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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 노화의 비밀|노화 신호를 퍼뜨리는 HMGB1 단백질의 역할과 과학

by honeypig66 2026. 8. 28.

 

🖋️ 서론: 삶의 경험에서 시작하는 이야기

세월의 흐름과 함께 우리 몸속 세포에도 변화가 시작됩니다. 세포 노화는 단순히 시간이 흐르는 현상이 아니라 주변 세포와 조직에 영향을 미치는 복잡한 생물학적 과정입니다. 출처: Pexels / Monstera Production

병실 창밖으로 변하는 계절을 보며, 우리 몸의 시간도 자연의 당연한 섭리라 믿어왔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이의 삶과 회복의 과정을 지켜보며 '노화'는 그저 세월이 흐름에 따라 피부가 얇아지듯 피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운명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바이오·의학계 연구들은 매우 흥미로운 사실을 밝혀내고 있습니다. 노화가 단순히 세포가 낡아 고장 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특정 단백질을 통해 주변 정상 세포에 신호를 전달하며 확산되는 생물학적 과정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은 우리 몸속에서 이러한 노화 신호 전달의 중심에 서 있는 HMGB1 단백질의 역할과 과학적 진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세포 노화의 정의와 양면성: 세포 노화는 무조건 나쁜 것일까?

세포 노화는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하고 조직 회복을 돕는 방어 기전이지만, 노화 세포가 장기간 축적되면 오히려 염증과 조직 기능 저하에 관여할 수 있습니다. 출처: Pexels / Yan Krukau

세포 노화(senescence)란 세포가 외부 자극이나 스트레스로 인해 더 이상 분열하지 않고 성장 정지 상태에 들어가는 현상을 말합니다.

흔히 노화 세포라 하면 체내에서 빠르게 제거해야 할 '백해무익한 존재'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세포 노화는 사실 우리 몸을 지키는 중요한 방어 기전 중 하나입니다. 예를 들어 DNA 손상이 심각해져 암 세포로 변이될 위험이 생기면, 우리 몸은 해당 세포의 분열을 강제로 멈추어 종양 형성을 억제합니다. 또한 조직이 손상되었을 때 상처가 회복되는 초기 과정에도 노화 세포는 일정 부분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노화 세포가 제때 제거되지 않고 체내에 지나치게 축적되며 오래 남을 때 발생합니다. 제거되지 않은 노화 세포는 점차 정상적인 주변 조직의 환경까지 변화시키기 시작합니다.

2. SASP: 노화 세포가 주변으로 보내는 신호

노화 세포는 SASP를 통해 다양한 염증성 신호와 성장인자 등을 분비하며, 이러한 신호가 주변 정상 세포의 기능과 노화 상태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출처: Pexels / RDNE Stock project

세포가 노화되면 조용히 숨죽여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이들은 활성화된 상태를 유지하며 다양한 염증성 사이토카인, 성장인자, 단백 분해 효소 등을 세포 밖으로 활발히 분비합니다. 이러한 노화 세포 특유의 분비 패턴을 SASP(Senescence-Associated Secretory Phenotype, 노화 관련 분비 형태)라고 부릅니다.

SASP 물질들은 초기에는 면역세포를 불러 모아 노화된 세포 자신을 제거하도록 돕는 긍정적 신호로 작동합니다. 하지만 노화 세포가 과도하게 쌓여 SASP 분비가 만성화되면, 주변 정상 세포에 지속적인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을 유도합니다. 그 결과 인접한 정상 세포마저 노화 상태로 유도되는 '주변분비성 노화(paracrine senescence)' 현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단 하나의 노화 세포 문제가 주변 조직의 기능 저하로 확대될 가능성이 생깁니다.

3. HMGB1의 본래 역할: 원래부터 나쁜 단백질은 아니다

HMGB1은 정상 상태에서는 핵 안에서 DNA 구조와 유전자 조절에 관여하지만, 세포가 손상되면 세포 밖으로 방출되어 손상 신호를 전달하는 DAMP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출처: Pexels / August de Richelieu

노화 신호 전달의 핵심 인자로 떠오른 HMGB1(High Mobility Group Box 1)은 원래부터 세포를 해치는 단백질이 아닙니다.

정상적인 상태에서 HMGB1은 세포 핵 내부에 위치하며, DNA 구조를 안정화하고 유전자 발현 및 복구를 돕는 필수적인 단백질입니다. 그러나 세포가 강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손상되면 핵 밖으로 유출되어 세포외 공간으로 방출됩니다. 이때 세포 외부에 존재하는 HMGB1은 면역계에 '손상이 발생했다'는 신호를 알리는 DAMPs(손상 관련 분자 패턴)로 작용하게 됩니다.

특히 2025년 발표된 국내 연구진(고려대·연세대 등)의 최신 선행 연구에서 주목한 핵심은 HMGB1의 단순한 '양'뿐만 아니라 '산화환원(redox) 상태'였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특정한 환원/산화 상태를 가진 세포외 HMGB1만이 주변 세포의 노화 표현형을 강하게 유도하며, 완전히 산화된 형태에서는 이러한 노화 유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음이 관찰되었습니다. 즉, HMGB1이 어떤 화학적 상태로 세포 밖에 존재하느냐가 노화 신호 작동의 결정적 변수라는 뜻입니다.

