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값 오를까봐?…美, 상호관세 스마트폰·노트북 제외
글로벌 무역전쟁 속 소비자 보호 나선 美…애플 숨통 트이나
2025년 4월,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갈등이 다시금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를 일부 면제하기로 결정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 주요 소비재가 이번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애플을 비롯한 IT 업계와 소비자들이 한숨을 돌리게 됐다.

이번 결정은 단순한 경제 조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미국이 중국의 기술 굴기를 견제하는 와중에도 자국 소비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신호를 보내는 한편,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성을 고려한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1) 관세폭탄 피한 아이폰…애플 ‘휴우’

당초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중국산 수입품 전반에 대해 최대 25%의 추가 관세를 예고한 바 있다. 이 가운데 스마트폰, 노트북, 태블릿PC 등이 포함될 경우 소비자 가격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아이폰의 경우, 주요 부품 및 완성품 생산의 상당 부분을 중국 내 폭스콘 등 제조 파트너에 의존하고 있어, 관세 적용 시 소매가가 급등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USTR이 최종 발표한 수정안에 따르면, 스마트폰과 노트북, 일부 전자기기는 이번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따라 아이폰15 및 곧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폰16 모델의 가격은 당분간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 입장에서도 이는 단기적으로 호재다. 애플은 이미 중국 외 지역—특히 인도, 베트남 등—으로 생산기지를 다변화하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지만, 단기간 내 완전한 전환은 어렵다. 이번 면제로 인해 애플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시간을 좀 더 확보하게 된 셈이다.
2) 소비자 부담 최소화…바이든 행정부의 전략

미국 내 소비자 물가는 이미 팬데믹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여기에 고금리 기조가 맞물리면서 소비 심리는 위축되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주요 전자기기에 고율 관세가 추가되면 소비자들의 체감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미국 정부가 이번 관세 조치에서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제외한 배경에는 이러한 경제적 고려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백악관 관계자는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에 대응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동시에 미국 내 가계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소비재에 대한 관세는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바이든 행정부는 2024년 대선 이후 경제 안정성을 주요 국정 과제로 내세우고 있으며, 중산층 표심을 자극할 수 있는 가격 인상 요인은 피하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3) 애플만의 문제 아냐…삼성, HP 등도 수혜
이번 관세 면제 조치는 비단 애플뿐 아니라, 삼성전자, HP, 델 등 글로벌 IT 제조업체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스마트폰 생산 비중은 베트남과 인도에 많이 분포돼 있어 상대적으로 관세 리스크는 낮지만, 일부 부품 조달이나 중국산 액세서리의 경우 타격이 우려됐다.

HP와 델 등 미국 내 브랜드 역시 중국 내 조립 라인이 많은 만큼, 관세가 부과될 경우 제품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었다. 이들이 미국 시장에서 유지해온 가격대를 지속하려면 이번 면제는 실질적인 '방패막' 역할을 하게 된다.
4) 중국의 반응은? 상호보복 이어지나

한편, 중국 정부는 이번 미국의 관세 재부과 움직임에 대해 “보복적이고 비합리적인 조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성명을 통해 “중국은 자국 기업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필요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미국산 농산물이나 자동차 등 다른 분야에서 맞불을 놓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 2023년에도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제한 조치에 맞서 희토류 수출을 규제하는 등 전략물자 중심의 대응을 취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관세 이슈도 단순한 무역문제를 넘어, 미중 간 패권 경쟁의 한 단면으로 해석되고 있다.
5) 공급망 재편 가속…애플의 ‘탈중국’ 본격화?

이번 관세 면제가 일시적으로는 숨통을 틔워줬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장기적인 해결책으로 보지 않는다. 언제든지 무역 정책은 변화할 수 있으며, 지정학적 리스크는 상존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애플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은 공급망의 지역 다변화를 더욱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최근 인도 내 조립 공장에 대한 투자 확대를 공식 발표했으며, 베트남에서는 맥북 일부 라인의 시범 생산이 이미 시작된 상태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서서, 정치·외교적 변수에 따른 리스크 헤지를 위한 전략적 조치로 해석된다.
IT 업계 관계자는 “관세가 면제되더라도 그 자체가 불확실성”이라며 “글로벌 기업들은 보다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6) 결론: 소비자 보호 vs. 무역 압박, 균형의 정치

이번 미국의 관세 면제 조치는 단순히 아이폰 가격이 오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넘어선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 소비자 물가, 지정학적 갈등, 그리고 정치적 이해가 얽힌 복합적인 셈법의 결과다. 미국 정부는 중국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유지하면서도 자국 내 소비자들의 부담을 완화하려는 균형 잡힌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균형은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 미중 간 갈등이 장기화되고, 어느 한쪽이 예측 불가능한 조치를 취할 경우, 지금의 '면제'는 한시적인 유예에 불과할 수 있다.
애플을 포함한 글로벌 제조업체들은 이제 단순히 '어디에서 싸게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어디에서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시대에 직면했다. 소비자 역시 이런 글로벌 정치경제의 변화 속에서, 가격 이상의 문제를 고려하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