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EV)의 보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중화의 벽을 완전히 넘지 못하고 있다. 혁신적인 기술이 등장하면 시장은 초기 수용자(early adopters)를 중심으로 성장하지만, 이를 대중이 받아들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요 정체 구간을 ‘캐즘(Chasm)’이라고 부른다.
전기차 시장에서도 이러한 캐즘이 존재한다. 현재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는 친환경성, 최신 기술, 정부 보조금 등의 혜택을 고려한 초기 수용자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주류 소비층(mainstream market), 즉 실용성과 가성비를 중시하는 대다수 소비자들은 여전히 내연기관차(ICE)와 전기차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전기차 시장의 캐즘을 극복하기 위한 핵심 요소로 ‘실용성’과 ‘가격 대 성능비(가성비)’를 분석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최신 기술들을 살펴본다.

1. 전기차 캐즘의 원인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지 10여 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내연기관차와의 격차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했다. 전기차 보급 확대를 가로막는 주요 장애물은 다음과 같다.
① 주행거리와 충전 인프라 문제
대다수 소비자는 전기차를 일상에서 불편 없이 사용할 수 있을지를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1회 충전 주행거리가 짧으며, 충전소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장거리 운행이 어려울 수 있다.
최근 배터리 기술이 발전하면서 1회 충전 주행거리가 50030분이 걸린다. 이는 내연기관차의 주유 시간이 5분 내외인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불편한 요소다.

② 높은 초기 구매 비용
전기차의 가격은 내연기관차보다 여전히 높은 편이다. 배터리 비용이 차량 가격의 30~40%를 차지하기 때문에, 대형 전기차의 경우 1억 원을 넘는 모델도 많다.
정부 보조금이 지원되지만, 정책 변화에 따라 금액이 줄어들거나 중단될 가능성이 있어 소비자들은 신중하게 접근한다. 또한, 전기차의 감가상각이 내연기관차보다 빠른 경향이 있어 중고차 시장에서의 가치 하락도 고려해야 한다.

③ 충전 비용과 유지비 부담
전기차는 유지비가 저렴하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최근 전기요금이 인상되면서 충전 비용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가정용 충전기 설치가 어려운 아파트 거주자의 경우 공용 충전소 이용이 필수적인데, 이때 시간당 충전 비용이 내연기관차의 연료비와 큰 차이가 나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배터리 교체 비용이 상당하여 차량 수명이 길어질수록 유지비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2. 신기술을 통한 캐즘 극복 전략
전기차가 캐즘을 넘어 대중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실용성’과 ‘가성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이를 위한 주요 기술들을 살펴보자.
① 차세대 배터리 기술: 주행거리와 충전 속도 혁신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 기술이 발전하면서 주행거리와 충전 속도가 점점 개선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Solid-State Battery):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고 안전성이 뛰어나며, 충전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요타, 현대차, 폭스바겐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2027~2030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목표로 연구를 진행 중이다.

리튬-황(Lithium-Sulfur) 배터리: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에너지 밀도가 3~5배 높아 더 가볍고 긴 주행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

급속 충전 기술: 테슬라의 ‘슈퍼차저 V4’와 같은 차세대 충전 기술은 10~15분 내에 80% 충전이 가능하도록 설계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이 상용화되면 충전 시간과 주행거리 문제가 점차 해결될 것으로 기대된다.
②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배터리 생산 기술
배터리 가격이 전기차의 전체 가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저렴한 배터리 기술 개발이 필수적이다.

LFP(Lithium Iron Phosphate) 배터리: 니켈이나 코발트를 사용하지 않아 원가가 낮고, 수명이 길어 가성비가 뛰어나다. 테슬라, BYD, CATL 등이 적극적으로 채택하고 있으며, 보급형 전기차에 적합하다.
배터리 재활용 및 리퍼비시: 사용 후 배터리를 재활용하여 생산 비용을 낮추는 기술도 발전 중이다.

③ 충전 인프라 확대 및 스마트 충전 시스템
전기차가 보급되려면 충전 인프라가 내연기관차의 주유소만큼 촘촘하게 구축되어야 한다.
초고속 충전소 확충: 350kW급 이상의 초고속 충전 인프라가 확대되면 장거리 운행의 불편함이 줄어들 것이다.

무선 충전 기술: 도로 위에서 주행 중에도 충전할 수 있는 ‘주행 중 충전(In-Motion Charging)’ 기술이 개발 중이다.
V2G(Vehicle-to-Grid) 기술: 전기차를 단순히 소비자가 아니라, 전력망과 연결하여 에너지를 공유하는 시스템으로 활용하면 충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3. 대중화를 위한 가격 대 성능비(가성비) 개선 전략
전기차가 캐즘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친환경적인 장점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실용성과 가성비를 크게 개선해야 한다. 이를 위한 전략은 다음과 같다.
보급형 전기차 출시: 3,000~4,000만 원대의 경제적인 모델이 늘어나야 한다.
정부 및 기업의 충전 인프라 투자: 주거 지역 및 직장에서 충전이 편리해야 한다.

운행 유지비 절감: 배터리 효율을 높이고, 충전 요금을 낮추는 정책이 필요하다.
결론
전기차가 캐즘을 넘기 위해서는 실용성과 가성비를 더욱 강화해야 하며, 이를 위한 신기술 개발이 필수적이다. 배터리 혁신, 충전 인프라 확충, 가격 경쟁력 강화 등의 요소가 맞물려야 대중 시장에서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기술 발전과 정책적 지원이 적절히 이루어진다면, 머지않아 전기차는 진정한 대중의 선택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