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천의 한 헬스장에 걸린 공지문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었다. "주사기는 휴지에 말아서 쓰레기통에 버려주세요. 변기 뚫는 데 50만 원 나왔습니다." 단순한 공지처럼 보이지만, 이 문구에는 피트니스 업계의 어두운 현실이 담겨 있다.
이 문구가 의미하는 것은 단순한 위생 문제를 넘어선다. 보디빌딩과 피트니스 업계에서 금기시되는 ‘약물 사용’이 얼마나 보편화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단백질 보충제나 크레아틴 같은 합법적인 보충제와 달리, 주사기를 필요로 하는 약물들은 대부분 스테로이드, 성장호르몬, 혹은 기타 퍼포먼스 향상 약물(PEDs)일 가능성이 크다.
이런 약물의 사용이 퍼진 이유는 단순하다. 자연적인 운동만으로 경쟁력을 갖추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소셜미디어가 발달하면서, 헬스 인플루언서들은 극단적인 몸을 만들어야 주목을 받을 수 있고, 이는 결국 약물 사용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헬스장에서 주사기가 발견된다는 사실은, 우리가 흔히 보는 ‘완벽한 몸’이 실제로는 약물의 도움을 받은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1) 근육무용론? 헬스장의 위기
최근 몇 년간 헬스업계는 또 다른 도전에 직면해 있다. 바로 ‘근육무용론’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홈트레이닝이 활성화되면서 헬스장 이용률이 감소했고, 많은 사람들이 PT(퍼스널 트레이닝)보다는 유튜브나 SNS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운동 루틴을 따라 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또한, MZ세대를 중심으로 헬스장 문화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퍼지고 있다. "근육이 실생활에서 크게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 즉 근육무용론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근육이 남성성의 상징으로 여겨졌고, 건강과 자기 관리의 척도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크다고 강한 것이 아니다', '운동은 꼭 헬스장에서 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헬스장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는 운동을 하더라도 ‘크기’보다는 ‘기능성’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 크로스핏, 필라테스, 요가, 등산 같은 활동이 인기를 끄는 이유다. 이런 변화는 헬스장, 특히 보디빌딩 중심의 헬스장에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2) 말라가는 헬스장,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
헬스장들은 생존을 위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단순히 웨이트 트레이닝 기구를 배치해 놓고 회원을 기다리는 시대는 끝났다. 대신, 피트니스 센터들은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부 헬스장은 특정 목표를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근력 강화뿐만 아니라, 자세 교정, 체형 개선, 재활 운동 등을 포함하는 것이다. 또한, 그룹 트레이닝을 강화해 사람들과 함께 운동하는 재미를 강조하는 곳도 많아졌다.
3) 결국 헬스장이 살아남으려면 단순히 ‘근육을 키우는 곳’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야 한다. 현대 사회에서 운동의 목적은 다양해지고 있으며, 헬스장도 이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
인천의 헬스장에 붙은 ‘주사기’ 공지문은 단순한 위생 문제가 아니라, 현재 피트니스 업계가 마주한 여러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약물에 의존하는 운동 문화, 헬스장의 위기, 그리고 변화하는 운동 트렌드 속에서, 헬스업계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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