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론
연탄가스를 피우고 수면제를 삼켰던 그날 밤, 저는 정말 죽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두 해가 지난 지금, 저는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날 제가 원했던 것은 죽음이 아니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1. 내가 원한 것은 죽음이 아니었다

우리는 흔히 '죽고 싶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 말의 진짜 의미는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뜻입니다. 제가 그토록 갈망했던 것은 저라는 존재의 소멸이 아니었습니다. 제 어깨를 짓누르던 감당할 수 없는 고통, 숨조차 쉴 수 없게 만들던 그 지독한 공황의 파도, 그리고 사람들의 시선에서 오는 수치심. 그 모든 것을 단 한 번에 끝내고 싶었을 뿐이었습니다.
죽음은 목표가 아니라, 고통을 해결하기 위한 가장 비극적인 수단이었습니다. 저는 죽음 뒤에 있을 영원한 정적을 바란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내 앞을 가로막은 이 고통의 소음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을 뿐입니다. 내가 끝내고 싶었던 것은 삶이 아니라 고통이었습니다.
2. 고통이라는 감옥에 갇힌 시야

고통은 사람의 시야를 좁게 만듭니다. 마치 아주 좁은 빨대 구멍으로 세상을 보는 것과 같습니다. 그 빨대 구멍 밖에는 햇살도, 바람도,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존재하지만, 고통에 사로잡힌 뇌는 오직 '고통'이라는 정보만 처리합니다.
저는 그때 제가 세상에서 완전히 버려졌다고 믿었습니다. 신부복을 벗고, 파산하고, 요양원에 들어가고, 가족들의 발길마저 끊기자 제 세상은 오직 '실패한 인간 김덕원'이라는 좁은 틀에 갇혀버렸습니다. 요양원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던 어느 날, 저는 제 인생이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죽고 싶었던 그날, 저는 죽음이 아니라 '내 삶의 가능성'을 죽이고 있었던 것입니다.
3. 가장 비참했던 순간에도 삶은 흐르고 있었다

그날 밤도 배는 고팠고, 목은 말랐습니다. 누군가 내 이름을 불러주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참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죽으려고 했던 그 순간에도, 제 몸은 저를 살리기 위해 끊임없이 신호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심장은 뛰고 있었고, 폐는 산소를 찾았습니다. 제 몸은 제가 죽으려고 애쓰는 그 순간에도, 어떻게든 저를 살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날 제가 놓친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나를 괴롭히는 고통은 내 삶의 일부일 뿐, 내 삶 전체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4. 다시 시작하는 법: 고통을 분리하기

오늘 저는 그날 밤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때의 너는 실패한 것이 아니야. 그저 너무 많이 지쳐있었을 뿐이야."
이제 저는 고통이 찾아오면 이렇게 대응합니다. 고통을 저라는 사람과 분리하는 것입니다. '내가 고통스럽다'가 아니라, '내 삶에 지금 고통이라는 손님이 찾아왔다'고 생각합니다. 손님은 언젠가 떠나가게 마련입니다.
만약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삶의 가장 어두운 밤을 지나고 있다면, 이것 하나만 기억해주십시오. 지금은 믿기 어렵겠지만, 당신이 끝내고 싶은 것은 삶이 아니라 고통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오늘 하루만 더 버텨보십시오. 저도 그렇게 살아남았습니다.
5. 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결국 저는 죽음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오늘 저는 이 글을 씁니다. 어제는 보이지 않았던 창밖의 나무가 보이고, 아침에 마시는 물 한 잔의 온기를 느낍니다.
죽으려고 했던 그날, 저는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돌아보니 그날은 끝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처음으로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시작한 날'이었습니다.
오늘 하루를 버텨낸 당신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당신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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