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론
연탄가스를 피우고 수면제를 삼켰던 그날 밤, 저는 정말 죽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그날의 절망은 하루아침에 찾아온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 시작은 훨씬 오래전, 완벽해야만 한다고 믿었던 삶 속에서 이미 자라고 있었습니다.

1. 십자가의 성토마, 그 지독했던 완벽주의

18년 사제 생활 동안 저는 스스로를 ‘십자가의 성토마’라 부를 만큼 엄격하게 살았습니다. 신부는 흔들려서도, 지쳐서도, 힘들다고 말해서도 안 된다고 믿었습니다. 영신수련을 능동적으로 실천하며, 끊어질 듯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매 순간 완벽을 연기했습니다. 하지만 영적인 메마름이 찾아왔을 때, 저는 멈추는 법을 몰랐습니다. 그저 더 열심히, 더 거칠게 자신을 몰아붙였습니다. 그러다 결국 교통사고로 차가 전복되는 죽음의 문턱을 넘고 나서야, 제 삶은 멈추어 섰습니다.
2. 변기통을 붙들고 올린 가장 솔직한 기도

사고 후, 저는 무너졌습니다. 그 팽팽하던 긴장이 풀리자마자 쏟아진 절망을 감당하지 못해 술에 의존했습니다. 결국 술병이 나 입원한 어느 새벽, 변기통을 붙들고 쉴 새 없이 구토를 하며 저는 비로소 바닥을 쳤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세상이 끝났다고 생각한 그 처참한 굴욕의 순간에, 저는 생전 처음으로 '예수님이 지금 여기 계신다'는 강렬한 현존을 느꼈습니다.
"무엇을 드려야 할까요?"
그 질문이 터져 나왔습니다. 저는 제 인생의 전부였던 '술'과 'TV'를 내려놓기로 결단했습니다. 하지만 사단은 거기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술을 끊자, 제가 억눌러왔던 거대한 내면의 공황이 둑 터지듯 밀려왔기 때문입니다.
3. 공동체 안에서 겪은 깊은 고립

그때 저는 공동체 안에서도 깊은 고립을 경험했습니다. 수많은 사람 사이에 있었지만, 누구에게도 제 고통을 말할 수 없었습니다. 사제로서 마땅히 보여주어야 할 모습이라는 틀 안에 갇혀, 저는 스스로를 점점 더 깊은 침묵 속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공동체와 연결되지 못한 기도는 바짝 마른 나무 같았습니다. 정신과를 찾고 수면제를 먹기 시작했지만, 제 찢어진 영혼을 진정으로 이해해 줄 사람을 만나지 못해 저는 더 깊은 고립 속으로 침잠했습니다. 고통을 나누지 못한 채 홀로 짊어진 십자가는, 저를 거룩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파괴하고 있었습니다.
4. 상담실 문 앞에서의 한 시간

공황장애가 극에 달했을 때, 저는 정신과 상담실을 찾았습니다. 병원을 고르는 것조차 조심스러웠습니다. 마스크를 푹 눌러쓰고 엘리베이터 안에서 몇 번이나 내릴까 고민했습니다.
상담실 문 앞에 도착했지만, 문고리를 잡은 채 한 시간을 서성였습니다. '18년 사제인 내가 여기까지 오다니.' 18년 사제 생활의 권위가 그 문 앞에서 낱낱이 해체되는 기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살아야 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1시간 만에 문을 열었습니다.
5. "신부님은 마지막으로 언제 본인을 위해 우셨나요?"

상담실에 들어선 저에게 선생님은 묻지 않으셨습니다. 대신 침묵을 지키다 낮게 말씀하셨습니다.
"신부님은 마지막으로 본인을 위해 언제 우셨나요?"
순간 멍해졌습니다.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남을 위해 우는 법은 배웠지만, 나를 위해 우는 법은 18년 동안 잊고 살았기 때문입니다. 상담실 바닥으로 뚝, 눈물이 떨어졌습니다. 그 눈물은 참회보다 더 깊은, 저 자신에 대한 연민이었습니다.
결론. 나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상담실 문을 열던 날, 저는 제가 패배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날은 패배가 아니라 구조 요청이었습니다. 그리고 구조 요청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은, 제가 아직 살고 싶었다는 뜻이었습니다.
지금도 힘들 때는 상담실을 찾습니다. 예전 같으면 부끄럽다고 생각했겠지만, 이제는 압니다.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은 약한 사람이 아니라 살고 싶은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는 것을요. 오늘 하루를 버텨낸 당신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당신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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