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미국과 한국의 자외선 차단제 규제 차이와 그에 따른 산업적, 소비자적 영향에 대해 다룬 분석입니다.

1) 미국과 한국의 자외선 차단제 규제 차이: 선크림 산업의 현주소와 과제
최근 한국산 선크림이 전 세계 소비자들로부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가볍고 산뜻한 질감, 높은 자외선 차단 효능, 다양한 피부 타입에 적합한 포뮬러 등 여러 장점 덕분에 'K-뷰티'의 대표 아이템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그러나 이러한 한국산 선크림이 미국 시장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출시되기는 어렵다는 점이 종종 지적된다. 그 핵심적인 이유는 바로 미국과 한국(또는 아시아 및 유럽) 간의 자외선 차단제 규제 체계의 근본적인 차이 때문이다.

WP(워싱턴 포스트)는 최근 보도에서, 미국이 한국이나 유럽과는 달리 자외선 차단제를 일반 화장품이 아닌 **의약품(OTC drug)**으로 분류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로 인해 새로운 자외선 차단 성분을 미국 시장에 출시하기 위해서는 식품의약국(FDA)의 엄격한 심사 및 승인을 거쳐야 하며, 이 절차는 수년이 걸릴 수 있을 뿐 아니라, 높은 비용과 복잡한 데이터 제출을 요구한다. 반면 한국이나 유럽에서는 자외선 차단제를 일반 화장품으로 분류하거나, 비교적 간소화된 별도 기준 하에 관리하고 있다.
2) 미국의 규제 구조와 그 한계

미국 FDA는 자외선 차단 성분을 약물의 일종으로 간주하며, 이를 "GRASE"(Generally Recognized As Safe and Effective) 목록을 통해 관리한다. 이 목록에 포함된 성분만이 미국 내에서 자외선 차단제로 사용될 수 있으며, 새로운 성분을 등록하려면 철저한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FDA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현재 미국의 GRASE 목록에 포함된 자외선 차단 성분은 1990년대 이전에 승인된 것들이 대부분이며, 지난 20여 년간 새로운 성분 추가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로 인해 미국 소비자들은 최신 자외선 차단 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접하기 어려우며, 피부에 가볍게 발리는 포뮬러나, 백탁 현상이 없는 선크림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욱이 미국의 기존 자외선 차단제들은 자극이 심하거나 유분기가 많아 민감성 피부나 여드름 피부에는 부적합한 경우도 많다.

3) 한국과 유럽의 접근 방식: 혁신과 유연성
반면 한국, 일본, 유럽연합(EU)은 자외선 차단제를 주로 화장품으로 분류하며, 새로운 성분의 사용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유연한 규제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물론 이들 국가에서도 안전성과 효능에 대한 평가가 필수적이지만, 의약품 수준의 임상시험은 요구되지 않으며,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혁신적인 제품을 출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한국은 식품의약품안전처(MFDS)를 통해 자외선 차단제 성분에 대한 기능성 화장품 심사를 진행하지만, 그 절차는 미국에 비해 단순하고, 산업의 속도에 발맞추는 수준이다. 이 덕분에 한국의 화장품 기업들은 다양한 피부 타입과 환경에 최적화된 선크림을 빠르게 개발 및 상용화할 수 있으며, 글로벌 소비자들에게도 각광받고 있다.

4) 글로벌 뷰티 시장에서의 경쟁력 차이
이러한 규제 차이는 곧 제품 품질과 소비자 만족도, 그리고 글로벌 시장 점유율로 이어진다. 한국산 선크림은 가볍고 산뜻한 발림성, 메이크업과의 궁합, 다양한 기능(미백, 주름개선 등)을 갖춘 복합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특히 미국과 유럽의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반면 미국 내에서 제조된 선크림은 여전히 기존의 낡은 성분에 의존하고 있으며,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 내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왜 우리가 더 나은 선크림을 쓰지 못하는가?”라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한국 및 유럽 브랜드의 제품을 역직구나 직구 형태로 구매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통관 문제나 라벨링 이슈 등이 장벽으로 작용한다.
5) 미국 내 변화의 움직임과 FDA 개혁 논의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미국 내에서도 자외선 차단제 규제 개혁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2020년에는 ‘Sunshine Protection Act’라는 이름의 법안이 발의되어, 새로운 자외선 차단 성분의 신속한 승인과 기존 성분의 재평가를 촉구하는 움직임이 일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실질적인 성과는 미미한 상태다.

업계 전문가들은, 미국이 소비자 건강을 보호하는 동시에, 혁신을 가로막지 않는 균형 잡힌 규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외선 차단제는 단순한 뷰티 제품을 넘어서, 피부암 예방 및 광노화 방지 등 공중보건 측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보다 현대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6) 결론: 규제의 유연함이 글로벌 경쟁력을 만든다
미국의 엄격한 규제는 안전성 확보라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시장의 혁신을 저해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반면 한국과 유럽은 안전성과 유연성을 모두 고려한 접근을 통해 선크림 산업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글로벌화가 가속화되는 오늘날, 소비자들은 더 이상 자국 브랜드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높은 품질과 혁신성을 가진 제품을 찾아 국경을 넘는 소비를 하고 있다. 미국이 자외선 차단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회복하고, 소비자 만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규제 체계를 재점검하고, 보다 개방적이며 과학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