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에서는 급식으로도 나온다고 하는데 타지역 사람들은 화들짝 놀라는 이 '음식'-늙은 호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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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에서는 급식으로도 나온다고 하는데 타지역 사람들은 화들짝 놀라는 이 '음식'-늙은 호박전

by honeypig66 2025. 5. 5.

"늙은 호박전", 경상도에선 급식으로도 먹는 음식의 과학과 문화


한국은 지역에 따라 식재료에 대한 선호도나 조리법, 식문화가 크게 다르다. 그 중에서도 타 지역 사람들에게는 낯설고, 경상도 사람들에겐 익숙한 음식이 하나 있다. 바로 ‘늙은 호박전’이다. 특히 일부 경상도 지역에서는 초중고 급식으로도 늙은 호박전이 나오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대중적인 음식이지만, 서울·경기권이나 충청도·전라도 등지에서는 이 음식에 대해 생소함을 넘어 놀라움까지 표출하기도 한다. 대체 왜 이런 음식이 지역에 따라 갈리는 것일까? 그 배경을 문화, 영양학, 식품과학적 측면에서 분석해본다.


1. 늙은 호박이란 무엇인가?

‘늙은 호박’은 여름철 수확하지 않고 가을까지 늦춰 완전히 성숙시킨 덩굴성 박과 채소로, 보통은 단호박보다 껍질이 두껍고 단맛이 강하며 수분이 적은 것이 특징이다. 당도는 평균 9~12 브릭스(brix)로 일반 채소보다는 높고, 베타카로틴, 비타민 C,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이런 늙은 호박은 주로 된장국, 죽, 찜, 떡 재료 등으로 활용되지만 경상도 일부 지역에서는 ‘부침’ 형태로 전을 부쳐먹는 독특한 방식이 전승되어왔다.


2. 경상도의 식문화 속 늙은 호박전

경상도는 예로부터 고기보다 채소를 다양하게 활용한 식생활이 자리잡은 지역이다. 특히 부산, 대구, 경남·경북 지역에서는 늙은 호박을 가늘게 채썬 후 밀가루 반죽을 입혀 지지는 방식으로 전을 만들어 먹는다. 조미료나 양념은 최소화하고, 호박 본연의 단맛과 풍미를 살리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전통은 근검절약 문화와도 연결된다. 가을철 수확 후 저장성이 높은 늙은 호박은 겨울까지 두고두고 활용할 수 있어, 경제적이면서도 영양가 높은 식재료로 중시되어 왔다. 자연히 일상 반찬은 물론 명절이나 제사음식, 잔칫상에도 올라가는 일이 많았고, 이는 궁극적으로 학교 급식에까지 이어진 것이다.

3. 타지역 사람들의 ‘놀라움’은 어디서 오는가?


늙은 호박은 서울·경기권이나 중부 지역에서는 흔히 '죽 재료'나 '찜 재료'로 인식된다. 이 때문에 "호박으로 전을 부쳐 먹는다"는 사실 자체에 당혹스러움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특히 급식에서 ‘단맛이 나는 부침개’가 나오는 경험은 상당수 비경상도 학생들에게는 생소하거나 낯선 경험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전'이라 하면 간이 잘 배고 짭짤하며 기름지고 육류가 포함된 경우가 많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늙은 호박전처럼 달고, 부드럽고, 육류가 없는 전은 일종의 ‘비전통적인 전’으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이러한 식문화 차이는 **미각의 문화적 편향(Cultural palate bias)**에 해당하는 사례로 볼 수 있다.

4. 늙은 호박전의 영양학적 가치

늙은 호박전은 단순히 특이한 음식이 아니라 영양적으로 매우 가치 있는 식품이다.

1) 베타카로틴(프로비타민 A)


늙은 호박의 대표 성분 중 하나는 베타카로틴이다. 이는 인체에서 비타민 A로 전환되며 시력 보호, 면역력 강화, 항산화 작용에 탁월하다. 100g 기준 약 3100μg의 베타카로틴을 함유하고 있으며, 이는 당근에 필적할 수준이다.

2) 식이섬유


호박전 100g 기준 약 3~4g의 식이섬유를 포함해 장 건강 개선, 혈당 조절, 포만감 유지 등에 도움을 준다. 특히 수용성 식이섬유가 많아 전으로 조리해도 조직이 부드럽고 소화가 잘 된다.


3) 저칼로리 고영양


늙은 호박 자체는 칼로리가 낮다(100g당 약 26kcal). 여기에 약간의 밀가루와 기름을 더해 전을 만들더라도 한 조각 기준 70~100kcal 수준이어서, 부담 없는 간식이나 반찬으로 적합하다.

4) 혈당지수(GI) 측면


늙은 호박은 단맛이 강하지만 혈당지수가 높지 않다(GI 약 51~65), 즉 복합당 형태로 천천히 분해되므로 혈당 급상승을 유발하지 않음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어 있다. 당뇨환자에게도 적절한 조리법으로 제공 시 유익할 수 있다.

5. 조리과학적으로 본 늙은 호박전


늙은 호박전은 크게 세 가지 조리 과학적 특징을 갖는다.

