린다 매커시는 “기업이 장기적인 목표만 제시하고, 현재의 현실을 왜곡하는 것은 오히려 문제를 가중시키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소비자는 지금 이 순간 어떤 기업이 더 친환경적인 선택을 하고 있는지를 알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5) 소비자의 권리, 기업의 책임

이번 판결은 단순히 코카콜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지속가능성’을 외치고 있지만, 실제로는 생산과 유통, 폐기 시스템 전반에서 환경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는 비판은 끊이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그린워싱’을 방지하기 위한 강력한 입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EU)은 2023년부터 기업의 지속가능성 보고 의무를 강화하고, 광고 내 친환경 표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며, 미국에서도 유사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FTC(연방거래위원회)는 ‘환경 마케팅 가이드라인’ 개정을 검토 중이며, 실제 데이터를 근거로 하지 않은 광고는 ‘허위’로 판단될 가능성이 커졌다.
6) 소비자의 신뢰는 하루아침에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한 번의 실망은 오랜 시간 쌓아온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 코카콜라의 이번 판결은 그 상징성과 영향력 면에서 ‘기업의 이미지와 실제의 괴리’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남게 될 것이다.
결국 기업이 진정한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려면, 그 시작은 솔직한 자기 고백과,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변화에서 출발해야 한다. 광고 속 재활용이 현실에서도 진짜가 될 때, 비로소 소비자도 기업을 믿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