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제 “저작기능과 교합력, 그리고 인지기능의 관계”는 최근 치의학·신경과학·노인의학 분야에서 매우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영역입니다. 이 글에서는 ‘왜 씹는 힘(저작력)과 교합 상태가 인지기능과 관련이 있는지’를 뇌 과학, 생리학, 그리고 임상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과학적으로 풀어드리겠습니다.

1. 저작기능이란 무엇인가?

저작기능은 음식을 입에 넣고 잘게 부수며 소화 준비를 하는 기본적인 생리 기능입니다. 치아와 턱 근육, 턱관절, 혀, 침샘, 중추신경계가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가능한 복합 행동입니다. 특히 상하 치아가 맞물리는 ‘교합’ 상태가 정상이어야 저작력이 제대로 작동합니다. 이 기능은 단순히 음식을 씹는 것을 넘어서, 전신 건강과 뇌 건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2. 저작기능이 인지기능과 연결되는 이유
① 뇌혈류 증가 유도

저작 활동을 하면 턱과 안면 근육이 움직이며, 그에 따라 머리 부위로 가는 혈류가 증가합니다. 특히 중뇌와 해마(hippocampus),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과 같은 뇌 부위는 저작 시 활성화되는데, 이는 기억력·주의력·집중력 같은 인지기능을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부위입니다. 반복적인 저작은 이 부위의 혈류량을 증가시키고, 뇌 활성도를 높여줍니다.

② 해마의 자극

동물실험에서 씹는 활동이 줄어들면 해마 크기가 축소되고, 신경세포 수와 시냅스 연결도 감소한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반대로 저작 활동이 활발하면 해마 내 신경세포 성장이 촉진되며 기억력과 공간지각 능력이 향상됩니다.
③ 스트레스 완화 및 코르티솔 억제

씹는 행위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cortisol)의 분비를 억제하고, 세로토닌이나 도파민 같은 긍정적 신경전달물질을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특히 스트레스를 받을 때 무의식적으로 껌을 씹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신경계 긴장을 풀고, 뇌 기능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3. 교합력 저하와 인지기능 저하의 상관관계
① 치아 상실과 인지기능

치아를 잃게 되면 음식 섭취가 어려워질 뿐 아니라, 저작을 통해 뇌를 자극하는 기회 자체가 줄어듭니다. 특히 어금니처럼 교합력에 중요한 치아가 빠지면 씹는 힘이 급감하고, 이에 따라 뇌 자극도 현저히 감소합니다.

실제로 일본 도쿄치과대학의 연구에서는 ‘치아 개수가 적을수록 인지기능이 떨어진다’는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자연치가 20개 이하로 줄어든 노인은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인지저하증이나 치매의 위험이 최대 2배 높았습니다.

② 의치 사용자의 경우
전체 틀니나 부분 틀니를 사용하는 노인도 인지기능과 관련이 있습니다. 틀니의 적합도가 높고, 저작력이 보존된 사람은 뇌 건강을 더 잘 유지했으나, 맞지 않는 틀니를 착용하거나 장기간 틀니를 방치한 경우 저작 기능 저하가 급속하게 나타났습니다. 이로 인해 신경자극 부족, 뇌 위축 등의 현상이 보고됩니다.

4. 뇌 영상 연구로 본 근거
MRI나 f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를 이용한 연구에 따르면, 저작 활동을 할 때 뇌의 특정 영역, 특히 전두엽과 해마의 활성도가 증가합니다. 반대로 치아가 없거나 저작력이 약한 고령자에게서는 이 부위의 활성도가 낮고, 뇌 위축도 더 빠르게 진행됩니다.

또한 PET(양전자 단층촬영) 영상에서도 저작 시 포도당 대사가 증가하는 뇌 부위가 관찰됩니다. 이는 곧 뇌가 더 활발하게 에너지를 소모하며, 신경계 연결을 유지한다는 의미입니다.
5. 인지기능 유지를 위한 저작기능 개선법
① 치아 관리의 중요성

건강한 저작력은 ‘자연치’에서 출발합니다. 치주질환(잇몸병), 충치, 턱관절 장애는 저작력 저하의 주된 원인입니다. 정기적인 치과 검진과 스케일링, 필요한 경우 보철 치료를 통해 치아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② 틀니 조정 및 교합관리

틀니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정확한 교합 조정과 정기적인 리라이닝(안감 교체)이 필요합니다. 틀니로도 충분한 교합력을 회복하면 뇌 자극을 일부 유지할 수 있습니다.
③ 음식 종류 조절
부드러운 음식만을 오래 섭취하면 턱 근육 사용이 줄어들어 저작력이 약화됩니다. 적절한 경도의 음식을 섭취하며 턱을 자주 사용하는 습관이 뇌 건강 유지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④ 껌 씹기와 두뇌 자극
무설탕 껌을 씹는 활동만으로도 인지기능 향상 효과가 관찰된 바 있습니다. 단순한 반복 활동 같지만, 뇌를 지속적으로 자극하며 활성 상태로 유지시켜줍니다.

6. 결론

저작기능과 교합력은 단순한 ‘씹는 능력’이 아니라 뇌 건강과 직결되는 중요한 생리 기능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인지기능 저하와 치아 기능 저하는 동시에 나타나기 쉽지만, ‘어떻게 씹고 있느냐’를 관리함으로써 두뇌 건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뇌는 사용하지 않으면 위축되고, 자극이 부족하면 연결이 끊어집니다. 저작은 우리 일상에서 가장 빈번하면서도 뇌를 직접 자극하는 행동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건강한 노화를 위해, 그리고 인지기능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는 치아 건강, 턱근육 기능, 교합 상태 유지 등 저작 관련 요소를 반드시 점검하고 관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