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 강국’이었던 미국, 어쩌다 중국에 약점 잡혔나
한때 희토류 생산의 중심이었던 미국은 현재 중국에 의존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첨단 기술의 핵심 원재료로 꼽히는 희토류는 전기차, 스마트폰, 군사 장비 등 다양한 산업의 필수 요소다. 이러한 중요한 자원을 과거에는 미국이 주도했지만, 현재는 중국이 전 세계 공급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전략물자 공급망에서 미국이 중국에 약점을 잡히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역사적, 경제적, 정책적 배경이 있다.

1) 희토류란 무엇인가?
희토류(Rare Earth Elements, REEs)는 주기율표 상에서 란탄족 15개 원소에 스칸듐과 이트륨을 더한 총 17개의 원소를 말한다. 이들은 지각 내에 비교적 널리 분포되어 있지만, 농도가 낮고 추출이 어려워 실제로 경제적 가치가 있는 형태로 얻기란 쉽지 않다. 희토류는 자석, 배터리, 광학, 촉매제, 합금 등에 사용되며, 특히 스마트폰, 태양광 패널, 풍력 발전기, 전투기, 레이더 시스템 등 첨단 기술의 필수 구성 요소로 간주된다.
미국의 과거: 희토류 생산의 중심지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희토류 생산국이었다. 특히 캘리포니아주의 마운틴 패스(Mountain Pass) 광산은 1960~1980년대 동안 세계 희토류 생산의 약 70%를 담당했다. 미국의 기술력과 풍부한 자원은 냉전 시대 군사 장비 생산에도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부터 희토류 생산의 경제성이 점차 낮아졌고, 환경 문제로 인한 규제도 강화되면서 미국 내 희토류 산업은 점차 침체를 맞았다. 마운틴 패스 광산은 2002년에 채굴을 중단했고, 이때부터 미국은 점차 희토류 수입국으로 전환되었다.

2) 중국의 부상과 시장 장악
같은 시기,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희토류 자원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시작했다. 중국은 희토류 자원이 풍부할 뿐 아니라, 낮은 인건비와 환경 규제가 느슨한 점을 활용해 빠르게 생산량을 늘렸다. 1990년대 후반부터 중국은 본격적으로 희토류를 전략 자원으로 인식하고, 수출을 늘리는 한편 해외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중국은 단순히 채굴에서 그치지 않고 정제 및 가공 능력까지 강화했다는 것이다. 희토류는 채굴보다 정제 및 분리 과정이 기술적으로 훨씬 어렵고 환경 오염 가능성도 높다. 이 복잡한 과정을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은 외주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조정했고, 그 틈을 중국이 파고든 것이다.

2000년대 초반, 중국은 희토류 생산의 90% 이상을 차지하며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게 되었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는 값싼 중국산 희토류에 의존하게 되었고, 자국 내 생산시설은 점차 사라졌다. 2010년에는 중국이 일본과의 외교 갈등 이후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면서 세계는 희토류 공급망의 불안정성에 직면하게 되었다.
3) 미국의 전략적 실수

미국이 희토류 분야에서 주도권을 상실하게 된 데에는 몇 가지 전략적 실수가 있었다. 첫째, 환경 규제의 강화로 인한 생산 단가 상승이 주요 원인이었다. 물론 환경 보호는 중요하지만, 중국처럼 규제가 느슨한 국가와 경쟁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지 않은 채 생산을 중단한 것은 결과적으로 자급 능력을 약화시켰다.

둘째, 기술 이전과 글로벌 공급망 의존도 역시 문제였다. 미국은 희토류의 정제와 가공 기술을 점차 외부에 의존했으며, 이는 중국이 희토류 공급망의 상하단을 모두 장악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또한 미국 기업들이 단기 수익에 집중하면서 장기적인 공급 안정성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던 것도 한계로 작용했다.


셋째, 정부 차원의 전략 부재도 컸다. 중국은 국가 계획 하에 희토류 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했지만, 미국은 민간 기업에 의존하면서 시장 논리에 맡긴 측면이 강했다. 결과적으로 희토류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식하는 데 늦었고, 대응도 후발적이었다.

4) 현재의 대응과 재도약 시도
희토류의 전략적 중요성이 점점 커지면서 미국도 최근에는 자국 내 생산과 가공 역량 회복에 나서고 있다. 마운틴 패스 광산은 2017년에 채굴을 재개했고, 미국 국방부와 에너지부는 희토류 관련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또한, 호주, 캐나다 등 우방국과의 협력을 통해 공급망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는 2021년부터 ‘공급망 강화 계획’을 통해 희토류를 포함한 전략 자원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노력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희토류 가공 설비에 대한 연방 정부 지원, 민간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연구 개발 투자 등이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은 정제 및 가공 기술에서 중국에 뒤처져 있으며, 관련 인프라 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중국은 여전히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희토류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5) 희토류를 둘러싼 글로벌 지정학

희토류는 단순한 원재료를 넘어, 글로벌 패권 경쟁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희토류는 군사, 통신, 에너지 등 핵심 산업의 안정성과 직결된다. 최근에는 유럽연합과 일본도 자국 내 희토류 확보에 나서며 세계적으로 '자원 안보'가 새로운 국가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희토류의 환경적·윤리적 채굴 문제도 국제사회에서 주목받고 있다. 중국 일부 지역에서는 불법 채굴로 인한 생태 파괴와 인권 침해 문제가 제기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은 지속가능한 채굴과 공정한 공급망 확보를 위한 기준 마련에 나서고 있다.

6) 결론
한때 세계를 주도했던 미국의 희토류 산업은 정책 부재와 시장 논리, 환경 규제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중국에 주도권을 내주게 되었다. 현재는 자국 내 생산 재개와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로 반전을 시도하고 있으나, 단기간 내 회복은 쉽지 않다.
앞으로 희토류는 자원 전쟁의 새로운 전선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이 분야에서 다시 전략적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비전과 국제 협력, 기술 혁신, 그리고 환경적 지속가능성까지 고려한 종합적 접근이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