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의 일을 남일처럼 여기면 남이 된다. 부부관계는 '우리'라는 운명공동체 의식이 있다. 1정서적 연대감이 관계의 토대를 형성한다.2 공유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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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의 일을 남일처럼 여기면 남이 된다. 부부관계는 '우리'라는 운명공동체 의식이 있다. 1정서적 연대감이 관계의 토대를 형성한다.2 공유된

by honeypig66 2025. 5. 30.

“배우자의 일을 남일처럼 여기면 남이 된다”는 말은 부부관계의 본질을 명료하게 요약하는 표현이다. 이 문장은 단순한 도덕적 훈계가 아니라, 인간관계의 심리적·신경생물학적 기반을 내포한 통찰이기도 하다. 부부관계는 단순한 생활의 동거가 아니라, ‘우리’라는 운명공동체 의식 속에서 정서적으로 긴밀히 연결되고, 공동의 목표와 책임을 공유하는 연합체다. 이러한 관계가 건강하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호의 이상의 구조적·정서적 조건이 필요하다. 이 글에서는 부부관계의 핵심 요소로 제시된 ① 정서적 연대감, ② 공유된 책임의식, ③ 무관심의 해악, ④ 개별성과 공동체성의 균형이라는 네 가지 요소를 중심으로, 이들이 어떻게 부부관계의 질과 지속 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분석한다.


1. 정서적 연대감: 부부관계의 정서적 기반

정서적 연대감(emotional attunement)은 한 사람이 타인의 감정을 민감하게 인식하고, 그에 반응하며, 감정적으로 공감하는 능력을 말한다. 부부관계에서는 이러한 정서적 공감 능력이 특히 중요하다.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감정의 공유는 신경적 수준에서도 서로 영향을 미친다. 특히 뇌의 '거울 뉴런 시스템(mirror neuron system)'은 배우자의 감정 상태를 자신의 것처럼 인식하고 반응하게 만든다. 이 시스템은 상대가 웃을 때 나도 미소 짓게 만들고, 슬퍼할 때 함께 무거워지게 만든다.


미국 심리학자 존 가트맨(John Gottman)은 40년 이상 부부를 연구하면서, 행복한 부부는 갈등 상황에서도 서로의 정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감정적 지지와 유대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에 따르면, 부부 간의 ‘정서적 통로’가 끊기면 관계가 급속도로 악화되며, 이 통로를 유지하는 핵심은 일상 속의 작은 감정적 교류다. 예를 들어, 배우자가 피곤하다는 말에 "그래서 힘들었겠네"라고 공감하는 태도는 정서적 연대감을 강화한다.


연구에 따르면, 정서적 연대감이 높은 부부는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혈압, 심박수, 코르티솔(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더 안정적으로 유지되며, 면역 기능도 더 강한 경향을 보인다. 정서적 연대감은 단순한 기분 좋음 이상의 신체적 건강 자산이기도 하다.


2. 공유된 책임의식: 관계를 강화하는 실천적 연결

부부는 단지 감정을 나누는 사이일 뿐 아니라, 생활을 공동으로 운영하는 실천적 동반자다. 공동의 목표와 책임을 인식하고 이에 함께 참여하는 태도는 관계의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 책임의식은 생물학적 진화 관점에서도 설명된다. 인간은 짝짓기 후에도 오랜 시간 자녀를 함께 양육하며 생존율을 높이는 전략을 취해왔고, 이는 사회적·심리적 협력 시스템을 발전시키는 토대가 되었다.


심리학적으로는 이러한 공동 책임감이 ‘우리는 하나의 팀이다’라는 감각, 즉 ‘운명공동체 의식’을 강화한다. 이는 ‘공동정체성(shared identity)’의 개념으로 설명되며, 한 사람이 상대의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여기고, 기쁨과 슬픔, 성공과 실패를 함께 나누는 태도다. 연구에 따르면, 이런 태도를 가진 부부는 가사 분담, 자녀 양육, 재정 관리 등 현실적인 문제에서 더 효과적으로 협력하며 갈등이 발생해도 회복 탄력성이 높다.

