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천에 널린 쑥·냉이, 뜯고 싶죠? 안 돼요
유원지에서 딴 쑥, 깨끗할 줄 알았는데… 중금속 범벅?
봄나물, 독초와 구분 어려워… 건강한 봄 즐기려면 ‘이것’ 꼭 알아두세요

봄바람이 살랑이는 계절. 따스한 햇살 아래 들판에는 파릇파릇한 봄나물이 지천에 널려 있다. 쑥, 냉이, 달래, 민들레…. 겨울 내 움츠렸던 생명이 땅 위로 솟아오르면서 우리의 오감도 깨어나는 듯하다. 마트에 가면 돈 주고 사야 할 귀한 나물들이 들녘에 널려 있으니, 산책 삼아 채취하고 봄 향기를 밥상에 올리고 싶은 욕심이 드는 건 당연하다.


최근 환경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지자체 등에서 공동으로 실시한 ‘야생식물 중금속 오염 실태조사’ 결과는 우리를 놀라게 한다. 서울 근교의 유명 유원지와 산책로 주변에서 채취한 쑥, 냉이, 머위 등 봄나물 10여 종을 검사한 결과, 일부 샘플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납(Pb), 카드뮴(Cd) 등 중금속이 검출되었다.
특히 차량 통행이 잦은 도로변이나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공원, 하천변에서 자란 야생 쑥에서는 기준치의 1.5~2배에 달하는 납 성분이 발견되었다. 납과 카드뮴은 인체에 축적되면 신경계 손상, 신장 기능 저하, 빈혈 유발 등의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유해물질이다.

하지만, 마냥 기분 좋게만 생각할 수는 없다. 우리가 무심코 뜯는 쑥 한 줌에, 예상치 못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1) 유원지 쑥, 생각보다 ‘깨끗하지 않다’

대표적인 예가 동의나물과 닮은 미나리다. 미나리는 우리가 자주 먹는 나물이지만, 동의나물은 간에 치명적인 독을 지닌 독초로, 섭취 시 간 손상, 구토, 어지럼증을 유발한다. 또 여로는 두릅이나 원추리와 비슷하게 생겨 식별이 어려운데, 섭취 시 구토, 설사, 호흡곤란,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경기도 모 지역에서는 60대 부부가 산에서 채취한 봄나물을 섭취한 뒤 중독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이송되는 사고가 있었다. 이들은 식용으로 알고 먹은 것이 알고 보니 독초 ‘여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다행히 빠른 처치 덕분에 큰 위기는 넘겼지만, 이러한 사고는 매년 반복된다.

식약처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봄철(3~5월)에 발생한 식중독 사고 중, 야생 식물 섭취로 인한 사고가 전체의 60%를 동의나물과 닮은 미나리다차지했다. 그중 절반 이상은 독초 오인 섭취가 원인이었다.

3) 봄나물 채취, 절대 ‘마음대로’ 해서는 안 돼
또 한 가지 간과하기 쉬운 점은 ‘채취 행위’ 자체가 불법일 수 있다는 점이다. 공원, 국립공원, 하천, 철도변 등 공공장소나 보호지역에서 식물을 무단으로 채취하는 것은 자연공원법, 하천법, 산림보호법 등 다양한 법률에 저촉될 수 있다. 특히 국립공원 내에서는 나물 한 줌을 캐는 것도 ‘자연훼손 행위’로 간주돼 벌금이나 과태료가 부과된다.

실제로 2024년 봄, 강원도 설악산 국립공원 내에서 두릅과 쑥을 채취하던 등산객 2명이 순찰 중인 공원관리단에 적발돼 1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이들은 “조금만 가져갔다”고 항변했지만, 공원 내에서는 단 한 포기라도 채취가 금지되어 있다.

국립공원공단 관계자는 “개인의 식재료 확보를 위해 무분별하게 식물을 채취하는 행위는 생태계를 훼손할 뿐 아니라, 해당 지역의 생물다양성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며 “식물 하나하나가 자연의 구성원이자 미래세대의 자산이라는 점을 인식해달라”고 당부했다.
4) 건강한 봄나물 섭취,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다면 봄의 향기를 담은 나물을 안전하게 즐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가급적이면 야생 나물 채취를 자제하고, 믿을 수 있는 유통 경로를 통해 구입할 것을 권장한다. 대형마트나 전통시장,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판매되는 봄나물은 대부분 재배나물로, 농약과 중금속 잔류검사를 거쳐 안전성이 확보된 제품이다.

또한, 섭취 전에는 흐르는 물에 여러 번 세척하고, 10분 이상 끓는 물에 데친 후 조리해 섭취하는 것이 좋다. 이를 통해 남아 있을 수 있는 잔류 오염물질이나 독성 성분을 어느 정도 제거할 수 있다.

식물에 대한 지식이 풍부한 경우에도, 독성이 있는 식물과 닮은 경우가 많아 반드시 ‘도감’ 등을 참조하거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식별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중 일부는 사진으로 식물을 인식해주는 기능도 있으므로, 참고 자료로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5) 결론

봄은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지만, 그 속에는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한 위험도 숨어 있다. 자연을 가까이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만큼 책임 있는 태도도 필요하다.
쑥 한 줌이, 냉이 한 포기가 때로는 건강을 해치는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 봄을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는 ‘무심한 채취’보다 ‘의식 있는 소비’가 먼저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