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의 온상 박쥐의 오가노이드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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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의 온상 박쥐의 오가노이드 완성

by honeypig66 2025. 5. 18.

다음은 "바이러스의 온상 박쥐의 오가노이드 완성"이라는 주제를 과학적으로 분석한 글입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하면, 박쥐가 바이러스의 숙주로서 특별한 면역 시스템을 지닌 이유, 그 박쥐의 생리학적 특성을 실험실에서 재현하기 위해 오가노이드를 만드는 최신 연구 동향, 그리고 이것이 인류 보건에 미치는 영향 등을 포함합니다.


바이러스의 온상 박쥐, 그 미스터리를 푸는 열쇠 ‘오가노이드’의 등장

1. 박쥐, 바이러스의 ‘완벽한 숙주’

박쥐는 에볼라, 니파, 마버그, 사스(SARS), 메르스(MERS), 코로나19(COVID-19) 등 인수공통감염병(zoonosis)의 숙주로 자주 지목된다. 바이러스를 몸속에 지닌 채 병에 걸리지 않고 살아가는 박쥐는 어떻게 수많은 병원체와 공존할 수 있을까?


이 생물학적 미스터리는 수십 년간 바이러스학과 면역학 분야에서 연구 대상이 되어왔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인체는 염증 반응과 면역계를 가동해 바이러스를 제거하려 한다. 그러나 박쥐는 이러한 면역 반응이 거의 없이 바이러스를 몸속에 보유하며, 오히려 항바이러스 방어체계를 '저강도로, 지속적으로' 유지한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박쥐는 체온이 40도에 가까운 고온 상태에서 비행을 지속할 수 있는 유일한 포유류이며, 그 과정에서 생성되는 활성산소(ROS)를 억제할 수 있는 독특한 세포 자가수복 시스템을 지닌다. 이러한 특성은 바이러스 감염 시 세포 사멸이나 조직 손상이 적게 일어나는 생리학적 기반이 된다. 따라서 박쥐는 병원체에 감염되어도 병에 걸리지 않고 '침묵 숙주' 역할을 하게 된다.


2. 생체 모사 기술의 진화: 박쥐의 오가노이드 제작

그렇다면 이런 박쥐의 특성을 실험실에서 모사할 수 있다면, 신종 감염병의 기원을 이해하고 사전에 대응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될 것이다. 최근 이를 가능케 하는 연구 성과가 등장했으니, 바로 박쥐의 ‘오가노이드(organoid)’ 개발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진은 다종-다조직 박쥐 오가노이드 플랫폼을 구축했다./IBS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로부터 유래한 3차원 미니 장기 구조물이다. 인체 장기처럼 세포 구성과 기능이 유사하게 구현돼, 약물 테스트, 병원체 감염 연구 등에 활용된다. 박쥐 오가노이드란 곧 박쥐의 장기, 특히 폐, 장, 간, 신경계 등 바이러스가 감염되기 쉬운 기관의 구조와 기능을 실험실에서 재현한 모델이다.

2024년 말, 싱가포르 듀크-NUS 의대와 미국 마운트시나이 아이칸 의대, 중국 광저우 연구소 공동 연구진은 박쥐 장기 유래 세포로부터 폐 오가노이드를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박쥐의 간이나 폐에서 줄기세포 또는 재프로그래밍된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를 분리해 3차원 배양 시스템을 통해 박쥐 특유의 생리 조건, 예를 들어 고체온성, 낮은 염증 반응 등을 모사했다.

이러한 박쥐 오가노이드는 기존 인간 또는 설치류(쥐) 세포 기반 감염병 모델이 가진 한계를 넘어선다. 특히 코로나19 같은 사스계 코로나바이러스나 니파 바이러스와 같이 박쥐에서 인간으로 전파된 병원체의 감염 과정을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는 획기적인 플랫폼으로 기능할 수 있다.

