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작년 고독사 2.2만명…남성이 80%
첫 정부 통계 발표, 한국 사회에 주는 경고

1) 일본 정부가 처음으로 고독사에 대한 전국적인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2023년 한 해 동안 고독사로 추정되는 사망자가 약 2만 2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약 80%가 남성이었으며, 특히 50대 이상 중·노년층에서 그 비율이 높게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 조사는 일본 후생노동성이 2024년 초 발표한 것으로, 고독사의 개념을 ‘사망 시 주변에 가족이나 친지, 돌봄 제공자가 없는 상태에서 일정 기간 방치된 채 발견된 경우’로 정의하고, 전국 자치단체와 경찰, 소방 당국의 데이터를 종합하여 분석한 결과다. 일본 정부가 고독사에 대해 공식 통계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계에 따르면, 고독사로 분류된 2만 2000명 중 약 1만 7600명이 남성이었으며, 여성은 약 4400명이었다. 연령별로는 50대에서 70대 사이가 가장 많았고, 특히 도쿄, 오사카, 가나가와 등 대도시 지역에서 고독사 발생률이 높았다. 1인 가구가 많고, 고령화가 심각한 일본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수치로 드러난 것이다.
2) 왜 남성이 더 많은가?

고독사 통계에서 남성 비율이 80%에 달하는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여러 요인을 지적한다. 첫째, 남성은 은퇴 이후 사회적 관계망이 급격히 축소되는 경향이 크다. 회사 중심의 인간관계를 유지해온 남성은 퇴직 후 고립되기 쉽다. 반면, 여성은 가족, 이웃, 친구들과의 정서적 유대를 비교적 잘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
둘째, 남성은 건강 문제나 외로움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문화적 경향이 강해,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조용히 고립되어가는 사례가 많다. 또한, 기존의 복지나 커뮤니티 프로그램이 남성 고령자에게는 잘 전달되지 않거나 접근성이 낮은 점도 지적된다.
3) 대도시에서 두드러진 고독사

도쿄와 오사카, 나고야 같은 대도시에서 고독사가 집중된 것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대도시에서는 익명성이 강하고 이웃 간의 관계가 약화되어 있다. 특히 주거비가 비싸고 생활 여건이 열악한 단신 고령자들이 적절한 돌봄을 받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도쿄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1인 고령자 가구가 증가하면서 돌봄 사각지대가 확장되고 있다"며, "도시화와 개인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누군가의 죽음을 이웃이 일주일이 지나서야 알아차리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밝혔다.
4) 일본 사회의 대응

일본 정부는 이번 통계를 계기로 ‘고독사 대책 강화’를 발표하며, 전국 지자체에 고독사 위험 가구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민간 단체와의 협업을 통해 지역 커뮤니티 기반 돌봄 체계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고령자 안부 확인 서비스, AI 기반의 고위험군 예측 시스템, 독거노인을 위한 커뮤니티 카페 확대 등 다양한 대책이 논의되고 있다.

특히 도쿄도에서는 ‘고독사 방지 조례’를 제정해, 공공주택 단지 내 고령자 가구에 대한 주기적인 방문 점검과 함께, 1인 가구에 알림 센서 설치를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5) 한국 사회에 주는 경고

이러한 일본의 상황은 한국 사회에도 심각한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한국 또한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1인 가구 비율 역시 증가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는 33.4%로, 3가구 중 1가구가 독신 가구인 셈이다. 특히 65세 이상 1인 가구 비율도 꾸준히 늘고 있어, 머지않아 일본과 유사한 고독사 문제가 본격화될 수 있다.

실제로 서울, 부산, 대구 등 대도시 지역에서는 최근 수년간 ‘고독사 추정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문을 두드려도 반응이 없어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사망한 상태였던 독거노인이 최근 몇 년 사이 2배 가까이 늘었다는 분석도 있다.

6) 제도적 사각지대와 사회적 무관심
한국에서는 아직 고독사에 대한 명확한 법적 정의나 공식 통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고독사 예방’이라는 개념은 일부 지자체에서 시범적으로 다뤄지고 있을 뿐, 중앙정부 차원의 종합적 접근은 미비한 상태다. 이로 인해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독거노인들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들의 고립은 죽음 이후에야 사회적 관심을 받게 되는 안타까운 현실을 반복하고 있다.
고독사는 단순한 개인의 불운이 아니라, 사회적 연결망이 약화되고 공동체 기능이 쇠퇴한 사회 구조의 문제다.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고, 노인들의 사회 참여와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다양한 정책과 프로그램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7) 한국이 준비해야 할 방향

1. 공식 통계 마련: 일본처럼 고독사에 대한 정의와 분류 기준을 마련하고, 매년 관련 통계를 수집·분석해 문제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2. 1인 고령 가구 실태조사: 전국 단위의 정기적인 1인 가구 실태조사를 통해 돌봄이 필요한 고위험군을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지원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3. 지역 커뮤니티 중심 돌봄 확대: 행정기관, 비영리단체, 주민 자치회 등이 협력해 독거노인을 위한 커뮤니티 프로그램, 방문 돌봄 서비스, 안부 확인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4. 기술과 연계한 예방: IoT 센서, AI 분석, 스마트홈 시스템 등을 통해 장시간 움직임이 없거나 문이 열리지 않는 경우 자동으로 경보가 가는 시스템을 보급할 필요가 있다.

5. 사회적 인식 개선: 고독사 문제를 단순히 ‘외로운 죽음’으로 치부하지 않고, 사회 전체가 연대와 관심을 통해 방지할 수 있는 문제로 인식하는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8) 고독사라는 단어는 생소하면서도 섬뜩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이는 결코 타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미래가 될 수 있는 현실이다. 일본의 통계는 한국 사회에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머지않아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분명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 인구구조의 변화, 가족 구성의 해체, 도시화의 가속 속에서 우리는 어떤 사회적 연대와 안전망을 설계하고 있는가. 고독사를 ‘예방할 수 있는 죽음’으로 인식하고, 지금부터라도 실질적인 대응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