1) 수분 조절이 중요

늙은 호박은 껍질을 까고 핸드블렌더에 넣고 갈기 좋게 잘라서 잘라진 호박을 저울로 재서 약 700g정도 준비했어요. 늙은 호박 껍질 까는것 넘넘 힘들어요.
핸드블렌더 안에 적당량을 넣고.
돌렸다 멈췄다를 반복하면서 약간 거칠게 갈아 줍니다. 본래 늙은 호박은 절대 갈면 안되고(물이 많이 생기거나, 갈아서 부치면 맛이 좀 떨어지는것 같아요) 가늘게 일일히 채 썰어야 하는데, 저는 채 써는 것이 좀 번거롭고 하여 이렇게 입자가 씹히게 갈아봤어요.
핸드블렌더에 갈아 놓은 호박에 소금(0.5)를 뿌려 약 30분 정도 두면 이렇듯 나른해 지면서 호박에서 약간의 물기가 나오고, 적당히 간도 배게 됩니다.
여기에 밀가루(2컵)을 넣고 섞고.
반죽이 너무 되다 싶으면 우유(2)을 넣고 반죽이 되다 싶게 해야 되요. 되다고 해서 물이나 우유를 많이 넣게 되면, 맛도 없어질 뿐더러 반죽이 팬에 구워지면서 생각보다 질어지기 쉽거든요. 되직하다 싶게 꼭 반죽을 해주세요. 우유는 꼭 넣어주지 않아도 되요. 그냥 늙은 호박, 소금, 밀가루만 있어도 오케이. 물은 절대 넣어 주시면 안되요. 그리고 늙은 호박의 단 맛을 더 사려주고 싶다면 설탕을 약간만 반죽에 넣어주셔도 같이 넣은 소금의 맛이 확 살면서 더 감칠맛 나는 맛을 낼 수 있어요. 설탕을 살짝 넣어주는 것은 취향껏 하시고
되직하게 늙은 호박 반죽을 만들어 줍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반죽은 냉장고에 넣었다가 그때그때 부쳐 드시면 되어요.
충분히 달군 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기름도 충분히 달군 후에 반죽을 넣고 정성스럽게 골고루 펴서 주르르 흐르는 반죽이 아니라서 일부러 주걱이나 숟가락 등을 이용해서 평평하게 펴주기를 해야해요.
아랫면이 노릇하게 완전히 익으면 뒤집어서 나머지 면도 노릇하게 익혀주면 끝. 따로 간장 치고 뭐 찍어 먹고 할 필요 없어요. 그냥 늙은 호박전만 젓가락으로 찢어서 드시면 되지욤.

늙은 호박은 수분 함량이 적지만 채를 썰고 절이면 수분이 빠져나온다. 이를 그대로 부치면 반죽이 질어져 전이 뭉개질 수 있으므로, 키친타월로 수분을 충분히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2) 밀가루와의 전분 반응

전 반죽에 사용되는 밀가루의 전분은 열에 의해 젤라틴화되어 호박에 자연스럽게 달라붙는다. 특히 밀가루와 계란이 함께 쓰일 경우, 단백질 응고와 전분 젤라틴화가 동시에 일어나 바삭하고 고소한 식감이 구현된다.

3) 기름 온도와 캐러멜라이제이션

적절한 온도(160~180도)의 기름에서 부치면 호박 속 천연 당분이 표면에서 마이야르 반응 및 캐러멜라이제이션을 일으켜 은은한 단맛과 고소한 풍미를 만든다. 이는 늙은 호박전 특유의 맛을 만드는 핵심이다.

6. 급식에서 늙은 호박전이 선택되는 이유

1. 비용 대비 효율: 늙은 호박은 저장성이 뛰어나 대량 구매 시 경제적이다.

2. 조리 용이성: 이미 손질된 상태로 납품되며, 전 형태로 대량 조리가 용이하다.

3. 영양 균형: 고기 반찬이 아닌 채소 기반 반찬으로 급식 영양 균형에 유리하다.

4. 지역적 친숙성: 경상도 학생들에게는 익숙한 맛으로 만족도가 높다.

7. 늙은 호박전, 단순한 '촌스러운 반찬'인가?


늙은 호박전은 어떤 이들에게는 ‘촌스러운 전통 음식’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저탄수화물 식단이나 비건 레시피, 다이어트 식품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밀가루 대신 귀리가루나 병아리콩가루를 사용하는 식단, 에어프라이어를 활용한 저유 조리법 등으로 젊은 세대에게도 호응을 얻고 있다.

8. 결론: 음식은 입보다 뇌로 먼저 먹는다

늙은 호박전이 급식에 나왔다는 사실이 누군가에겐 일상이고, 누군가에겐 충격일 수 있다. 하지만 이 간극은 결코 음식의 ‘이상함’ 때문이 아니라, 음식을 둘러싼 문화적 기억과 과학적 인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늙은 호박전은 지역적 전통과 건강한 식습관, 경제적 합리성이 결합된 대표적인 사례이며, 이를 통해 우리는 음식에 대한 편견을 넘어서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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