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이상 불면증 노인, ‘이 운동’ 했더니 잠 잘 잤다: 팔굽혀펴기의 기적
“운동 하나 바꿨을 뿐인데 잠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서울 강동구에 거주하는 68세 박영순 씨는 10년 넘게 불면증으로 고통받아왔다. 잠자리에 누워도 한 시간 이상 뒤척이고, 겨우 잠들어도 두세 시간 만에 깨는 일이 반복되었다. 수면제에 의존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고,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지역 보건소의 노인 건강 프로그램에서 팔굽혀펴기 운동을 권유받고 반신반의하며 따라 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2주 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날 처음으로 다섯 시간 이상 끊기지 않고 잤어요. 꿈도 꿨고, 아침에 일어나서 개운하기까지 했어요.”
팔굽혀펴기라는 단순한 운동이 노인의 불면증을 개선한 이 사례는, 현재 의료계와 보건복지 분야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1) 고령자의 수면장애, 단순한 노화 현상 아니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 중 약 45% 이상이 만성적인 수면 문제를 겪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 대표적인 증상은 입면 장애(잠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 수면 유지 장애(잦은 각성), 새벽 기상 등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단순한 ‘노화’로 치부하지만, 사실 고령자의 수면장애는 심혈관계 질환, 당뇨, 우울증, 치매 등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면의 질이 삶의 질을 결정한다는 점이다. 수면이 부족하면 면역력 저하, 감정 조절 실패, 낙상 위험 증가, 인지 능력 저하 등이 나타나며, 이는 고령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그래서 약물이 아닌 방법으로 수면을 유도하는 비약물적 접근이 점점 주목받고 있다.
2) 팔굽혀펴기, 왜 불면증에 효과 있을까?
팔굽혀펴기는 전신 근육 중 특히 상체, 복부, 코어 근육을 사용하는 근력 운동이다. 일반적으로 유산소 운동이 수면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지만, 최근에는 적절한 강도의 근력 운동 역시 수면의 질을 높인다는 연구가 쏟아지고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심부 체온 조절 효과: 팔굽혀펴기를 포함한 근력 운동은 체내 깊은 곳의 온도를 일시적으로 상승시킨다. 이후 체온이 떨어지는 과정에서 몸이 자연스럽게 이완되며 수면 유도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가 촉진된다.

2. 스트레스 호르몬 감소: 꾸준한 근력 운동은 코르티솔(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하고, 엔도르핀(행복 호르몬)을 증가시켜 정신적인 안정감을 준다. 이는 불안으로 인한 수면 장애 개선에 도움이 된다.

3. 육체적 피로 유도: 적절한 신체 피로는 자연스럽게 수면욕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특히 고령자는 활동량이 적어 잠이 오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팔굽혀펴기는 짧은 시간에 효율적인 피로를 유도한다.

4. 호흡 조절과 심박수 안정화: 팔굽혀펴기 중의 규칙적인 호흡은 자율신경계 안정에 도움을 주며, 심박수를 낮춰 몸을 수면 상태로 이끄는 데 유리하다.

3) 실제 연구 사례로 본 팔굽혀펴기의 효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과 서울시 보건의료연구원이 공동으로 수행한 2024년 연구에서는, 60세 이상 남녀 노인 102명을 대상으로 팔굽혀펴기를 중심으로 한 4주간의 근력 운동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변화가 나타났다.
입면 시간 단축: 평균적으로 잠드는 시간이 27분에서 14분으로 감소

수면 지속 시간 증가: 3.5시간에서 5.6시간으로 연장

수면 중 각성 횟수 감소: 1.8회에서 0.9회로 절반 감소

주간 졸림 증상 완화: 67%의 참가자가 ‘낮잠을 자지 않아도 될 만큼 개운하다’고 응답

흥미로운 점은 팔굽혀펴기를 잘 못하던 참가자들도 벽을 활용한 ‘벽 팔굽혀펴기’나 무릎을 대고 하는 ‘무릎 팔굽혀펴기’로 충분한 효과를 얻었다는 것이다.
4) “팔굽혀펴기, 이렇게 시작해보세요”
운동을 시작하려는 노인에게 중요한 것은 무리하지 않고 꾸준히 하는 것이다. 아래는 전문가들이 권장하는 60세 이상 노인을 위한 팔굽혀펴기 단계별 가이드다.
1. 1단계: 벽 팔굽혀펴기 (2주간)

벽에서 팔 길이만큼 떨어져 서고, 양손을 어깨 너비로 벌려 벽에 댄다.
숨을 들이쉬며 몸을 벽 쪽으로 기울이고, 내쉬며 밀어낸다.
하루 2회, 회당 10~15회씩 실시.
2. 2단계: 무릎 팔굽혀펴기 (3~4주차)

무릎을 바닥에 대고 손은 어깨 너비로 벌려 바닥에 짚는다.
몸을 곧게 유지한 채 팔을 굽히고 펴는 동작 반복.
하루 112회 실시.
3. 3단계: 일반 팔굽혀펴기

위 단계를 문제없이 수행할 수 있다면, 일반 팔굽혀펴기에 도전한다.
개수보다는 정확한 자세가 중요하며, 처음에는 5회 이하라도 괜찮다.
운동 시간은 잠자리에 들기 약 2~3시간 전이 적당하다. 잠자기 직전의 격한 운동은 오히려 각성을 유발할 수 있다.
5) 의사·전문가들의 조언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박성훈 교수는 “근력 운동이 수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는 이미 여러 건 존재하지만, 팔굽혀펴기처럼 일상적이고 쉬운 운동이 노인 불면증에 이토록 효과적이라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며 “단순히 수면 개선뿐만 아니라 낙상 방지, 골다공증 예방, 자존감 회복 등의 추가적인 건강 혜택도 누릴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노인의 경우 관절이나 근육이 약해 부상의 위험도 있으므로, 시작 전 의사나 물리치료사와의 상담이 권장된다.

6) 결론: 불면증을 이기는 가장 단순한 방법

수면은 약으로 해결하는 시대에서, 습관과 운동으로 다스리는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팔굽혀펴기는 기구나 특별한 장소 없이 누구나 집에서 시작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한 운동 중 하나다. 그리고 그 단순함 속에서 놀라운 수면 회복의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
“오늘도 팔굽혀펴기 하고, 편히 잠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