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론
많은 분이 제게 묻습니다. "신부님, 이제 다 나으셨나요?" 혹은, "이제 공황장애는 완전히 극복하신 건가요?"
그 질문을 들을 때마다 저는 잠시 숨을 고릅니다. 정직하게 말씀드리면, 저는 아직도 매일매일이 투쟁입니다. 여전히 공황은 곁에 있고, 불안은 불쑥불쑥 찾아옵니다. 잠 못 들어 뒤척이는 밤은 지금도 존재하며, 꿈속에서는 여전히 사제복을 입고 제단 앞에 서 있기도 합니다. 사람을 만나는 일이 여전히 두렵고, 누군가의 시선에 위축될 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한 가지는 분명히 달라졌습니다. 저는 이제 도망치지 않습니다.
1. 회복은 완치가 아니라 동행입니다

예전의 저는 회복을 '고장 난 기계를 고쳐서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조금만 다시 불안해져도 좌절했고, 잠을 설친 날이면 "나는 아직도 실패했다"고 스스로를 몰아붙였습니다.
하지만 긴 시간을 지나며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상처를 지운 채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상처를 품고 살아가는 존재였습니다. 회복은 상처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상처가 더 이상 나를 지배하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불안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불안이 찾아와도 내가 무너지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회복을 완치가 아니라 동행이라고 부릅니다. 불안과 함께 걷고, 두려움과 함께 걷고, 때로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다시 하루를 살아내는 것. 그것이 제가 이해하게 된 회복의 모습입니다.
2. 고통의 이유를 묻다

회복을 공부하게 된 것은 살고 싶어서가 아니었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그 이유를 알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내 몸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그 질문이 시작이었습니다.
공황장애를 공부했고, 수면을 공부했고, 뇌과학을 공부했고, 신경전달물질과 자율신경계를 공부했습니다. 신기하게도 이해가 늘어날수록 두려움은 조금씩 줄어들었습니다. 모르는 것은 공포가 되지만, 이해하는 순간부터는 관리할 수 있는 대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제가 건강과 회복에 관한 글을 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저는 전문가가 아닙니다. 하지만 실제로 무너져 본 사람입니다. 그리고 다시 일어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공부했던 사람입니다. 그래서 제 기록이 누군가에게 작은 등불 하나가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3. 사실은 여러분이 저를 살렸습니다

많은 분은 제가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고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진실은 조금 다릅니다. 사실은 여러분이 저를 살렸습니다. 제가 글을 올릴 때마다 남겨주신 댓글, 조용히 눌러주신 공감, 그리고 "저도 비슷한 시간을 지나고 있습니다"라는 짧은 고백들이 저를 버티게 만들었습니다.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저는 가장 바닥에서 배웠습니다. 제가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었듯, 누군가는 제게 희망이 되어 주었습니다. 회복은 혼자 하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함께 건너는 일이었습니다.
4. 오늘도 살아가기로 선택합니다

많은 분이 저의 회복기를 지켜봐 주셨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여드린 것은 완벽한 성공담이 아닙니다. 어쩌면 아주 평범한 이야기입니다. 넘어지고, 울고, 포기하고 싶어 하고, 그러다가 다시 일어나는 이야기. 인생은 영화처럼 극적으로 바뀌지 않았습니다. 오늘도 불안은 있고, 경제적 어려움도 있고, 풀리지 않은 문제도 많습니다.
하지만 예전과 다른 것이 하나 있습니다. 저는 내일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저는 오늘도 살아가기로 선택합니다.
5. 우리의 두 번째 봄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

시리즈를 마치며 스스로에게, 그리고 지금도 각자의 어둠 속에서 버티고 있을 누군가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회복은 어느 날 갑자기 도착하는 목적지가 아닙니다. 조금 늦더라도, 조금 비틀거리더라도, 계속 걸어가는 과정입니다.
저는 완전히 회복된 사람이 아닙니다. 다만 예전처럼 고통에 끌려가지 않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면 충분하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저는 여전히 회복 중입니다. 여전히 넘어지고, 여전히 불안해하고, 여전히 배워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압니다. 회복은 상처가 없는 상태가 아니라, 상처를 안고도 다시 살아가는 용기라는 것을.
그래서 저는 오늘도 공부합니다. 오늘도 기록합니다. 오늘도 살아갑니다.
만약 지금 당신이 인생의 겨울 한가운데 서 있다면, 부디 기억해 주십시오. 겨울은 영원하지 않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결국 봄은 왔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두 번째 봄은, 지금도 조용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긴 기록을 함께 걸어와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우리의 두 번째 봄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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