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로텍의 혁신적 수직이착륙기, '블랙 버드(Black Bird)'
오스트리아에 본사를 둔 항공기 기술 스타트업 **사이클로텍(CycloTech)**은 21세기 도심 항공 모빌리티(Urban Air Mobility, UAM)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한 독자적인 추진 기술을 개발해 왔다. 그 대표적인 결과물 중 하나가 바로 **‘블랙 버드(Black Bird)’**라는 이름의 프로토타입 수직이착륙기(VTOL: Vertical Take-Off and Landing)이다. 이 기체는 기존의 드론이나 헬리콥터에서 사용하는 전통적인 로터(회전날개) 시스템을 대신해, **사이클로로터(CycloRotor)**라는 독창적인 추진 기술을 탑재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1. 사이클로텍과 사이클로로터 기술

사이클로텍은 원래 오스트리아 엔진 및 기계기술 전문 기업인 MTRI(Magna Technische Entwicklungs GmbH)의 연구팀에서 시작되어 독립한 기술 스타트업으로, 2010년대 초반부터 사이클로로터(CycloRotor)라는 새로운 형태의 추진 시스템 개발에 집중해 왔다.

사이클로로터는 간단히 말하면 수평으로 배치된 회전형 실린더 블레이드 시스템이다. 다수의 블레이드가 실린더 축을 중심으로 회전하면서, 각각의 블레이드 각도(pitch)를 실시간으로 제어함으로써 추력의 방향과 크기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일반적인 헬리콥터 로터나 멀티콥터의 프로펠러와는 근본적으로 작동 원리가 다르며, **보다 정밀하고 즉각적인 추력 벡터링(thrust vectoring)**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2. 블랙 버드의 주요 사양

‘블랙 버드’는 사이클로텍이 자사의 사이클로로터 기술을 실제로 적용하여 제작한 실험용 프로토타입 VTOL이다. 이 기체는 인간이 탑승하지 않는 **무인기(UAV)**로 설계되었으며, 사이클로로터 4개를 사각형 배열로 장착하고 있다.
길이: 약 4.6m
무게: 약 83kg
추진 시스템: 4개의 사이클로로터
최대 속도: 약 80~100km/h
비행 시간: 약 10~15분 (전기 동력 기준)
기체 구조: 탄소섬유 복합소재 중심
운용 목적: 기술 시연 및 테스트 플랫폼

이 기체는 2021년부터 본격적인 시험 비행에 돌입했으며, 사이클로로터를 활용한 정지 비행, 수평 비행, 방향 전환 등의 기동을 실제로 성공적으로 시연하였다. 특히 주목할 점은 기존의 멀티콥터 UAV들과 달리, ‘블랙 버드’는 기체의 자세를 변경하지 않고도 추진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탑재물(센서, 카메라, 짐 등)이 흔들림 없이 고정된 자세를 유지할 수 있게 해주며, 향후 탑승형 기체로의 확장 가능성을 시사한다.
3. 기존 VTOL과의 차별점

블랙 버드의 가장 큰 기술적 차별점은 기존 VTOL의 제약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일반적인 VTOL 기체는 다수의 고정된 프로펠러를 사용하며, 비행 방향 전환 시 기체 전체를 기울이거나 회전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이는 승차감, 탑재물의 안정성, 공간 활용 면에서 불리한 구조다.
반면 블랙 버드의 사이클로로터는 단순한 기계 구조에도 불구하고 벡터 제어가 매우 빠르고 정밀하다. 즉, 비행 중 기체의 자세를 고정한 채로도 전후좌우 이동과 회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도심과 같이 복잡하고 좁은 공간에서도 안전하고 유연한 운용이 가능해지며, 향후 자율주행 에어택시, 드론 배달, 군용 정찰기 등 다양한 분야로의 응용 가능성을 확보하고 있다.

4. 기술적 도전과 과제
그러나 이 혁신적인 기술에도 해결해야 할 과제는 존재한다. 사이클로로터는 복잡한 제어 알고리즘과 정밀한 기계 구조를 필요로 하며, 그 제작 난이도와 유지 관리 비용이 비교적 높은 편이다. 또한, 현재까지는 소형 UAV에 적용 가능한 수준으로 동력과 효율이 제한되어 있으며, 인간 탑승이 가능한 대형 기체로의 확장에는 구조적 안정성과 에너지 효율성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
이 외에도 소음 문제, 법적 제도 정비, 충돌 방지 시스템 개발 등 도심 내 실제 운용을 위한 복합적인 과제가 산재해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적 난제를 해결해 나간다면, 블랙 버드의 기술은 향후 도심항공 모빌리티의 핵심 기술 중 하나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5. 향후 전망과 개발 계획
사이클로텍은 블랙 버드를 통해 확보한 기술 데이터를 바탕으로, 2~4인승 유인 VTOL 기체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실제로 2023년에는 일본의 야마토(Yamato) 및 글로벌 파트너들과 협력해 차세대 에어 모빌리티 플랫폼에 대한 공동 개발 계획을 발표한 바 있으며, 2030년대 초반까지 상용 유인기 시장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블랙 버드 프로토타입은 각국의 방위산업체 및 기술 기관에도 기술 라이선싱 또는 공동 연구의 형태로 소개되고 있으며, 군사용 정찰 드론, 고정밀 물류 드론 등의 특수 목적 UAV 개발에도 기여할 수 있는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결론
‘블랙 버드’는 단순한 프로토타입 이상이다. 그것은 미래 항공 기술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실질적 증거이며, 도심항공 모빌리티의 현실화를 위한 기술적 교두보다. 사이클로로터라는 독창적인 추진 방식을 통해, 블랙 버드는 기존 항공기의 틀을 깨고 새로운 비행 개념을 실현하고 있다. 향후 이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우리는 더 이상 "하늘을 나는 차"가 공상과학이 아닌 일상으로 다가오는 시대를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