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오는 ‘운’조차 쫓아내는 사람들의 습관에 대한 과학적 분석
‘운’은 흔히 설명하기 어려운 요소로 여겨지지만, 심리학과 행동과학, 뇌과학의 렌즈로 들여다보면 운이라는 개념 역시 무형의 확률적 기회와 인간의 태도 사이의 상호작용 속에서 이해될 수 있다. 사람들은 종종 "운이 없다"거나 "왜 나만 이런가"라는 말을 하지만, 실은 이들이 가진 태도와 사고방식이 운을 가로막고 있는 경우가 많다. 아래에서 다룰 네 가지 습관은 단순한 성격적 특성이 아니라, 실제로 외부 세계와의 상호작용을 제한하고 인지적 오류를 심화시키며, 장기적으로는 기회 자체를 밀어내는 비합리적인 행동 양식들이다.
1. 모든 것을 ‘합리화’로 덮어버리는 사람들
합리화는 심리학적으로 방어기제(defense mechanism)의 일종이다. 인간은 실패나 잘못을 인정하는 것에서 오는 심리적 고통을 줄이기 위해, 자신의 행동이나 결과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려는 경향을 가진다. 이는 짧게 보면 자존감 보호에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게 만들고 성장을 막는다.
미국의 심리학자 리언 페스팅거(Leon Festinger)의 인지부조화 이론(cognitive dissonance theory)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의 행동과 신념이 불일치할 때 심리적 불편을 느끼며, 이를 줄이기 위해 신념을 바꾸거나 정당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 과정에서 자주 사용되는 것이 바로 ‘합리화’다. 예를 들어, 시험을 망친 학생이 "교수님이 불공평해서 그래"라고 말하는 것은 자신의 준비 부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합리화다. 이처럼 반복적인 합리화는 내적 성찰을 방해하고, 문제 해결 능력을 저하시킨다.
뇌과학적으로도 이 경향은 ‘자기참조 네트워크(self-referential network)’와 관련이 있다. 이는 내적 사고와 자기평가에 관여하는 뇌의 네트워크로,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으로 활성화될 경우 비판적 사고보다 자기방어적 해석이 우선되게 만든다. 이로 인해 ‘실패를 학습 기회’로 인식하지 못하고, '운이 나빠서'라는 식의 외적 귀인으로 일관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태도는 외부에서 주어지는 기회나 피드백을 왜곡하여 받아들이게 하며, 반복될수록 주변에서 ‘발전 가능성이 낮은 사람’으로 인식되어 기회가 줄어들게 된다. 즉, 스스로 행운을 거절하는 셈이다.
2. 작은 불편조차 참지 못하는 사람들
현대 사회는 편리함에 중독되기 쉬운 환경을 제공한다. 그러나 심리학적으로 보면 인내심은 성공과 강한 상관관계를 가진 정서적 능력이다. 대표적으로 미셸(Mischel)의 ‘마시멜로 실험’은 어린 시절의 지연 만족 능력이 성인기의 성공 및 사회적 적응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줬다.
작은 불편조차 못 견디는 습관은 ‘즉각적 보상 체계(immediate reward system)’를 강화시키고,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의 자제력 조절 기능을 약화시킨다. 전전두엽은 인간의 계획, 충동 억제, 목표 설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반복적으로 즉각적인 만족만을 추구하는 사람은 뇌의 이 부위 발달이 저해되고 결국 복잡한 장기적 판단이 어려워진다.
또한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현상 유지 편향(status quo bias)’ 역시 작은 불편 회피와 관련이 깊다. 인간은 변화나 불확실성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으며, 이때의 ‘불편함’은 성장을 위한 핵심적인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피하려 한다. 예컨대 새로운 기술 습득이나 인간관계의 초기 갈등 같은 일상적 불편을 회피하면, 결과적으로는 더 큰 기회로의 접근이 차단된다.