3. 박쥐 오가노이드의 실용적 가치

박쥐 오가노이드 개발의 궁극적인 목적은 ‘병원체 탐색 및 조기 대응’이다. 즉, 미래의 팬데믹 후보 바이러스가 박쥐에 어떻게 감염되고, 어떤 조건에서 인간으로 전이되는지를 사전에 시뮬레이션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연구진은 박쥐 폐 오가노이드를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시켜 인간 폐세포와 다른 면역 반응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박쥐 세포는 인터페론이라는 항바이러스 단백질을 저강도·지속적으로 발현하고, 사이토카인 폭풍(cytokine storm)과 같은 과도한 염증 반응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이는 팬데믹의 핵심 병태생리인 ‘면역 과잉 반응’을 예방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또한, 인수공통감염병 바이러스가 인간 세포 수용체(예: ACE2)에 결합하기 전, 박쥐 내에서 어떤 돌연변이 과정을 거치는지를 오가노이드에서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다. 이로써 인간 감염 가능성이 높은 병원체를 조기에 판별하고, 백신 또는 항바이러스제를 미리 개발할 수 있는 과학적 기반이 마련된다.


4. 윤리적·기술적 도전과제

박쥐 오가노이드 연구는 그 가능성과 함께 도전과제도 내포한다. 첫째, 박쥐는 종마다 생리학적 특성이 달라 오가노이드 모델이 특정 종에만 적용될 수 있다. 예컨대 말레이시아 큰과일박쥐는 니파 바이러스의 주요 숙주이지만, 애기박쥐(Myotis) 종은 코로나바이러스 숙주로 더 주목받는다. 따라서 다양한 박쥐 종에서 유래한 줄기세포 확보와 유전체 기반 오가노이드 모델 다변화가 필요하다.


둘째, 박쥐 오가노이드는 인간과의 비교 연구를 전제로 해야 의미가 있다. 인간 오가노이드와의 차이를 분석해 감염 기전이나 숙주 특이성(host specificity)을 규명하려면, 박쥐와 인간을 모두 실험할 수 있는 안전한 생물안전등급(BSL-3~4) 실험 환경과 고성능 유전자 분석 인프라가 필수적이다.

셋째, 윤리적 관점에서 박쥐의 생체 조직을 채취하는 과정에 대한 동물복지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일부 박쥐는 멸종위기종에 해당되기 때문에 국제 규제 기관과의 협의 없이 무분별한 생체 조직 추출은 금지되어 있다.


5. 인류 보건을 위한 전략적 활용

박쥐 오가노이드는 단순한 실험 도구를 넘어, 미래 감염병 예방의 ‘조기경보 시스템’ 역할을 할 수 있다. 신종 바이러스가 출현했을 때, 박쥐 오가노이드에 감염시켜 병원성, 감염력, 인간 전이 가능성 등을 사전에 판단할 수 있다면, 이는 전 세계 공공보건 전략에 혁명적 전환점을 가져올 것이다.


특히 WHO나 CEPI(전염병대비혁신연합) 같은 국제 기구는 팬데믹 대응 전략의 하나로 ‘비인간 생물 기반 감염모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박쥐 오가노이드는 그 중심에 있는 도구로서, 인간 중심의 모델이 포착하지 못하는 ‘중간 숙주’나 ‘자연 기원’ 병원체의 진화를 이해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것이다.

결론


박쥐는 바이러스와의 공존에서 인류가 아직 배우지 못한 면역학적 통찰을 제공한다. 박쥐 오가노이드의 완성은 그 생리학적 비밀을 실험실에서 재현하는 중요한 진전이며, 이는 미래 팬데믹을 예측하고 차단하는 데 과학적 기반이 될 것이다. 인류가 병원체와의 전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단지 백신과 치료제가 아니라, 그 병원체가 처음 태어난 환경과 숙주를 정밀하게 이해하는 것이다. 그리고 박쥐 오가노이드는 그 숙주의 모사를 넘어, 감염병 대비의 미래를 여는 열쇠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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