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 과학 (뇌과학, 유전, 심리 연구, 정신 건강)122 “왜 노인은 TV를 켜놓고 잠들까?”… 침묵을 견디지 못하는 뇌의 심리학 서론: 807호실의 밤을 떠도는 푸른 불빛장제로 175 더필립병원 807호실의 밤은 낮보다 훨씬 더 길고 적막하다. 면회 시간이 끝나고 복도 불이 하나둘 꺼지기 시작하면 병실 안에는 기계의 작은 작동음과 어르신들의 가쁜 숨소리만 희미하게 남는다. 그런데 그런 깊은 밤에도 유독 사라지지 않는 것이 있다. 병실 문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푸른 TV 불빛이다.가까이 가보면 어르신은 이미 잠든 것처럼 보인다. 고개는 한쪽으로 기울어 있고 리모컨도 이불 옆으로 떨어져 있다. 그런데 조심스럽게 TV를 끄려는 순간, 신기할 만큼 정확하게 어르신의 눈이 번쩍 뜨인다. “끄지 마… 보고 있어.”18년 사목 현장에서 수많은 임종과 노년의 외로움을 지켜보며 나는 점점 깨닫게 되었다. 이것은 단순한 습관이나 고집이 아니었다. .. 2026. 5. 16. “혼자 있는 시간이 자꾸 두렵다면”… 인간이 외로움에 무너지는 과학적 이유 서론: 807호실, 고요함이 공포가 되는 순간장제로 175 더필립병원 807호실의 밤은 낮보다 훨씬 길고 무겁다. 낮 동안 복도를 채우던 면회객들의 발소리가 사라지고 병실 불빛마저 희미해질 무렵이면, 공간 전체를 채우는 것은 기계음과 뒤척이는 숨소리뿐이다. 18년 동안 사목 현장에서 수많은 병자와 임종 곁을 지켜보며 깨달은 것이 있다. 인간은 병보다 먼저 ‘고립’에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새벽 2시가 넘어가면 몇몇 어르신들은 특별한 통증도 없이 계속 호출 벨을 누르곤 했다. 급히 다가가 “어디 불편하세요?”라고 물으면 돌아오는 대답은 의외로 단순했다.“아니… 그냥 누가 왔으면 해서…”어떤 어르신은 사람이 오면 정작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손만 붙잡고 계셨다. 그 침묵 속에는 “아직 나는 세상에서 사.. 2026. 5. 15. “왜 노인은 과거를 자꾸 반복할까?”… 뇌가 마지막까지 붙드는 기억의 과학 서론: 807호실, 반복되는 옛이야기의 비밀장제로 175 더필립병원 807호실의 오후는 때때로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공간처럼 느껴진다.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방금 드신 점심 메뉴는 잊으셔도, 수십 년 전 고향 집 마당의 풍경이나 젊은 시절 새벽시장의 냄새는 놀라울 만큼 또렷하게 반복하신다.“우리 집 뒤에는 감나무가 있었어…”“내가 스무 살 때는 새벽마다 리어카를 끌었지…”그 이야기는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된다. 어떤 보호자들은 난처한 표정으로 말한다.“아버지가 같은 말씀만 계속하세요.”“이제는 듣는 것도 힘들어요.”하지만 18년 동안 사목 현장에서 노년의 마지막 시간을 지켜보며 나는 깨달았다. 이 반복은 단순한 ‘노망’이 아니었다. 그것은 흐려지는 기억 속에서도 끝까지 ‘나’를 잃지 않으려는 .. 2026. 5. 15. “죽음이 가까워질수록 사람은 왜 신을 찾게 될까?”… 불안과 종교의 심리학 서론: 807호실에서 마주한 가장 원초적인 질문장제로 175 더필립병원 807호실의 새벽은 성당 제대 위보다 훨씬 더 솔직한 인간의 얼굴을 보여줍니다. 18년 동안 수많은 임종 곁을 지키며 깨달은 것은, 사람이 단순히 죽음 자체보다 '내가 사라진 뒤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 같은 감각'과 '홀로 남겨질지 모른다는 외로움'을 더 두려워한다는 사실입니다. 신앙은 그 공포를 단번에 없애주기보다, 무너지는 인간의 손을 끝까지 놓지 않으려 곁을 지키는 힘이 되어줍니다.1. 인간은 자신의 죽음을 아는 유일한 존재다심리학의 ‘공포 관리 이론(Terror Management Theory)’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의 죽음을 인지하는 유일한 존재이며 그 자각은 거대한 불안을 만듭니다. 807호실의 노교우들조차 마지막 순간에.. 2026. 5. 14. 우리 몸을 지키는 24시간 주치의: 스마트 바이오 센서의 10대 혁신 기술 서론1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사제로 살며 수많은 이들의 영혼을 돌보았고, 지금은 요양병원에서 2년째 머물며 몸의 아픔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영혼의 평화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몸의 작은 이상 신호를 놓치지 않는 일임을 이곳에서 매일 절감합니다. 특히 스스로 몸의 신호를 알아차리기 힘든 환자분들을 보며, 실시간으로 건강을 체크해 주는 기술의 소중함을 절감합니다. 요양병원에서는 “조금 전까지 괜찮았는데 갑자기 상태가 나빠졌다”는 말이 자주 들립니다. 그래서 의료진은 늘 몸이 보내는 아주 작은 변화 하나까지 놓치지 않으려 긴장하게 되는 모습을 심심치않게 보게됩니다. 오늘은 현대 의학의 총아라 불리는 '스마트 바이오 센서'가 어떻게 우리의 생명을 지키는 파수꾼 역할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1. 웨어러블 바이.. 2026. 5. 10. [뇌과학] 아기는 모든 것을 기억한다: '영아기 기억상실'의 숨겨진 진실 서론: 우리 생애 첫 페이지는 왜 백지로 남아있는가 인간의 생애에서 가장 강렬한 성장이 일어나는 시기는 역설적이게도 가장 기억나지 않는 시기이기도 하다. 세 살 이전의 기억이 안개 속으로 사라지는 이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영아기 기억상실(Infantile Amnesia)’이라 부른다. 18년의 사회생활을 뒤로하고 807호에서 스스로를 돌아보며 내가 깨달은 것은, 우리가 망각이라 믿었던 그 시간들이 사실은 잊힌 것이 아니라 뇌의 깊은 지층 아래 '비언어적 형태'로 묻혀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 우리의 뇌가 왜 그 소중한 첫 기록들을 인출(회상)하지 못하는지, 그 과학적 설계의 비밀을 추적해 본다 1. 영아기 기억상실이란 무엇인가?영아기 기억상실은 사람들이 생후 2~3년 동안의 기억을 거의 떠올리지 못하는 현.. 2026. 5. 6. 이전 1 ··· 4 5 6 7 8 9 10 ··· 2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