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도 새 뇌세포 만든다…과학계 오랜 논란에 마침표. 스웨덴 연구진, 성인 해마에서 신경전구세포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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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도 새 뇌세포 만든다…과학계 오랜 논란에 마침표. 스웨덴 연구진, 성인 해마에서 신경전구세포 확인

by honeypig66 2025. 7. 5.

인간의 뇌는 성장이 멈추면 더 이상 새로운 뇌세포를 만들지 않는다는 기존 통념은 오랫동안 과학계에서 지배적인 견해였다. 특히 성인이 된 이후에는 뇌세포의 생성, 즉 **신경 발생(neurogenesis)**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 것으로 여겨졌으며, 이는 뇌 손상이나 신경퇴행성 질환이 사실상 회복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설명되었다. 그러나 최근 스웨덴의 카롤린스카 연구소(Karolinska Institutet)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는 이러한 통념에 종지부를 찍었다.

전자 현미경으로 관찰한 뇌 조직의 신경 세포. 크기에 따라 다른 색으로 나타냈다./구글, 미 하버드대

이들은 **성인의 해마(hippocampus)**에서 **신경전구세포(neural progenitor cells)**의 존재를 확인하고, 이들이 실제로 새로운 신경세포로 분화한다는 강력한 증거를 제시했다. 이 연구는 성인의 뇌도 일정 조건 하에 신경세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음을 시사하며, 기억, 감정, 학습 등 해마가 주관하는 뇌 기능의 회복 가능성과 뇌질환 치료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1. 해마는 어떤 역할을 하나?

(왼쪽) 생쥐 뇌의 해마, 주황색 사각형 안쪽 부분이 해마. 해마는 피질(주황색 화살표) 안쪽 부분에 위치한다. (오른쪽) 사람 뇌의 해마.

해마는 대뇌 변연계(limbic system)의 일부로, 기억의 형성, 공간학습, 감정 조절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구조이다. 특히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기능을 수행하며,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에서 가장 먼저 손상되는 영역이기도 하다.


따라서 해마에서 새로운 신경세포가 생성된다는 것은 곧 기억력, 감정 조절, 학습 능력 등의 회복 가능성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특히 우울증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서도 해마의 구조적 변화가 관찰된 바 있어, 이 연구는 정신의학 분야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2. 연구의 주요 내용과 방법

"성인 후반기까지 뇌 해마에서 신경세포가 생성된다는 증거 발견" 스웨덴 카롤린스카의대 연구팀은 단일 핵 RNA 시퀀싱과 공간 분해 전사체 분석을 이용해 성인의 뇌 해마(Hippocampus)에서 증식 중인 신경 전구세포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는 성인이 된 후도 뇌에서 신경세포가 계속 생성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Mattias Karlen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연구는 사망 직후 기증된 인간 뇌 조직을 이용하여 이루어졌다. 기존에는 주로 설치류를 대상으로 신경 발생을 연구해 왔으나, 이 연구는 성인 인간의 해마 조직에서 직접 관찰한 결과라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연구팀은 면역조직화학기법(immunohistochemistry)과 유전자표지 기술 등을 이용하여 신경전구세포 및 성숙한 신경세포의 표지 단백질을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해마의 치아이랑(dentate gyrus) 부위에서 신경전구세포가 존재하고 있으며, 일부는 새로운 신경세포로 분화하고 있었다.

또한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조직을 분석한 결과, 연령이 증가할수록 신경 발생률은 감소하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사실도 확인되었다. 이는 고령에서도 뇌의 가소성(plasticity)이 유지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3. 신경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연구자들은 성인기의 신경 발생률이 낮은 이유에 대해 여러 가설을 제시했다. 가장 큰 요인은 환경적 자극 부족, 스트레스, 염증, 운동 부족, 식이 불균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운동은 해마의 신경 발생을 촉진하는 강력한 자극으로 알려져 있다. 다양한 동물 실험에서 유산소 운동을 한 쥐들이 그렇지 않은 쥐에 비해 훨씬 많은 신경세포를 생성했으며, 이는 인간에게도 유사하게 적용된다는 여러 연구 결과가 있다.

또한, 스트레스는 코르티솔 호르몬을 통해 해마 세포를 파괴하거나 신경 발생을 억제하는 주요 인자로 작용한다. 따라서 정서적 안정, 적절한 수면, 사회적 교류, 건강한 식단이 성인의 뇌 건강 유지에 필수적인 요소라는 것이 이번 연구를 통해 다시 한번 강조되었다.

4. 이전까지의 과학계 논쟁

사실 인간의 해마에서 신경 발생이 가능한지를 둘러싼 논쟁은 1990년대부터 이어져 왔다. 1998년, 한 연구에서 인간 해마에서 신경세포가 생성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후 다른 연구에서는 이를 재현하지 못하며 논란이 이어졌다. 2018년에는 '성인 인간의 뇌에서는 신경 발생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낸 연구도 발표돼 학계를 양분시켰다.


그러나 이번 스웨덴 연구진의 분석은 이전보다 훨씬 정교한 분석법과 더 높은 해상도의 조직 샘플, 더 많은 사례 수를 통해 이루어진 만큼, 그 과학적 신뢰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학계에서는 이번 연구를 계기로 “성인 뇌의 신경 발생은 사실이다”라는 입장이 주류로 굳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성인의 뇌에서도 새로운 뇌 신경세포가 생성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5. 임상적 의미와 미래 응용

이번 발견은 단순한 이론적 논쟁을 넘어서, 임상적 적용 가능성 측면에서도 큰 의미를 가진다. 특히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우울증, 외상성 뇌손상 환자들에게 뇌의 회복 가능성을 제시하며, 새로운 치료법의 개발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약물이나 유전자 치료, 줄기세포 기술 등을 통해 성인 뇌에서의 신경 발생을 촉진할 수 있다면, 기존에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기억력 회복이나 인지기능 개선도 가능해질 수 있다.

또한 이번 연구는 “우리는 나이를 먹더라도 뇌를 단련할 수 있다”는 인지 건강에 대한 희망적인 메시지를 제공한다. 신경 발생이 가능한 해마의 특성상, 지속적인 학습과 경험, 운동과 사회 활동이 뇌 기능을 유지하거나 심지어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6. 결론: 뇌는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이번 스웨덴 연구는 “뇌는 변화하지 않는다”는 오랜 신화를 깨뜨렸다. 인간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적어도 해마에서는 새로운 신경세포를 만들어낼 수 있으며, 이는 기억, 감정, 학습과 같은 고차원적인 뇌 기능과도 직결된다.

앞으로 이 연구를 바탕으로 다양한 후속 연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며, 신경 발생을 촉진하기 위한 생물학적, 약물학적, 행동적 방법들이 활발히 모색될 것이다. 우리의 뇌는 생각보다 훨씬 더 유연하고, 회복 가능하며, 끊임없이 진화하는 장기임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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