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줄 요약
- 가톨릭교회에서 삼위일체 하느님께는 '흠숭(Latria)'을, 성모 마리아에게는 '공경(Hyperdulia)'을 드리며, 그녀는 하느님의 구원 계획에 전적으로 순종한 인류의 영적 어머니로 여겨집니다.
- 개신교에서는 예수 그리스도만이 유일한 중보자라는 성경적 원리에 입각하여 마리아를 향한 기도의 전통이나 후대 교리들에 대해 신학적 우려와 경계의 시선을 보냅니다.
- 18년의 사목 현장에서 수많은 이들과 아픔을 나누며 깨달은 것은, 마리아의 진정한 신앙적 모범은 자신의 모든 것을 비우고 순종했던 그 순수한 ‘피아트(Fiat, 그렇게 이루어지소서)’의 자세에 있다는 사실입니다.
🖋️ 서론: 성모 마리아를 마주하는 두 가지 시선

우리가 가톨릭 성당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풍경 중 하나는 제대 한쪽이나 성당 정원에 조용히 두 손을 모으고 서 계신 성모 마리아의 조각상입니다. 푸른빛 망토를 두르고 자애로운 미소를 짓고 계신 그 모습 앞에서 수많은 신자들이 무릎을 꿇고 묵주기도를 바치며 위로를 구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가톨릭의 풍경을 바라보는 이웃 개신교 성도들의 시선에는 종종 낯설음과 함께 깊은 우려가 담기곤 합니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을 유일한 중보자로 믿는데, 왜 가톨릭은 마리아에게 기도를 하고 특별한 지위를 부여하는 것일까?"라는 의문입니다. 이는 두 교회 사이에서 가장 오해가 깊고 날카로운 신학적 논쟁점 중 하나입니다.
18년 동안 사목 현장에서 수많은 신자들과 함께 묵주기도를 바치고, 지금 장제동 더필립병원 807호 병상에서 제 자신의 한계와 호흡을 가다듬으며 마리아를 향한 신앙의 본질을 깊이 사유해 봅니다. 성모 마리아를 향한 공경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며, 왜 개신교는 이를 경계하는 것일까요? 두 교회의 시선 차이를 신학적, 역사적 맥락 속에서 깊이 파헤쳐 봅니다.
1. 가톨릭의 마리아론: 왜 성모를 공경하는가?

가톨릭교회의 신앙 안에서 성모 마리아는 단순히 예수의 육신을 낳은 생물학적 어머니에 머물지 않습니다. 교회는 마리아를 ‘하느님의 어머니(Theotokos)’이자 교회의 모상으로 선포하며, 특별한 공경의 대상으로 모십니다.
- 흠숭(Latria)과 공경(Hyperdulia)의 엄격한 구분: 가톨릭 교리에 따르면, 오직 삼위일체 하느님만이 '흠숭(Latria)'의 대상입니다. 즉, 하느님 외에는 그 누구도, 심지어 성모 마리아나 성인(Saints)들도 흠숭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반면 마리아를 향한 공경은 '하이퍼둘리아(Hyperdulia)'라고 부르는데, 이는 모든 피조물 가운데 가장 거룩하고 은총을 많이 입은 이에게 바치는 최고의 '공경'을 뜻합니다. 성인들을 향한 공경(Dulia)보다 한 단계 더 높은 공경이지만, 결코 하느님을 향한 흠숭과는 명백히 구분됩니다.
- 구속 협력자와 순종의 모범: 마리아는 천사 가브리엘의 수태고지 앞에서 자신의 두려움을 넘어 "주님의 종이오니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Fiat)"라고 온전히 응답했습니다. 가톨릭은 마리아를 그리스도의 유일한 구원 사역에 독립적으로 참여한 존재가 아니라, 하느님의 은총 안에서 자유롭게 협력한 '구속 협력자(Cooperator in Redemption)'로 이해합니다. 그녀의 이 전적인 순종은 인류의 구원을 위한 하느님의 계획에 동참한 중대한 통로가 되었습니다.
- 교회의 어머니와 중재적 전구: 지상 여정을 마친 마리아는 영혼과 육신이 함께 하늘로 들어올림을 받았다는 '성모 승천(Assumption)' 교리에 따라 천상에서 영광을 누리고 있습니다. 가톨릭 신자들이 마리아에게 바치는 기드는 마리아가 직접 은총을 베푼다는 뜻이 아니라, 우리를 위해 하느님께 대신 빌어달라는 '전구(Intercession)'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가톨릭은 혼인 잔치에서 마리아가 예수께 사람들의 필요를 전한 것(요한 2장)을 전구의 상징적인 모습으로 이해하기도 합니다. 자식의 아픔을 어머니가 가장 잘 알듯, 인간의 연약함을 아시는 마리아가 우리를 위해 아들 예수께 자비를 청해 줄 것이라는 깊은 신뢰인 것입니다.
2. 개신교의 시각: 왜 마리아 공경을 경계하는가?

