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고 ‘가는 줄무늬 만두’ 미국서 특허받자…중국이 ‘발끈’
1) 2025년, 한국 식품 기업 CJ제일제당의 대표 브랜드 ‘비비고’가 미국에서 획득한 한 가지 특허가 뜻밖의 국제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가는 줄무늬 만두'. 표면에 미세한 주름이 일정한 방향으로 나 있는 이 독특한 만두는 미적으로 아름다울 뿐 아니라, 조리 과정에서 맛과 식감을 개선하는 기술까지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이 기술이 미국 특허청(USPTO)에서 정식 특허로 인정되자, 중국 내에서 예상치 못한 반응이 터져 나왔다. 중국 언론과 네티즌들은 "한국이 중국 전통 음식을 또 빼앗았다", "만두는 중국에서 유래한 것인데 한국이 독점하려 한다"는 반발을 쏟아내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식품 특허를 넘어 문화, 역사, 그리고 국가 이미지까지 얽힌 외교적 논쟁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이 ‘가는 줄무늬 만두’란 무엇이며, 왜 중국이 이렇게 강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일까?
2) 가는 줄무늬 만두, 단순한 디자인 아닌 과학
‘가는 줄무늬 만두’는 겉모양만 보면 평범한 만두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 줄무늬에는 섬세한 기술이 숨어 있다. CJ제일제당은 이 만두의 피(껍질)에 일정한 방향으로 얇은 주름을 넣어, 찌거나 굽는 과정에서 기름이나 수분이 보다 고르게 퍼지도록 설계했다. 이를 통해 겉은 바삭하면서도 속은 촉촉한 식감을 극대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이 줄무늬 덕분에 만두 표면에 양념이 더 잘 묻고, 조리 시 만두가 팬에 달라붙는 현상이 줄어드는 등 실용적인 장점도 확인됐다. 해당 기술은 2024년 말 미국 특허청으로부터 정식 특허 등록을 받았고, CJ 측은 이를 "글로벌 만두 시장의 판도를 바꿀 기술"이라고 자평했다.
2) 중국의 격한 반응, 그 속내는?
중국이 이번 특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단순히 ‘만두’라는 음식이 중국의 전통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중국에서 만두는 수천 년의 역사를 지닌 음식으로 여겨지며, 명절이나 행사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상징적인 메뉴다. 특히 '소룡포', '지아오즈'와 같은 지역별 만두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이번 CJ의 특허 등록은 중국 일부 언론과 누리꾼들 사이에서 "문화 탈취"로 비춰졌고, 심지어 일각에서는 CJ제일제당 제품의 불매 운동을 언급하는 글까지 등장했다. 중국 관영 언론 중 일부는 “한국은 또 다른 전통 문화 요소를 가져가려 한다”며, 과거 김치 기원 논쟁까지 언급하는 등 민족 감정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러한 반응은 단순히 만두의 모양이나 특허 기술 때문이라기보다는, 최근 몇 년간 쌓여온 한중 간 문화 갈등의 연장선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3) CJ제일제당의 입장과 대응
CJ제일제당 측은 이번 특허 등록과 관련해 “기존의 만두와는 차별화된 구조적 디자인과 조리 공정에 관한 기술로, 창의성과 독창성이 인정받은 결과”라며, “특정 국가의 전통 음식을 침해하거나 탈취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또한 CJ는 미국에서의 특허 등록은 자사의 글로벌 사업 확장을 위한 전략적 조치일 뿐, 중국 시장이나 문화를 겨냥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실제로 이번 특허는 중국 특허청이 아닌 미국에서 등록된 것으로, CJ는 여전히 중국 시장에서도 비비고 브랜드의 만두를 판매 중이다.
한편, CJ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가는 줄무늬 만두’가 한국 기업의 기술력과 식품 혁신 역량을 보여주는 사례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소비자들에게는 "이제 만두도 디자인과 기술로 승부하는 시대"라는 메시지를 던지고자 한다.
4) 만두 전쟁, 한중 간 문화영역 다툼의 또 다른 장
비비고 만두 특허 논란은 단순한 상표권이나 디자인 문제를 넘어,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문화 영토 전쟁'의 일환으로도 해석된다. 과거 김치와 한복, 아리랑 등의 문화 요소에 대해 중국과 한국이 각각 기원을 주장하며 격렬한 설전을 벌인 전례가 있다. 이처럼 음식, 의복, 전통 예술 등이 국가 정체성과 직결되는 요즘, 식품 한 가지에 대한 특허도 민족적 자존심의 문제로 확산될 수 있다.
특히 만두처럼 한·중·일 3국 모두에서 오랜 전통을 지닌 음식의 경우, 어떤 한 나라가 특허를 얻었다고 해서 그 음식 전체를 소유하는 것은 아니다. 특허의 범위는 어디까지나 기술적, 구조적, 상업적 보호에 국한되는 것이며, 문화 자체를 독점하는 개념과는 다르다.
그러나 이 같은 사실과 별개로, 감정의 영역에서는 상황이 달라진다. 중국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다음엔 설날도 특허 낼 셈이냐”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고, 일부는 “CJ 제품을 중국에서 퇴출시켜야 한다”는 강경한 의견까지 내고 있다.
5) 글로벌 시대, ‘음식’이 곧 ‘전략 자산’
이번 사건은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음식은 누구의 것인가? 그리고 문화와 상업적 기술은 어디에서 선을 긋는가?
전통음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디자인과 기술을 입혀 상품화하는 과정은 이제 글로벌 기업들에게 필수적인 전략이다. 특히 K-푸드가 한류의 일환으로 세계 각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이 기술적 진보를 바탕으로 문화적 자산을 적극 보호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당연한 흐름으로 평가된다.
반면, 이런 변화가 오랜 전통과 자부심을 갖고 있는 중국에게는 위협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양국 모두 ‘문화 보호’라는 명분 아래 자국 중심의 시각을 고수하게 되면, 사소한 특허 하나도 양국 관계에 큰 파장을 미칠 수 있다.
6) 결론: 만두 하나로 본 21세기 문화 전쟁
‘가는 줄무늬 만두’는 단순한 간식이 아니다. 그것은 21세기 문화 경쟁의 최전선에 선 하나의 상징이자, 기술과 정체성이 만나는 접점이다. CJ제일제당은 자사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 당당히 나아가고 있고, 중국은 자국 문화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입장에서 반응하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문화 강국은, 자국 문화를 닫아 두는 나라가 아니라, 그것을 발전시키고 세계와 공유하는 나라다. 결국 음식은 맛있게 나눌 때 가장 큰 가치를 지닌다. 경쟁과 분쟁보다는, ‘가는 줄무늬 만두’를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K-푸드의 상징으로 만드는 노력이 지금 더욱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