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생활을 계획할 때 많은 사람이 고민하는 것이 '어디에서 살 것인가'이다. 전원주택으로 이사 가는 것이 좋을지, 도시를 떠나 자연 속에서 여유롭게 지내는 것이 나을지, 혹은 자녀가 사는 곳 근처로 옮기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지 고민이 많다. 그러나 김경인 경관디자인 공유 대표는 저서 나이 들어 어디서 살 것인가를 통해 "건강하고 자립적인 노후를 위해서는 살던 곳에서 계속 사는 것이 최선"이라는 주장을 펼친다.
그가 이렇게 주장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오랫동안 살던 지역은 익숙한 환경이기 때문에 적응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새로운 곳으로 이사하면 생활 편의시설의 위치를 파악하고 새로운 이웃과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젊을 때는 비교적 수월하게 적응할 수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환경의 변화는 스트레스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고령층은 새로운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쉽지 않으며, 기존의 친숙한 환경을 벗어나는 것이 심리적 불안을 초래할 수도 있다.
둘째, 살던 곳에는 이미 형성된 사회적 관계가 존재한다. 가까운 이웃, 단골 가게 주인, 오래 알고 지낸 친구들과의 관계는 노후 생활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새로운 환경에서는 이런 관계를 새로 만들어야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사회적 관계를 확장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연구에 따르면, 노년기의 사회적 고립은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치매나 우울증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반면, 익숙한 환경에서 오랜 친구나 이웃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면 사회적 지지를 받을 수 있어 정서적으로 안정된 생활이 가능하다.
셋째, 노후에는 예상치 못한 건강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의료시설과의 접근성이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살던 곳에서는 자신이 자주 다니던 병원이나 약국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으며, 의료진과의 신뢰 관계도 형성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새로운 지역으로 이사하면 병원을 새로 찾아야 하고,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적응 기간이 필요할 수 있다. 특히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한 만성질환 환자의 경우, 기존 의료진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치료를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넷째,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익숙한 지역에 계속 거주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새로운 지역으로 이사하면 주거 비용뿐만 아니라 생활 방식의 변화로 인해 추가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대도시에서 전원주택으로 이사하면 대중교통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으며, 차량 유지비가 추가로 들거나 생활비가 예상보다 많이 증가할 수도 있다. 반면, 기존 거주지에 계속 살면 생활 패턴을 유지할 수 있어 예측 가능한 경제적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물론, 모든 사람이 반드시 현재 거주지에서 계속 살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현재 사는 곳이 너무 불편하거나 의료·복지 서비스가 부족한 경우라면 새로운 곳으로 이사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하지만 김경인은 "이사를 고려하기 전에 먼저 현재 거주지를 최대한 활용할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지역 내에서 가능한 한 생활 환경을 개선하고,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노후에는 단순히 '어디에서 살 것인가'뿐만 아니라 '어떻게 살 것인가'도 중요한 문제다. 즉, 물리적인 거주 환경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고, 건강을 관리하며, 자립적인 삶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는 평소에 지역사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친밀한 이웃 관계를 형성하며,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건강하고 자립적인 노후를 위해서는 무조건 새로운 환경을 찾기보다, 현재 살고 있는 곳에서 최대한 편안하고 안정적인 삶을 이어갈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친숙한 환경과 사람들 속에서 오랜 시간 축적된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노후의 삶을 더욱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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