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배터리 음극재 산업에서의 ‘탈중국’ 움직임과 관련된 정부의 보조금 정책, 흑연 및 무수불산의 중요성에 대한 심층 분석 기사 형식 글입니다:
배터리 음극재 ‘탈중국’ 가속… 정부, 국산화 기업에 보조금 지원 나선다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핵심 부품인 2차전지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배터리의 성능과 수명, 안전성을 좌우하는 핵심 소재인 음극재(anode material)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 의존도가 유독 높은 분야로 꼽힌다. 최근 한국 정부와 국내 기업들은 이 같은 ‘중국 의존’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섰다. 정부는 탈중국 전략을 지원하기 위해 음극재 원료의 국산화에 성공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보조금 지원 방안을 마련 중이며, 흑연 및 무수불산 등 핵심 소재 확보에도 집중하고 있다.
1. 왜 음극재인가?

음극재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음극을 구성하는 소재로, 리튬이온이 충전 시 저장되고 방전 시 방출되는 역할을 한다. 음극재의 종류에는 천연흑연, 인조흑연, 실리콘 복합재 등이 있으며, 현재 상용화된 배터리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것은 흑연이다. 특히 전기차용 배터리에서는 고출력·고안정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정교한 가공과 고순도의 흑연이 필요하다.

2. 중국의 압도적 점유율
전 세계 배터리용 흑연 공급망의 중심은 중국이다. 천연흑연 채굴부터 정제, 구형화, 표면처리, 코팅에 이르기까지 전체 공정의 80% 이상이 중국에서 이뤄진다. 특히 구형화 공정에서는 세계 점유율이 90%를 넘는다. 이러한 구조는 단순한 원료 문제를 넘어 정치·경제적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2023년 12월, 중국은 흑연 수출에 대한 통제 조치를 강화했다. 이는 자국 산업 보호와 동시에 전략자산으로서의 소재 무기화를 염두에 둔 조치로 해석됐다. 한국과 일본 등 배터리 산업 강국은 즉각적인 대체 공급망 확보에 나섰고, 특히 한국은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본격적인 탈중국 전략을 추진하게 되었다.

3. 정부의 보조금 전략

한국 정부는 2024년부터 ‘핵심 광물 및 소재 자립화 전략’을 수립하고, 국산화에 성공한 기업을 대상으로 세제 혜택, 금융 지원, R&D 보조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는 공동으로 ‘음극재 소재 자립화 지원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특히 흑연 가공과 표면처리, 무수불산 생산 기술을 확보한 기업들에 최대 30%의 설비투자 보조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민관 협력 체계를 통해 호주, 인도, 탄자니아 등과의 천연흑연 광산 공동 개발 프로젝트에도 나섰다. 국영 광물공사와 대기업, 중견 음극재 가공업체가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해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을 추진 중이다.
4. 핵심 소재: 무수불산과 그 의미

음극재 생산 공정에서 중요한 화학물질 중 하나가 바로 **무수불산(HF, Hydrofluoric Acid Anhydrous)**이다. 무수불산은 흑연 표면을 세정하고, 불순물을 제거하며, 표면처리 및 코팅 과정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무수불산은 고위험 화학물질로 분류되어, 높은 기술력과 안전 시스템을 요구한다.

현재 무수불산의 60% 이상도 중국에서 수입되고 있으며, 이 역시 공급망의 취약 지점 중 하나다. 한국은 불산 관련 사고 이후 많은 생산시설이 축소되었고, 반도체·배터리 산업에서 사용하는 고순도 불산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25년까지 고순도 무수불산의 국산화율을 7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관련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 이전과 시범 생산라인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
5. 민간 기업의 움직임
에코프로, 포스코퓨처엠, 일진머티리얼즈 등 음극재 생산에 참여하는 주요 기업들도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에코프로는 인도네시아와 탄자니아에서 천연흑연 광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경북 포항에 흑연 가공 전용 공장을 설립해 테스트 생산을 시작했다. 포스코퓨처엠은 호주 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천연흑연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자체 기술로 구형화 설비를 개발 중이다. 일진머티리얼즈는 무수불산 고순도 정제 기술을 국산화하여 반도체와 배터리용 고부가 제품 생산에 나서고 있다.

6. 글로벌 경쟁 구도와 향후 전망
미국과 EU 역시 중국의 소재 무기화 가능성에 대비해 자국 중심의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으며, 한국과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중국산 배터리 소재를 포함한 제품에는 세액 공제를 제한하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 유럽 등 우방국과의 광물·소재 공급 협정 체결을 확대하고 있다.

향후 한국이 흑연과 무수불산을 포함한 배터리 핵심 소재의 자립화에 성공할 경우, 단순한 소재 수급 안정성 확보를 넘어 글로벌 배터리 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조흑연과 실리콘계 음극재 등 차세대 기술과의 연계가 가능해지면, 미래 전기차 시장에서 한국의 입지는 더욱 확고해질 것이다.

결론
배터리 산업의 경쟁은 단순한 제조를 넘어 핵심 소재의 확보와 국산화로 확장되고 있다. 한국이 ‘탈중국’ 전략을 현실화하고, 흑연과 무수불산 등 전략 자원의 안정적인 내재화를 이뤄낸다면, 글로벌 공급망 변화 속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의 보조금과 기업의 기술개발, 해외자원개발 협력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이제는 소재 주권 확보가 곧 산업 주권 확보라는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