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사리란 무엇인가?

고사리(Pteridium aquilinum)는 세계적으로 분포하는 양치식물 중 하나로,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에서는 봄철 산나물로 애용되며, 제사상이나 비빔밥에 자주 올라오는 대표적인 식재료다. 어린 순(고사리 새순)은 삶아서 말려두었다가 조리해 먹는다. 특히 경사진 산지에서 자라는 고사리는 자연광과 배수 조건이 좋아 품질이 우수하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고사리는 단순한 산채류를 넘어 과학적으로 매우 흥미로운 식물이다. 왜냐하면, 세계적으로 고사리를 섭취 대상에서 제외한 나라들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영국과 뉴질랜드에서는 고사리에 포함된 발암물질과 독성 물질에 대한 우려로 사람과 가축 모두 섭취 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그렇다면 한국은 왜 고사리를 계속 먹고 있는가? 고사리는 정말로 위험한 식물인가? 과학적으로 하나씩 짚어보자.
2. 고사리에 포함된 독성 물질: 프타퀼로사이드(Ptaquiloside)
고사리가 위험하다는 주장의 핵심 근거는 **프타퀼로사이드(Ptaquiloside)**라는 물질 때문이다.
이 화합물은 발암성이 입증된 독성 글리코사이드로,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가진다:

DNA 알킬화 작용: 프타퀼로사이드는 체내에 들어오면 DNA와 결합해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으며, 이는 결국 암세포 생성으로 이어진다.
체내 대사 과정에서 독성 물질로 전환: 특히 위와 소장에서 산성 혹은 효소 작용을 받을 때, 디하이드로프타퀼로사이드(dehydroptaquiloside) 등의 중간대사물질이 생성되며, 이들 역시 강력한 독성을 가진다.
가축 발암 사례: 뉴질랜드 및 영국의 연구에 따르면, 고사리를 지속 섭취한 소들에서 위장관암과 방광암 발병률이 증가했으며, 이로 인해 가축 사료로도 금지되었다.

3. 고사리 섭취에 대한 국제적인 규제
영국: 고사리에 대한 인식이 매우 부정적이며, 정부 차원에서 식용 및 사료 사용 금지 방침을 유지 중이다.
뉴질랜드: 일부 고사리 종은 자생하지만, 사료나 식품 산업에서 배제되어 있다. 일부 환경보호단체는 고사리를 생태계 교란종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일본: 한국처럼 고사리를 식용으로 사용하나, 프타퀼로사이드에 대한 가열 및 삶기 처리 후 섭취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 2025년 현재까지도 고사리는 인기 있는 식용 산나물이며, ‘삶고 말리는’ 전통 가공법을 통해 독성 물질을 제거한다는 전통적 지식이 활용되고 있다.
4. 한국에서의 고사리 섭취 관행과 안전성
한국에서는 고사리를 날로 먹지 않는다. 반드시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친다:

1. 끓는 물에 충분히 삶는다 (10분 이상)
2. 찬물에 수 시간 이상 우린다
3. 햇빛에 말리거나 냉장 보관
4. 조리 시 다시 볶거나 데운다
이러한 방식은 과학적으로도 프타퀼로사이드를 상당 부분 제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인정된다.
프타퀼로사이드의 수용성 특성: 이 독성물질은 수용성이므로 삶는 과정과 우려내는 과정에서 물로 배출된다.

온도 민감성: 고온에서는 구조가 파괴되므로, 끓는 물에 삶을 경우 90% 이상 분해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건조와 발효도 유효: 건조하거나 발효시킬 경우도 독성물질의 함량이 크게 줄어드는 것이 확인되었다.
예를 들어, 서울대학교 식품영양학과에서 수행한 2017년 연구에 따르면, 고사리를 끓는 물에 15분간 삶고 12시간 우린 후 조리하면 프타퀼로사이드 함량이 95% 이상 감소하였다.

5. 고사리의 영양 성분과 건강 기능
고사리는 단순한 산나물 그 이상으로, 다양한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다:

성분 100g 기준 함량 기능
식이섬유 약 3.5g 장운동 촉진, 혈당 안정화
비타민 A 2300 IU 시력 보호, 피부 건강
칼륨 500mg 이상 나트륨 배출, 혈압 조절
칼슘 100mg 이상 뼈 건강 유지
플라보노이드 미량 항산화 작용
특히 식이섬유와 칼륨이 풍부하여 성인병 예방에 효과적이며, 지방 함량이 거의 없어 다이어트 식단에도 자주 포함된다. 단, 조리 전 반드시 해독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6. 결론: 고사리는 위험한가, 안전한가?
고사리는 분명히 프타퀼로사이드라는 독성 물질을 함유한 식물이지만, 한국 전통 조리법과 현대 과학적 분석에 따르면, 적절히 삶고 우려낸 후 섭취하는 한 안전성은 확보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