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살 아기 때부터 기억은 시작된다…단지 기억해 내지 못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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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살 아기 때부터 기억은 시작된다…단지 기억해 내지 못할 뿐

by honeypig66 2025. 4. 23.

"한 살 아기 때부터 기억은 시작된다… 단지 기억해 내지 못할 뿐"이라는 주장은 인간 기억의 발달과 작동 방식에 대한 흥미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과연 우리는 언제부터 기억을 형성하기 시작하며, 왜 유아기 초기의 기억은 사라지는 것처럼 보일까요? 아래는 이 주장을 과학적, 심리학적, 신경과학적 관점에서 분석한 내용입니다.

강하게 서로 연결된 뉴런 집합체 형성을 통한 기억 형성 원리.

1. 유아기 기억의 시작: 실제 기억 형성 시점

사람의 기억은 단순히 뇌가 정보를 저장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 정보를 재구성하고 불러올 수 있어야 비로소 '기억'으로 인식됩니다. 일반적으로 인간의 장기기억(long-term memory)은 생후 몇 개월 내에도 작동하기 시작하며, 특히 절차기억(procedural memory)—예를 들어 기어다니기, 젖병 빠는 법 같은 기술적 기억—은 매우 이른 시기부터 가능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생후 6개월부터 1세 사이의 영아도 특정 사건이나 사물에 대한 인식과 기억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연구자들은 실험을 통해 아기들이 특정 장난감을 일정 시간 동안 본 후 다시 제시했을 때 이를 인식하고 반응한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2. 하지만 왜 기억이 안 날까? — 유아기 기억상실증 (Infantile Amnesia)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후 3~4세 이전의 기억을 명확하게 회상하지 못합니다. 이를 **유아기 기억상실증(Infantile Amnesia)**이라 부릅니다. 이는 단지 기억이 저장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저장은 되었지만 그 기억을 다시 꺼내 쓸 수 있는 능력—즉 '회상 능력'이 미발달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주요 원인 몇 가지를 살펴보면:


1. 뇌 발달의 미성숙
특히 해마(hippocampus)와 전두엽(prefrontal cortex)은 기억 형성 및 회상에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이 부위들은 생후 수년간 계속 발달하기 때문에, 초기 기억은 체계적으로 저장되지 않거나 장기적으로 안정화되지 못합니다.

2. 언어 발달의 지연


인간의 자전적 기억(episodic memory)—즉, 개인적인 사건과 경험을 저장하는 능력—은 언어 능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언어가 발달하기 전에는 경험을 말로 구조화하고 저장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억은 있지만 이를 '이야기'로 회상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3. 자기 개념(self-concept)의 형성 미흡
자전적 기억은 "나"라는 주체가 존재해야만 유지됩니다. 아이들이 자아의식을 뚜렷하게 갖기 시작하는 시점은 보통 18개월에서 2세 무렵입니다. 이 전에는 ‘경험한 주체로서의 나’를 명확히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기억은 뇌에 남더라도 자기중심적 맥락에서 보존되지 않습니다.

3. 기억은 사라진 것이 아니다: 비의식적 기억과 단서 회상


앞서 말했듯, 기억은 반드시 사라진 것이 아니라 비의식적 영역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특정 냄새나 음악, 사진 등이 과거의 감각을 강하게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은 해당 기억이 잠재적으로 저장되어 있었음을 시사합니다.


이를 **'단서 회상(cue-dependent recall)'**이라 하며, 외부의 특정 자극이 뇌의 특정 연결망을 활성화시켜 잊혀진 기억을 잠시 떠올리게 만듭니다. 이러한 현상은 유아기 때의 경험도 뇌 속 어딘가에 저장되었을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관련 실험 사례:

Rovee-Collier의 기억실험 (1990s)
3개월 된 아기에게 장난감에 연결된 끈을 발에 묶어 놀이를 하게 한 후, 나중에 같은 장난감을 보여주면 발을 움직여 장난감을 작동시키려는 행동을 다시 시도했습니다. 이 실험은 아기들도 '학습된 행동을 기억하고 있다는' 증거로 해석됩니다.


4. 기억의 재구성: 과거의 기억은 계속 변형된다


기억은 단단히 고정된 데이터가 아니라, 매번 회상될 때마다 새롭게 구성되는 창조적인 과정입니다. 이 때문에 유아기의 기억은 회상이 어려운 것뿐만 아니라,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재구성되며 점점 현재의 인식에 맞게 왜곡되기도 합니다.


가짜 기억(false memory)와 혼동:

어린 시절 특정 장면이 기억난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가족의 이야기를 듣거나 사진을 본 것이 만들어낸 '가짜 기억'인 경우도 많습니다. 이는 우리의 뇌가 '기억의 공백'을 상상으로 채우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5. 최신 연구 동향: 아기의 뇌는 기억을 지운다?

2020년대 이후의 신경과학 연구에서는 아기 뇌의 기억 상실이 **'지워지는 과정(active forgetting)'**일 수도 있다는 가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일부 실험에서는 생쥐에게 기억을 학습시키고, 뇌 특정 뉴런군을 조작해 해당 기억을 ‘다시 불러올 수 있게’ 만든 사례도 있습니다.

폴 프랭클랜드(Paul Frankland) 캐나다 식키즈병원 신경과학및정신건강프로그램 선임연구원팀은 유전적으로 조작된 쥐를 이용해, 유아기의 모든 기억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뇌에 저장돼 있지만 단지 잊혀진 것 뿐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말은 곧, **아기 시절의 기억은 '저장되었지만 봉인되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며, 미래에는 기술적으로 해당 기억에 접근하는 것도 이론적으로 가능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결론: 기억은 존재했을 수도 있다


따라서 "한 살 아기 때부터 기억은 시작된다. 단지 기억해 내지 못할 뿐이다"라는 주장은 현재 과학과 뇌과학 지식으로 볼 때 상당한 타당성을 가집니다. 비록 언어, 자기 개념, 신경 발달의 한계로 인해 회상이 어렵지만, 기억의 흔적은 이미 존재하고 저장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아기의 뇌는 처음부터 빈 캔버스가 아니라, 정보를 저장하고 학습하며 반응하는 활발한 기억의 기관입니다. 비록 그 기억을 명확히 떠올릴 수 없다 해도, 우리의 정서와 성격, 반응 방식에 깊은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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