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캔맥주 8개, 치매 위험 경고… 술과 뇌 건강의 불편한 진실

현대인의 일상에서 맥주는 가장 손쉽고 부담 없는 음주 수단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퇴근 후 편의점에서 한두 캔의 맥주를 사 들고 귀가하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하지만 최근 국내외 여러 연구 결과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음주가 뇌 건강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특히 일주일에 355㎖ 캔맥주 8개, 즉 하루 평균 1캔 이상을 마시는 음주는 장기적으로 치매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 뇌를 공격하는 알코올의 그림자

서울대병원과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국립중앙의료원 등 국내 주요 의료기관의 신경과 전문의들에 따르면, "알코올은 신경독성(neurotoxicity)을 가진 물질로, 장기간 다량 섭취 시 뇌의 특정 부위를 위축시키거나 손상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알츠하이머병, 혈관성 치매 등의 발병률은 음주량에 비례하여 높아진다는 연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한 유럽 역학 연구에 따르면, 주 7~14단위(unit)의 음주를 하는 사람들은 비음주자나 저위험군 음주자에 비해 치매 발병 위험이 17% 더 높았다. 1단위는 대략 10g의 순수 알코올에 해당하며, 이는 355㎖ 캔맥주 1개 정도와 비슷하다. 즉, 일주일에 8캔 정도의 맥주를 꾸준히 마시는 사람들은 치매 발병률이 유의하게 높다는 것이다.
2) 뇌의 위축, 기억력 저하, 판단력 약화… 보이지 않는 변화

알코올은 일시적으로 기분을 들뜨게 하고 긴장을 완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하지만 이러한 ‘기분 전환’ 효과 뒤에는 뇌 기능 저하라는 대가가 따른다. 알코올이 뇌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 수준을 넘어서 장기적인 구조 변화로 이어진다. 특히 해마(hippocampus)와 전두엽(frontal lobe)에서 위축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곧 기억력 저하, 집중력 부족, 판단력 약화 등의 인지기능 저하로 연결된다.
서울아산병원의 한 신경과 전문의는 “일상적인 음주가 처음에는 아무렇지 않게 느껴지더라도, 수년간 반복되면 뇌의 신경세포 회복 능력 자체가 떨어진다”며 “술을 줄이거나 끊는다고 해도 이미 손상된 세포들이 복구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3) 여성과 고령자, 더 큰 위험에 노출

특히 여성과 60세 이상의 고령자는 음주로 인한 치매 위험이 더욱 높다는 분석도 있다. 여성은 평균적으로 체내 수분 함량이 남성보다 낮아 동일한 양의 알코올을 섭취했을 때 혈중 알코올 농도가 더 높게 나타난다. 또한 폐경 이후 호르몬 변화는 뇌 기능 유지에 더 민감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비교적 적은 양의 음주도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고령자 또한 간 기능과 대사 능력이 젊은 사람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알코올 분해 속도가 느리고, 뇌세포 손상에 대한 회복력도 낮아진다. 이는 단순한 음주가 아니라 ‘축적된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4) 사회적 음주도 예외 아니다

일부에서는 "나는 폭음하지 않고, 친구들과의 자리에서 가볍게 마실 뿐"이라고 항변할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음주 빈도’와 ‘총 섭취량’이 장기적으로 인지기능 저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즉, ‘폭음’이 아니라도 매일 1~2캔씩 꾸준히 마시는 습관은 뇌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알코올은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취침 전 마시는 한두 잔의 술이 잠을 유도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는 얕고 단절된 수면을 유발하며, 장기적으로 수면의 깊이와 회복력을 저하시킨다. 수면 부족 역시 치매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만큼, 일상적 음주의 악영향은 생각보다 복합적이다.
5) 예방 가능한 치매, 선택은 나의 몫

치매는 현대 의학이 아직 완전히 정복하지 못한 질병 중 하나다. 그러나 희망적인 사실은, 많은 경우 치매는 ‘예방 가능한’ 질환이라는 점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치매의 30~40%는 생활 습관 개선으로 예방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는 금주 또는 절주, 꾸준한 운동, 건강한 식습관, 사회적 교류 유지, 두뇌 자극 활동 등이 포함된다.

특히 음주 습관의 개선은 가장 중요한 예방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이 2021년에 발표한 대규모 연구에서는, 심지어 ‘적정량’이라 불리는 수준의 음주도 뇌 용적 감소에 영향을 준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연구를 주도한 안야 토플 박사는 “음주는 뇌 건강에 전혀 이점이 없으며, 가능한 한 피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6) '적당한 음주'는 존재하는가?

그렇다면 흔히 말하는 ‘적당한 음주’란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세계보건기구와 많은 전문가들은 이 질문에 대해 갈수록 명확하게 ‘아니오’라고 답하고 있다. 특히 2023년 캐나다 보건부는 새로운 음주 지침을 발표하면서 “안전한 음주 기준이란 없으며, 매주 두 잔 이상의 음주는 건강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명시했다.

물론 개인의 사회적 관계나 문화적 요소, 스트레스 해소 방법으로 음주를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현실도 존재한다. 하지만 최소한 자신이 마시는 양과 빈도를 정확히 인지하고, 위험성에 대해 자각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음주는 선택이지만, 그 결과는 의외로 오래 남는다.
7) 결론: 오늘의 한 캔이 10년 뒤의 기억을 지운다
일주일에 8캔의 맥주, 겉으로 보기에는 가벼운 습관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습관이 10년 뒤의 나를 병원 대기실로 이끄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뇌는 인간이 가진 가장 소중한 자산 중 하나이며, 일단 손상되면 복구가 어려운 기관이다. 매일의 선택이 미래의 나를 만든다는 진실은, 음주에 있어서도 예외가 아니다.

‘오늘의 맥주 한 캔, 내일의 기억 한 조각’ — 이 경고가 그저 과장된 말이 아니기를, 스스로에게 묻는 하루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