4. 실제 실험이 보여준 결과: 노화 신호의 확산 관찰

동물실험에서는 특정 조건의 세포외 HMGB1이 조직에서 p16·p21과 같은 노화 관련 표지의 증가와 연관되고, HMGB1 신호를 억제했을 때 염증 및 조직 재생 지표가 개선되는 결과가 관찰되었습니다. 출처: Pexels / Mikhail Nilov

연구진은 세포 수준에서의 검증을 넘어 생쥐 모델을 통해 세포외 HMGB1의 생체 내 영향을 관찰했습니다.

특정 형태의 세포외 HMGB1을 젊은 생쥐에 전신적으로 투여했을 때, 생쥐의 다양한 조직에서 p16, p21과 같은 대표적인 세포 노화 표지 지표들이 유의미하게 증가하는 모습이 확인되었습니다. 반대로, HMGB1의 작용을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억제제를 처리했을 때에는 조직 내 노화 표지자와 전신 염증 수치가 감소했으며, 특히 손상된 근육 조직의 재생 능력이 향상되는 결과가 관찰되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연구를 '노화가 전염된다'는 단순한 문장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입니다. 이번 연구가 보여주는 것은 특정 조건의 세포외 HMGB1이 다른 세포와 조직에서 노화 관련 신호와 표현형을 유도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노화가 세포 하나의 고립된 변화가 아니라 주변 환경과 신호 네트워크의 영향을 받는다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합니다. 다만 이것이 인간의 노화가 감염병처럼 전염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5. 신호 전달 경로: RAGE → JAK/STAT → NF-κB

세포외 HMGB1은 RAGE 등의 수용체와 상호작용하면서 JAK/STAT와 NF-κB를 포함한 세포 신호전달 체계에 영향을 주고, 염증 및 세포 노화 관련 반응을 촉진할 수 있습니다. 출처: Pexels / Kindel Media

HMGB1이 세포 밖으로 방출되어 주변 세포를 변화시키는 분자 생물학적 경로는 다음과 같이 분석됩니다.

특정 redox 상태의 세포외 HMGB1은 RAGE를 비롯한 수용체 신호에 영향을 미치며, 이번 연구에서는 RAGE를 통한 JAK/STAT 및 NF-κB 신호 활성화가 노화 표현형과 연결되는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이러한 신호 경로가 지속적으로 작동하면 세포 내부의 염증성 사이토카인 분비(SASP)가 촉진됨과 동시에 세포주기 억제 인자들이 작용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신호 환경은 주변 세포의 증식 억제와 노화 관련 표현형 형성에 관여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6. 치료 표적으로서의 가능성과 명확한 한계

노화세포와 SASP 신호를 선택적으로 조절하는 치료 전략이 연구되고 있지만, HMGB1은 정상적인 면역 방어와 조직 회복에도 관여하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차단에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출처: Pexels / Karolina Grabowska

HMGB1 및 관련 신호 전달 경로가 밝혀짐에 따라, 이를 타깃으로 하는 정밀 의학적 연구가 활발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HMGB1의 과도한 분비나 수용체 결합을 선택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면, 알츠하이머병, 심혈관 질환, 만성 근육 감퇴 등 노인성 만성 염증 질환의 진행을 완화할 수 있는 새로운 열쇠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재 단계에서의 임상적 한계를 명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연구 단계의 한계: 현재까지 확립된 주요 근거들은 세포 및 동물실험 수준이며, 이것이 사람에게 직접 적용되어 노화 자체를 억제하거나 인간의 수명을 연장한다는 임상적 증거로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 무조건적인 차단의 위험성: HMGB1은 본래 면역 방어, 감염 대응, 조직 상처 회복에 필수적인 단백질입니다. 따라서 HMGB1을 무작정 억제하거나 완전히 제거하는 치료는 오히려 면역 기능 저하나 조직 회복 지연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 향후 과제: 핵심은 HMGB1 전체를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노화 전파 및 만성 염증을 유발하는 '특정 산화환원 상태의 HMGB1과 RAGE/JAK-STAT 신호 경로만을 선택적으로 조절'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 맺음말: 통찰과 위로

규칙적인 신체활동과 균형 잡힌 식사, 충분한 수면은 건강한 노화와 전반적인 염증 부담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기본적인 생활 습관입니다. 출처: Pexels / Julia M Cameron

세포가 노화 신호를 주변으로 퍼뜨릴 수 있다는 과학적 사실이 한편으로는 다소 염려스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바꾸어 생각하면, 우리 몸의 환경과 생활 습관을 바꿈으로써 신체 전체로 전달되는 신호의 질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만성 염증을 줄이는 균형 잡힌 식습관, 규칙적인 신체활동, 충분한 수면과 같은 생활 습관은 전반적인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 부담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본적인 건강 관리가 장기적으로 세포와 조직의 건강한 환경을 유지하는 토대가 됩니다. 세월이라는 자연의 흐름을 완전히 거스를 수는 없겠지만, 우리의 일상 속 작은 건강 습관들을 통해 몸속 세포들에게 매일 긍정적인 회복의 신호를 전달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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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ference / 참고 연구

  • Extracellular HMGB1 with specific redox status induces senescence phenotypes via RAGE-mediated signaling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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