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환급 대상으로 분류한 건강보험료 중 시민들이 제때 돌려받지 않아 소멸된 금액이 지난 3년간 327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민이 법적으로 되돌려받을 수 있었던 돈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제때 청구하지 않아 사실상 국가에 귀속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환급금이 매년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국민의 인지도가 낮고 공단 측의 적극적인 안내 역시 부족하다는 점이다. 특히 환급금은 3년간 청구하지 않으면 ‘시효 소멸’ 규정에 따라 돌려받을 권리 자체가 사라져버리는 구조로 되어 있어, 국민 입장에서는 손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2) “내 돈인 줄도 몰랐어요”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김 모(42) 씨는 최근 우연히 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의 환급금 내역을 조회하다가 2019년에 과오납된 건강보험료 15만 원이 소멸된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프리랜서로 일하던 김 씨는 직장을 옮기면서 자격 변동이 있었지만, 이와 관련해 별도의 환급 안내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공단에서 따로 연락이 온 적도 없고, 직접 찾아보지 않으면 이런 돈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죠. 15만 원도 그냥 사라진 셈이에요.”
김 씨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3년간 소멸시효가 지나 환급되지 못한 건강보험료 환급금은 무려 327억 원에 달한다. 연도별로 보면 ▲2021년 108억 원 ▲2022년 111억 원 ▲2023년 108억 원이 소멸됐다.

3) 왜 이런 일이 생기는가?
건강보험료는 월별로 납부되며, 직장 가입자나 지역가입자 모두 일정 소득 및 재산 기준에 따라 산정된다. 하지만 직장을 그만두거나 이직할 경우, 또는 소득이 급격히 변동되었을 때 납부한 금액이 실제 부담해야 할 금액보다 많아지는 경우가 생긴다. 이른바 '과오납' 상황이다.
이러한 경우 공단은 해당 납부자에게 환급 안내를 하게 되지만, 주소지 불일치나 연락처 변경 등으로 인해 안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 많은 국민들이 환급 절차를 스스로 조회하고 신청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를 잘 모르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환급 대상자에게 우편 안내문과 문자 메시지 등을 통해 환급 사실을 알리고 있지만, 장기 미청구자에 대해서는 다시 안내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전자고지에 동의하지 않은 사람은 직접 공단 홈페이지나 고객센터를 통해 조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방식이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특히 고령자나 디지털 소외 계층의 경우 공단 홈페이지 접속 자체가 어려운 현실에서, 정부가 환급 안내를 ‘수동적’으로만 처리하고 있다는 점은 구조적 문제로 지목된다.
4) “3년이 지나면 내 돈이 사라진다고요?”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환급금이 ‘소멸시효’라는 제도 아래 3년이 지나면 자동으로 사라진다는 점이다. 「국민건강보험법」 제76조에 따르면, 과오납금에 대한 환급 청구권은 발생일로부터 3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된다. 이 제도는 국가의 행정적 부담을 줄이고 회계 정리를 원활히 하기 위한 측면에서 마련되었지만, 실질적으로는 많은 국민들이 자신이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박탈당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강병원 의원은 이에 대해 “공단이 환급 안내를 했다는 형식적 절차만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환급률을 높이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특히 일정 금액 이상 환급금은 자동으로 입금되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거나, 소멸시효를 연장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5) “자동 환급 시스템 도입 시급”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일정 금액 이하의 과오납금에 대해서는 자동으로 환급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 환급은 반드시 납부자가 청구 절차를 거쳐야만 가능하다. 공단은 ‘부정 수급’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이로 인해 정당한 환급금조차 국민이 청구하지 않으면 사라지는 아이러니한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일부 지자체나 기관은 자동환급 시스템을 도입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예컨대 서울시는 세금 과오납 환급 시스템에 자동지급 기능을 추가해, 시민이 별도 청구를 하지 않더라도 일정 금액 이하는 자동으로 환급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전문가들은 건강보험료 역시 이와 같은 방식으로 개편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박경호 교수는 “국민이 자발적으로 권리를 행사해야만 환급이 이루어지는 구조는 현실적으로 효과가 낮다”며 “공공기관이 국민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시스템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6) 실질적 홍보·교육도 중요

자동 환급 시스템 도입과 함께, 국민들에게 환급 제도 자체를 보다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도 있다. 현재 공단은 연 1~2회 정도 안내 우편을 발송하거나 홈페이지 내 ‘환급금 조회’ 메뉴를 운영하고 있지만, 전체 국민 중 이를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비율은 매우 낮다.
특히 스마트폰 사용이 어려운 고령층이나 외국인 거주자, 저소득층의 경우 이러한 안내를 제대로 받아보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홍보 캠페인과 더불어, 환급 대상자에게는 보다 직관적이고 반복적인 알림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일부 국민은 “건강보험공단 앱이 있다는 것도 몰랐고, 환급금을 직접 찾아야 한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며 제도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7) 결론

“내 돈, 내가 챙겨야 하는 세상”
결국 건강보험료 환급금 문제는 ‘국민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챙겨야만 하는 구조’의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적극적으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지만, 여전히 ‘돌려줄 돈도 받지 못하는’ 국민이 상당수에 달한다.

327억 원. 단순한 숫자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는 국민 개개인이 열심히 일해 낸 돈이며 정당한 권리다. 이러한 돈이 단지 ‘몰랐기 때문에’ 혹은 ‘절차가 번거로워서’ 사라진다는 현실은 제도적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당국은 ‘정당한 환급금은 반드시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원칙 아래, 제도 개선과 홍보 강화, 자동 환급 시스템 마련 등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국민이 제도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지 않도록 촘촘한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