심리적으로 인내력이 약한 사람은 실패에도 취약하다. 실패를 성찰의 기회가 아닌 ‘불편한 경험’으로만 여기기 때문이다. 운이라는 개념은 단지 확률적 요소가 아니라, 반복된 시도와 실패를 감내하는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확률의 시간적 누적’이다. 이를 견디지 못하고 피하는 사람은 운이 닿기 전에 중단하게 된다.
3. 스스로를 자주 깎아내리는 사람들
자기비하(self-deprecation)는 겸손의 표현이 될 수도 있지만, 과도하게 반복되면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을 심각하게 훼손한다. 앨버트 반두라(Albert Bandura)의 자기효능감 이론에 따르면,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은 실제 행동과 성취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나는 안 될 거야", "나는 운이 없으니까"라는 말은 단순한 겸손이 아니라 뇌에 부정적 자기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을 새기는 작용을 한다.
이러한 사고는 해마(hippocampus)의 기능에도 영향을 미친다. 해마는 기억과 학습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부정적인 자기 인식이 지속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cortisol)이 과다 분비되어 해마의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 이로 인해 학습 능력과 새로운 정보 처리 능력이 저하되고, 이는 다시 성과 감소로 이어져 자존감을 더 낮추는 악순환을 만든다.
사회적 맥락에서도 자기비하는 해롭다. 타인은 자기를 깎아내리는 사람을 무의식적으로 ‘부정적 정보의 원천’으로 인식하며, 신뢰나 협력의 대상으로 보지 않게 된다. 이는 결과적으로 인간관계에서의 신뢰 저하, 기회 감소로 이어지며, 본인에게 찾아오려던 ‘운’도 관계망 속에서 멀어지게 만든다.
4. 사람을 소홀히 대하는 사람들
운은 단순히 ‘우연히 주어지는 기회’가 아니라, 대부분 ‘사람’을 통해 전달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며, 모든 기회의 출처는 결국 인간관계 속에 있다. 그런데 사람을 소홀히 대하는 습관은 신뢰 자본(social capital)을 축적하기는커녕 감소시키는 가장 위험한 요소다.
하버드대학교에서 75년간 이어진 ‘성공과 행복에 관한 장기 종단 연구’(Grant Study)에 따르면, 인생에서 행복과 성공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돈이나 지능이 아니라 ‘좋은 인간관계’였다. 사람을 소홀히 대하는 태도는 장기적으로 사회적 고립을 낳으며, 이는 기회의 네트워크에서 완전히 배제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사회신경과학(social neuroscience)에서도 이러한 점은 명확히 밝혀진다. 인간의 뇌는 타인의 표정, 어조, 미세한 사회적 단서를 민감하게 감지하도록 진화해 왔다. 친절과 관심은 상호 보상적 감정을 유발하여 ‘옥시토신(oxytocin)’ 분비를 증가시키고, 이는 신뢰감과 유대감을 강화한다. 반대로 소홀함, 무시, 냉소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자극하고 사회적 회피 반응을 유도한다. 결과적으로 타인이 본인을 배제하게 되며, 이는 장기적으로는 직업적, 개인적 기회를 차단하게 된다.
현대 사회에서 기회는 ‘정보’라는 형태로 전해지며, 정보는 언제나 사람을 통해 들어온다. 자신을 위해 좋은 운을 가져다줄 가능성이 있는 타인을 무시하거나 관계를 유지하지 않는다면, 그 행운은 결코 전해질 수 없다.
결론
운은 단순히 하늘에서 떨어지는 행운이 아니라, 인지적 태도와 행동, 사회적 상호작용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물이다. 위에서 다룬 네 가지 습관, 즉 (1) 반복적 합리화, (2) 불편 회피, (3) 자기비하, (4) 인간관계 경시는 모두 뇌의 구조, 감정 조절, 사회적 기능 등 다양한 층위에서 인간이 스스로 기회를 단절시키는 경로를 보여준다.
자신을 점검하고 위의 습관을 교정해 나간다면, 단지 ‘운이 좋아진다’는 수준을 넘어서 기회에 민감해지고, 사람과의 연결망을 통해 현실적 성과로 이어지는 ‘행운 체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 운은 우연이 아니라, 태도의 누적된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