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공식품과 파킨슨병: 장내 미생물, 염증, 그리고 뇌신경 손상의 연결 고리

1) 최근의 여러 연구들은 초가공식품(ultra-processed foods, UPFs) 섭취가 단순히 비만이나 당뇨병 등 대사 질환을 유발하는 것을 넘어, **신경퇴행성 질환인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의 위험도 높일 수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밝혀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간편하고 맛있다는 이유로 일상적으로 즐기는 햄, 소시지, 냉동 피자, 컵라면, 과자, 탄산음료 등의 초가공식품이 도파민 생성 뉴런의 파괴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문제는 단순한 식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신경학적 건강에 직결되는 사안이다.
2) 파킨슨병: 도파민 뉴런의 파괴로 인한 운동 기능 저하

파킨슨병은 주로 60세 이후 고령층에서 많이 발생하는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뇌의 흑질(substantia nigra)에서 도파민을 생성하는 뉴런이 점차적으로 소실되며 운동장애 증상을 보이게 된다. 대표적인 증상은 손떨림(진전), 근육 강직, 움직임 느려짐(서동), 자세 불안정 등이다.

도파민은 뇌의 운동 조절뿐 아니라 기분, 동기 부여, 보상 회로에도 깊이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따라서 도파민 뉴런의 손실은 단순한 움직임 문제를 넘어서, 우울증, 불안, 치매로 이어질 수도 있다. 파킨슨병의 원인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유전적 요인 외에도 환경적 요인, 특히 식습관과 장내 환경의 변화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증거가 늘고 있다.

3) 초가공식품이란 무엇인가
초가공식품은 브라질 상파울루 대학의 NOVA 식품 분류 시스템에 의해 정의된 개념으로,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다:
공장에서 만들어지고 포장된 형태
산업용 화학 첨가물 사용 (감미료, 유화제, 착색료, 향료 등)
원재료가 아니라 '식품 성분' 단위로 분해 후 재조합된 형태
조리나 저장 과정이 복잡하게 가공됨
장기 보관 가능성과 즉석 조리 용이성

이러한 식품은 음식 고유의 식이섬유, 항산화물질, 생리활성 화합물 등은 대부분 제거되고, 대량생산을 위한 저비용, 고칼로리, 높은 기호성을 지향한다. 문제는 여기에 사용되는 각종 화학 첨가물들이 인체, 특히 장내 환경과 면역체계, 나아가 중추신경계에까지 광범위한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4) 초가공식품의 첨가물, 장내 세균총에 미치는 영향
장내에는 수천 종, 수십조 마리의 세균이 공존하고 있으며, 이들을 총칭해 *장내 미생물군(microbiota)*이라고 한다. 이 미생물은 음식물 분해뿐 아니라 면역 조절, 장벽 유지, 염증 억제, 신경계와의 상호작용 등 전신 건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초가공식품에는 흔히 다음과 같은 첨가물이 포함된다:

인공 감미료: 아스파탐, 수크랄로스 등은 장내 미생물 다양성을 감소시키고, 포도당 대사에 교란을 일으킨다.

유화제(emulsifiers): 카르복시메틸셀룰로오스(CMC), 폴리소르베이트 80 등이 대표적이며, 장내 점액층을 약화시켜 장내 염증을 유도한다.

보존제와 방부제: 소르빈산, 나트륨벤조산 등은 유익균의 생존을 방해하고 병원성 세균을 상대적으로 증가시킨다.

착색료 및 인공향료: 일부는 독성 대사산물을 생성하거나 간·신장 부담을 가중시킨다.

이러한 첨가물의 반복 섭취는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을 감소시키고, 유익균(Bifidobacteria, Lactobacillus 등)의 감소 및 해로운 균(Clostridia, Proteobacteria 등)의 상대적 증가를 유도한다. 이 현상을 *장내 세균총의 불균형(dysbiosis)*이라 하며, 이는 곧 장내 염증 및 장벽 손상으로 이어진다.

5) 장-뇌 축(Gut-Brain Axis): 장내 염증이 뇌로 가는 경로
장과 뇌는 단순히 떨어져 있는 기관이 아니다. 양자는 미주신경(vagus nerve), 면역계, 호르몬계, 대사산물(SCFAs 등) 등을 통해 끊임없이 정보를 주고받는다. 이 연결 고리를 '장-뇌 축(gut-brain axis)'이라고 부른다.

초가공식품 섭취 → 장내 미생물 불균형 → 장내 염증 → 장벽 투과성 증가 → 염증성 사이토카인 및 독성물질의 전신 유입 → 혈액을 통해 뇌로 전달 → 도파민 뉴런 손상 유도

이러한 과정은 파킨슨병의 주요 병리인 *신경 염증(neuroinflammation)*을 일으키며, 뇌의 면역세포인 미세아교세포(microglia)의 활성화 및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결과적으로 도파민을 분비하는 뉴런이 사멸하게 된다.

6) 과학적 근거: 연구 결과와 메커니즘
1. 장내 미생물 변화와 파킨슨병
파킨슨병 환자의 장내 세균 분포는 일반인과 유의미하게 다르다는 연구들이 다수 있다. 특히 유익균인 Prevotella가 감소하고, Enterobacteriaceae가 증가하는 경향이 보고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변비, 장 염증, 소장 내 세균 과잉증(SIBO) 등 장 증상을 유발하며, 실제로 파킨슨병 환자의 약 80%가 소화기 이상 증상을 동반한다.

2. 유화제와 장 점액층 손상
2015년 조지아주 에모리대학 연구에서는 유화제가 쥐의 장내 점액층을 약화시켜 장내 염증과 비만을 유발하고, 일부에서는 행동 변화까지 야기함을 밝혔다. 이는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장-뇌 경로의 존재를 지지한다.

3. 인공 감미료와 대사 장애
2014년 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의 연구에서는 수크랄로스, 아스파탐 등 인공감미료가 장내 세균총에 교란을 일으켜 포도당 불내성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이러한 대사 이상 역시 뇌 기능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7) 생활 속 경고와 예방 전략
초가공식품은 이미 우리의 식탁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하지만 ‘편리함’과 ‘기호성’ 뒤에 숨은 대가가 뇌신경 세포의 손실이라면, 반드시 그 소비를 재고해야 한다.
예방을 위한 식생활 전략은 다음과 같다:
가공 단계를 최소화한 식품 선택: 통곡물, 생과일, 생채소, 생선, 계란 등 단순 조리 식품 중심

식품 라벨 확인 습관화: 감미료, 유화제, 착향료 등이 들어간 제품 지양
발효 식품과 식이섬유 섭취 확대: 김치, 요구르트, 된장 등은 유익균 증가에 기여

수면, 운동 등 생활습관 개선: 장내 건강과 뇌 건강 모두에 이롭다

결론: 식생활은 곧 신경계 건강의 열쇠
초가공식품 섭취가 단순히 ‘몸에 나쁜 음식’이라는 수준을 넘어, 장내 미생물 파괴 → 장염증 → 신경염증 → 도파민 뉴런 손실 → 파킨슨병 위험 증가라는 생물학적 경로를 통해 중추신경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음이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우리는 매일의 식탁을 통해 장내 환경을 조절하고, 그로 인해 뇌를 보호하거나 파괴할 수 있다. 맛과 편리함의 유혹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 먹는 음식이 10년 뒤 내 뇌의 모습을 결정짓는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다. 초가공식품은 단순한 간식이 아닌, 장기적으로 뇌 건강에 위험을 가중시킬 수 있는 요소로 간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