반면 16세기 종교개혁 이후 태동한 개신교는 가톨릭의 마리아 신학과 공경 전통에 대해 성경적 근거가 부족하며, 자칫 그리스도의 유일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강력한 우려와 비판의 입장을 취해왔습니다.
- 오직 예수, 유일한 중보자 (Solus Christus): 개신교 신학의 가장 핵심적인 뼈대는 디모데전서 2장 5절의 말씀("하나님은 한 분이시요 또 하나님과 사람 사이의 중보기도 한 분이시니 곧 사람이신 그리스도 예수라")에 기초합니다. 개신교는 하느님과 인간 사이에 사제나 성인, 혹은 마리아를 거칠 필요 없이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만 직접 나아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마리아에게 전구를 부탁하는 기도조차 그리스도의 유일한 중보 직분을 흐리게 만드는 요소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 성경적 근거의 한계와 교리적 형성: 개신교에서는 마리아의 동정녀 탄생이나 평생 동정, 그리고 성모 승천이나 무염시태(Immaculate Conception) 등의 가톨릭 교리들이 성경 본문에 명시적으로 나타나지 않으며, 후대의 교회 전통과 교도권을 통해 형성된 것으로 이해합니다. 마리아는 어디까지나 예수의 육신을 낳은 경건하고 귀한 동정녀였을 뿐, 예배나 특별한 기도의 객체가 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 우상숭배에 대한 경계: 구약성경부터 이어진 엄격한 율법은 형상을 만들거나 피조물을 신격화하는 것을 엄금했습니다. 개신교는 성당 내부의 마리아 조각상 앞에 불을 밝히고 무릎을 꿇는 모습이 자칫 대중의 신앙 속에서 마리아를 하느님과 동등한 반열로 오해하게 만들거나 우상숭배적 요소로 변질될 위험이 있다고 염려합니다.
3. 역사적·문화적 배경으로 본 마리아 공경의 발전

마리아를 향한 공경이 단순히 교리적 발명에서 온 것은 아닙니다. 거기에는 초대 교회부터 중세에 이르는 깊은 역사적, 문화적 흐름이 얽혀 있습니다.
- 초대 교회와 에페소 공의회(431년): 5세기 당시 예수의 신성과 인성을 두고 벌어진 논쟁 속에서,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가 참사람이시며 동시에 참하느님이심을 분명히 선언하기 위해 마리아를 ‘하느님의 어머니(Theotokos)’로 공식 인정했습니다. 이 결정은 마리아 자체를 높이기 위함이라기보다,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한 정체성을 방어하기 위한 기독론적 선언이었습니다.
- 중세 유럽의 모성성 갈망: 중세 시대의 거칠고 폭력적인 봉건 사회 속에서, 대중들은 두려운 심판자로서의 하느님보다 따뜻하게 품어 안아주는 어머니의 자비와 위로를 갈구했습니다. 이러한 문화적·영적 갈망 속에서 마리아 신심은 급격히 발전하였고, 수많은 성당들이 '노트르담(Notre-Dame, 우리의 어머니/성모 마리아)'이라는 이름으로 봉헌되었습니다.
4. 18년의 사목 생활 끝에 남은 생각: 마리아가 우리에게 남긴 진짜 영성

사제로 살아가며 수많은 신자들의 고통을 마주했습니다.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어머니의 눈물, 삶의 벼랑 끝에서 의지할 곳 없는 이들의 탄식을 들을 때, 가톨릭 신자들이 왜 성모 마리아의 품을 찾는지 온몸으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완벽한 권능을 가진 재판관 앞에서 느끼는 두려움을 넘어, 아무 조건 없이 내 아픔을 품어줄 '어머니의 눈물'을 향한 영혼의 본능적인 갈증이 있었습니다.
장제동 더필립병원 807호 병상에서 링거 바늘의 차가운 온기를 느끼며 제 삶을 돌아봅니다. 마리아를 향한 공경의 형식이 교파마다 다르다 할지라도, 성경이 마리아를 통해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본질은 명확합니다.
마리아는 자신의 삶이 온통 흔들리고 막막한 수태고지의 순간에도 하느님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였습니다. 십자가 아래에서 아들의 처참한 죽음을 목도하면서도 침묵 속에서 그 고통을 품어 안았습니다. 마리아의 영성은 자신을 내세우는 영성이 아니라, 스스로를 비워 하느님의 말씀이 육화되도록 품는 '비움과 순종의 영성'이었습니다.
🖋️ 결론: 논쟁의 벽을 넘어 순종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성모 마리아를 둘러싼 가톨릭과 개신교의 시각 차이는 뚜렷합니다. 가톨릭이 마리아를 구속사에 동참한 영적 어머니이자 전구자로 공경하는 반면, 개신교는 오직 그리스도 한 분만을 향한 유일한 중보 신앙을 철저하게 고수합니다.
이러한 신학적 경계와 논쟁은 서로의 입장에서 쉽게 좁혀지기 어려운 깊은 골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교리의 장벽을 잠시 내려놓고 마리아라는 인물의 본질을 바라볼 때, 두 교회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하나의 거대한 진실과 마주하게 됩니다.
마리아는 자신을 앞세우지 않고 언제나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키는 최초의 증인이었습니다. 가나의 혼인 잔치에서 그녀가 남긴 마지막 유언 같은 당부는 오늘날 갈라진 두 교회를 향해서도 조용히 울려 퍼집니다.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요한 2, 5)
호칭의 형식과 공경의 방식을 넘어, 마리아처럼 자신의 삶을 온전히 비우고 그리스도의 뜻에 순종하는 것—그것이 바로 두 교회의 차이를 넘어 모든 그리스도인이 함께 걸어야 할 참된 신앙의 길이 아닐까요?
📌 안내 말씀
※ 이 글은 특정 교파를 비판하거나 우열을 가리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가톨릭과 개신교의 역사와 교리를 이해하기 쉽게 소개하기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교리와 역사에 대한 세부 해석은 각 교단 및 학자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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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 문헌
- 「가톨릭교회 교리서」
- 「공동번역성서」 및 「성경」(한국천주교주교회의)
- 「마리아: 신학적 성찰」 (가톨릭대학교 출판부)
-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교회헌장(Lumen Gentium)」 제8장
- 국립국어원 및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