이와 반대로 ‘각자도생’의 마인드가 지배하는 관계에서는 부부가 같은 공간에 있어도 정서적으로 분리된 상태로 존재하게 된다. “네 일은 네 일, 내 일은 내 일”이라는 태도는 독립을 가장한 방관이 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심리적 거리감을 키운다. 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정적 소외, 역할 충돌, 정체성 혼란을 야기하게 된다.


3. 무관심: 관계의 생명력을 갉아먹는 침묵의 독

부부 관계를 해치는 가장 치명적인 요소 중 하나는 ‘갈등’이 아니라 ‘무관심’이다. 심리학자들이 제시하는 ‘관계 붕괴의 4기수(Four Horsemen of the Apocalypse)’ 중 가장 위험한 요소로 꼽히는 것은 경멸(contempt)과 무시(stonewalling), 즉 정서적 단절 상태다. 이는 더 이상 상대의 존재에 관심이 없거나, 상대를 변화의 주체로 기대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무관심은 신경학적으로도 뇌의 '보상 시스템(reward system)'이 배우자와의 상호작용에서 더 이상 긍정적 자극을 받지 않는 상태로 해석될 수 있다. 도파민 분비가 감소하고, 배우자의 존재가 ‘익숙한 배경’으로 전락하면서, 상호작용이 점차 줄어든다. 결국 의사소통 빈도는 감소하고, 감정 공유는 사라지며, 정서적 고립이 강화된다.


이는 실제로 심리적·신체적 건강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장기적으로는 우울증, 불면증, 면역력 저하와 같은 건강 문제와 관련되며, 부부 갈등보다 더 심각한 ‘정서적 이혼(emotional divorce)’ 상태에 이르게 만든다. 말다툼조차 사라진 관계는 외부 자극이나 제3자 개입 없이는 회복이 어려워진다.

4. 개별성과 공동체성의 균형: 성숙한 관계의 조건

부부관계가 건강하게 지속되기 위해서는 '우리'라는 공동체 감각과 '나'라는 개별 정체성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지나친 개별성은 이기주의로 흐르기 쉽고, 지나친 공동체성은 자아 소외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성숙한 관계란 서로의 경계를 인정하면서도, 공동의 목적을 위해 협력할 수 있는 관계다.


이 균형은 애착이론(attachment theory)에서도 설명된다. 안정 애착(secure attachment)을 형성한 부부는 상대에게 의지하되, 자율성을 해치지 않는 관계를 구축한다. 예를 들어, 배우자의 성공을 기뻐하면서도 그에 기대지 않고 자신의 삶을 충실히 꾸려가는 모습은 건강한 상호작용의 예다.


또한, 자기결정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은 인간이 심리적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자율성(autonomy), 유능성(competence), 관계성(relatedness)이라는 세 가지 기본 욕구를 충족해야 한다고 본다. 부부관계에서도 이 세 요소가 충족되어야 개개인이 관계 속에서 성장하고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자신만의 관심사와 목표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배우자의 삶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야말로 이상적인 조화다.


결론: 부부는 '함께 살아내는 관계'

부부관계는 감정적 유대와 실천적 협력이 동시에 작동하는 복합적 구조다. 단순히 좋아하는 감정으로만 유지되지 않으며, 실천을 동반하지 않는 감정도 오래 지속될 수 없다. 배우자의 일을 남의 일처럼 여기는 태도는 정서적 분리의 시작이며, 그것이 장기화되면 공동체 의식이 붕괴되고 관계의 생명력은 급속히 약화된다.


반대로, 상대의 기쁨과 슬픔, 실패와 성공에 함께 반응하는 정서적 연대감, 삶의 과업을 나누는 책임의식, 관심과 배려를 실천하는 일상적 태도, 그리고 서로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도 함께 살아가는 자세는 부부관계를 유연하고 견고하게 만든다. 결국 부부는 동행자이자 협력자이며, 함께 성장해가는 존재다. 과학은 이러한 관계가 단지 도덕이나 전통에 의해 지켜지는 것이 아니라, 뇌와 마음, 행동의 복합 작용을 통해 생리적·정신적으로 뿌리내리는 구조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따라서 “배우자의 일을 남일처럼 여기면 남이 된다”는 말은 단순한 은유가 아니라, 관계의 과학적 진실을 담고 있는 선언이기도 하다. 부부는 '같이' 살아야지, 단지 '함께' 있는 것만으로는 관계가 유지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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