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rgn"nnmu" '심리 & 과학(뇌과학·심리·생명과학·동물과학)' 카테고리의 글 목록 (13 Page)

심리 & 과학(뇌과학·심리·생명과학·동물과학)124

“혼자 밥 먹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위험한 이유”… 노년 우울과 뇌의 경고 서론: 침묵이 흐르는 식탁을 마주할 때 장제로 175 더필립병원 807호실의 오전은 늘 분주하다. 간호사들의 발걸음 소리와 체온계를 정리하는 작은 금속음, 멀리서 들려오는 보호자들의 인사말이 병실을 채운다. 그런데 점심 배식 쟁반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하면 이상하게도 병실은 다시 조용해진다. 누군가는 가족이나 간병인과 함께 숟가락을 들고, 누군가는 침상 옆 작은 테이블을 혼자 펼친 채 묵묵히 밥을 삼킨다.어느 날 한 어르신이 내게 조용히 말씀하셨다.“신부님, 혼자 먹는 밥은 말이요… 모래를 씹는 것 같아.”그 말을 들은 뒤로 나는 병실의 식탁을 다시 보게 되었다. 코끝을 스치는 찌개 냄새도, 정성스레 담긴 반찬도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며 먹을 때라야 비로소 살아 있는 자극이 된다. 반대로 아무 말 없이.. 2026. 5. 17.
“사람은 왜 같은 이야기를 반복할까?”… 늙어가는 뇌가 보내는 마지막 신호 서론: 녹음기가 되어버린 내 부모를 마주할 때장제로 175 더필립병원 807호실의 오후는 이상할 만큼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병실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빛은 늘 비슷하고, 복도 끝에서 들려오는 휠체어 소리도 하루 종일 반복된다. 그런데 그 공간에서 가장 자주 반복되는 것은 따로 있다. 바로 어르신들의 ‘옛날 이야기’다.“신부님, 내가 젊었을 때 말이요…” 어떤 어르신은 군대 이야기를 하루에도 열 번 넘게 반복하셨다. 또 어떤 어르신은 시장에서 생선을 팔며 자식들을 키워냈던 이야기를 마치 어제 일처럼 꺼내셨다. 처음에는 보호자들도 웃으며 맞장구를 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표정이 조금씩 굳어간다. 휴대폰 화면으로 시선을 피하고, TV 리모컨을 누르며 딴청을 피운다. 그리고 결국 이렇게 말하곤 한다. “.. 2026. 5. 17.
“왜 노인은 TV를 켜놓고 잠들까?”… 침묵을 견디지 못하는 뇌의 심리학 서론: 807호실의 밤을 떠도는 푸른 불빛장제로 175 더필립병원 807호실의 밤은 낮보다 훨씬 더 길고 적막하다. 면회 시간이 끝나고 복도 불이 하나둘 꺼지기 시작하면 병실 안에는 기계의 작은 작동음과 어르신들의 가쁜 숨소리만 희미하게 남는다. 그런데 그런 깊은 밤에도 유독 사라지지 않는 것이 있다. 병실 문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푸른 TV 불빛이다.가까이 가보면 어르신은 이미 잠든 것처럼 보인다. 고개는 한쪽으로 기울어 있고 리모컨도 이불 옆으로 떨어져 있다. 그런데 조심스럽게 TV를 끄려는 순간, 신기할 만큼 정확하게 어르신의 눈이 번쩍 뜨인다. “끄지 마… 보고 있어.”18년 사목 현장에서 수많은 임종과 노년의 외로움을 지켜보며 나는 점점 깨닫게 되었다. 이것은 단순한 습관이나 고집이 아니었다. .. 2026. 5. 16.
“혼자 있는 시간이 자꾸 두렵다면”… 인간이 외로움에 무너지는 과학적 이유 서론: 807호실, 고요함이 공포가 되는 순간장제로 175 더필립병원 807호실의 밤은 낮보다 훨씬 길고 무겁다. 낮 동안 복도를 채우던 면회객들의 발소리가 사라지고 병실 불빛마저 희미해질 무렵이면, 공간 전체를 채우는 것은 기계음과 뒤척이는 숨소리뿐이다. 18년 동안 사목 현장에서 수많은 병자와 임종 곁을 지켜보며 깨달은 것이 있다. 인간은 병보다 먼저 ‘고립’에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새벽 2시가 넘어가면 몇몇 어르신들은 특별한 통증도 없이 계속 호출 벨을 누르곤 했다. 급히 다가가 “어디 불편하세요?”라고 물으면 돌아오는 대답은 의외로 단순했다.“아니… 그냥 누가 왔으면 해서…”어떤 어르신은 사람이 오면 정작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손만 붙잡고 계셨다. 그 침묵 속에는 “아직 나는 세상에서 사.. 2026. 5. 15.
“왜 노인은 과거를 자꾸 반복할까?”… 뇌가 마지막까지 붙드는 기억의 과학 서론: 807호실, 반복되는 옛이야기의 비밀장제로 175 더필립병원 807호실의 오후는 때때로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공간처럼 느껴진다.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방금 드신 점심 메뉴는 잊으셔도, 수십 년 전 고향 집 마당의 풍경이나 젊은 시절 새벽시장의 냄새는 놀라울 만큼 또렷하게 반복하신다.“우리 집 뒤에는 감나무가 있었어…”“내가 스무 살 때는 새벽마다 리어카를 끌었지…”그 이야기는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된다. 어떤 보호자들은 난처한 표정으로 말한다.“아버지가 같은 말씀만 계속하세요.”“이제는 듣는 것도 힘들어요.”하지만 18년 동안 사목 현장에서 노년의 마지막 시간을 지켜보며 나는 깨달았다. 이 반복은 단순한 ‘노망’이 아니었다. 그것은 흐려지는 기억 속에서도 끝까지 ‘나’를 잃지 않으려는 .. 2026. 5. 15.
“죽음이 가까워질수록 사람은 왜 신을 찾게 될까?”… 불안과 종교의 심리학 서론: 807호실에서 마주한 가장 원초적인 질문장제로 175 더필립병원 807호실의 새벽은 성당 제대 위보다 훨씬 더 솔직한 인간의 얼굴을 보여줍니다. 18년 동안 수많은 임종 곁을 지키며 깨달은 것은, 사람이 단순히 죽음 자체보다 '내가 사라진 뒤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 같은 감각'과 '홀로 남겨질지 모른다는 외로움'을 더 두려워한다는 사실입니다. 신앙은 그 공포를 단번에 없애주기보다, 무너지는 인간의 손을 끝까지 놓지 않으려 곁을 지키는 힘이 되어줍니다.1. 인간은 자신의 죽음을 아는 유일한 존재다심리학의 ‘공포 관리 이론(Terror Management Theory)’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의 죽음을 인지하는 유일한 존재이며 그 자각은 거대한 불안을 만듭니다. 807호실의 노교우들조차 마지막 순간에.. 2026. 5. 14.

TOP

Designed by 티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