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반려동물과 음식점 갈 수 있다… 식품위생법 규칙 개정
2025년,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외식 문화가 본격적으로 문을 열었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을 개정하여 반려동물 동반 입장이 가능한 음식점 운영을 법적으로 허용했다. 이번 개정안은 오랫동안 반려동물 양육 가구를 중심으로 제기된 요구에 응답한 것으로, 사람과 동물의 공존 문화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게 된 역사적인 전환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1)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어떻게 바뀌었나
기존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음식물 취급 공간에 반려동물을 동반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었다. 위생상 문제와 알레르기, 안전 문제 등을 이유로 대부분의 음식점에서는 반려동물 출입을 제한했고, 이를 위반할 경우 행정처분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개정으로 인해 ‘반려동물 동반 가능 음식점’이라는 별도의 카테고리를 신설하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운영 기준과 위생관리 지침이 마련되었다.
개정안에 따르면,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한 음식점은 다음과 같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1. 반려동물 동반 구역과 일반 구역의 분리: 동반 가능한 공간은 별도의 출입구 또는 칸막이 등으로 일반 손님 구역과 명확히 구분되어야 한다.

2. 위생 기준 강화: 반려동물 동반 구역은 정기적인 청소와 소독이 의무화되며, 위생관리책임자 지정도 필수다.

3. 표기 의무화: 음식점 외부에 ‘반려동물 동반 가능’ 여부를 명확히 표시하여, 고객들이 입장 전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4. 사전 신고제 도입: 해당 음식점은 지방자치단체에 사전 신고를 하고, 관련 기준을 충족한 경우에만 동반 운영이 가능하다.
이번 개정은 유럽이나 북미 등지에서 보편화된 ‘펫프렌들리(Pet-Friendly)’ 문화에 한국이 발맞추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2) 반려인들의 환영, 자영업자들의 기대
개정안이 발표되자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펫팸족’(Pet+Family) 사이에서는 환영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인구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으며, 2024년 기준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약 700만 가구에 달한다. 이러한 수요에 비해 반려동물과 함께 갈 수 있는 외식 공간이 극히 제한적이었던 상황에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것은 큰 진전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김소연 씨는 “지금까지는 반려견과 외식을 하기 위해서 카페 몇 군데나 야외 테라스에 한정된 장소만 찾아다녀야 했는데, 이제는 선택지가 넓어져서 정말 기쁘다”며 “음식점도 반려인을 위한 맞춤 서비스를 고민해볼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 역시 이번 조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코로나19 팬데믹과 경기 침체로 인해 외식업계는 큰 타격을 입었다. 새로운 고객층을 유입하고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펫팸족을 겨냥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져왔다.

경기도 분당에서 ‘펫프렌들리 브런치 카페’를 운영 중인 박정우 씨는 “개정안 시행 이전부터 자율적으로 반려동물 동반 손님을 받아왔지만, 항상 단속 우려에 마음을 졸였다”며 “이제는 공식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되어, 마케팅이나 내부 인테리어 등 다양한 부분을 좀 더 적극적으로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3) 위생과 안전 우려는 여전히 존재

하지만 모두가 이 변화를 반기고 있는 것은 아니다. 반려동물에 대한 거부감이나 알레르기를 가진 비반려인들 사이에서는 위생과 안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특히 어린아이와 노약자가 주로 이용하는 식당에서 반려동물과의 접촉이 불가피한 경우, 감염병 예방이나 알레르기 유발에 대한 대책이 충분한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소비자시민모임의 이현주 대표는 “기본적으로 반려동물 동반 구역을 분리한다고 하더라도, 같은 주방을 이용하는 구조라면 음식 위생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해소하기 어렵다”며 “지속적인 현장 점검과 제재 장치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일부 전문가들은 개정안의 시행이 자칫 ‘반려동물 혐오’나 ‘비반려인 소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단순히 동물 출입 여부를 넘어서, 공공성과 다양성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4) 제도 시행 후의 과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번 개정 시행을 앞두고 관련 지침서를 배포하고, 지자체와 협력하여 음식점 업주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 설명회를 진행 중이다. 특히 초기 시행 단계에서 위반 사례나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꼼꼼한 모니터링이 병행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제도 시행 초기에는 시범 운영 형태로 모델 음식점을 지정하고, 이곳의 사례를 기반으로 개선 방향을 수립하는 방식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반려인과 비반려인, 그리고 자영업자 간의 ‘공존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한국소비자원 김태현 연구위원은 “해외 사례를 보면, 반려동물 동반이 허용된 음식점이라 하더라도 이용 규칙과 매너에 대한 소비자의 자발적 인식이 매우 높다”며 “한국 사회 역시 이번 기회를 통해 성숙한 펫티켓(Pet+Etiquette) 문화를 정립해나가는 것이 과제”라고 강조했다.

5) 결론: 변화의 시작, 공존의 문화로

‘반려동물과 함께 식사할 수 있는 사회’. 이제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개정을 계기로 한국 사회는 본격적으로 반려동물과 공존하는 삶을 제도적으로 수용하기 시작했다. 앞으로도 다양한 사회적 논의와 조율이 필요하겠지만, 이번 변화는 인간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도시 문화를 향한 의미 있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