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마련하고 나서부터 나는 조금씩 개인파산과 면책이라는 것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때까지도 사실 파산과 면책이 정확히 무엇인지 몰랐다.
그저 빚이 너무 많고, 내가 그것을 갚을 능력이 없다면 어떤 방법을 통해 채무를 정리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인터넷을 찾아봤다.
검색하고 또 검색했다.
그런데 인터넷에는 정보가 너무 많았다.
누구는 개인파산을 이야기했고, 누구는 개인회생을 이야기했다.
어떤 글에서는 면책이라는 말을 했고, 또 어떤 글에서는 파산선고라는 말을 했다.
나는 그 둘의 차이도 제대로 몰랐다.
그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한번 알아보기로 했다.
☎️ 법률구조공단에 전화를 걸었다
처음에는 내가 직접 법률구조공단에 전화를 걸었다.
중앙 안내를 통해 내 사정을 설명했고, 서울 쪽 기관으로 연결받았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서초동이었다.
병원에 있는 내가 서초동까지 가는 일 자체가 쉽지는 않았다.
그래도 갔다.
그때 내 마음에는 조금 기대가 있었다.
혹시 여기서 방법을 알려주지 않을까.
혹시 내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었다.
그런데 상담을 시작하면서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처음 질문은 단순했다.
“빚을 왜 지게 되셨습니까?”
나는 있는 그대로 말했다.
빚을 졌고,
왜 졌느냐고 물으니
주식으로 손실을 봤다고 했다.
그게 사실이었으니까.
그런데 내가 주식 이야기를 꺼내자 상담 과정에서 이런 설명을 들었다.
“주식 손실의 경우에는 면책이 어렵습니다.”
그리고
“5년 후에 다시 오세요.”
그 말을 듣고 돌아왔다.
허탈했다.
나는 법률적인 것은 잘 몰랐지만, 그래도 내가 찾아간 곳에서 뭔가 방법을 알려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가장 먼저 꺼낸 ‘주식’이라는 단어 하나가 오히려 문을 닫아버린 것처럼 느껴졌다.
🔎 그래도 포기하지는 않았다
그때부터 나는 다시 인터넷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ChatGPT와 제미나이를 만나게 됐다.
지금처럼 AI가 모든 것을 능숙하게 알려주던 때도 아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의 Ai도 상당히 초보였다.
나도 초보였고,
Ai도 초보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게 도움이 됐다.
나는 궁금한 것을 계속 물었다.
파산은 무엇인지.
면책은 무엇인지.
어떻게 신청하는지.
어떤 서류가 필요한지.
주식으로 돈을 잃은 경우에는 어떻게 되는지.
하나를 물어보면 또 궁금한 것이 생겼고,
그걸 다시 물어봤다.
혼자 책상 앞에 앉아서 검색하는 것과는 조금 달랐다.
누군가에게 계속 물어볼 수 있다는 것이 생각보다 컸다.
그렇게 조금씩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쩌면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 두 번째 법률구조공단
그래서 다시 한번 법률구조공단을 찾아갔다.
그런데 이번에는 첫 번째보다 더 허무했다.
두 번째 방문에서는 제대로 말도 붙여보지 못하고 거절당했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첫 번째 상담 기록이 그대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에 이야기했던 내용이 기록으로 남아 있었고,
나는 다시 그 기록 앞에서 막혔다.
처음에는 그래도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갔는데,
그 문 앞에서 다시 돌아 나오게 되니까 마음이 상당히 무거웠다.
“이제 그만해야 하나?”
그런 생각도 들었다.
몸도 제대로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병원 생활을 하고 있었고,
빚 문제까지 혼자 끌어안고 있었다.
법률구조공단에서도 도움을 받지 못했다.
그렇다고 내가 법을 잘 아는 것도 아니었다.
누가 옆에서 서류를 대신 작성해 주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병원에 있는 내가 노트북 하나를 붙잡고 인터넷을 뒤지고 있었다.

그때는 정말 막막했다.
💻 그런데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확히 언제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어떤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냥 어느 순간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 혼자 해보자.”
그게 전부였다.
법률구조공단에서 안 된다고 했으니까 포기하자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그럼 내가 한번 해보지 뭐.”
그런 마음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의 나는 대단한 결심을 한 것도 아니었다.
법률지식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파산절차를 제대로 알고 있었던 것도 아니고,
법원에 가본 경험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냥 더 이상 누군가가 해주기를 기다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시작했다.
노트북을 켰다.
검색했다.
물어봤다.
그리고 하나씩 적었다.
❌ 그런데 첫 번째부터 틀렸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 웃긴 이야기지만,
나는 처음부터 제대로 알고 시작한 것이 아니었다.
파산과 면책이 어떤 관계에 있는지조차 제대로 몰랐다.
그래서 나는 파산과 면책을 각각 따로 신청했다.
지금 생각하면 황당한 일이지만,
그때의 나는 정말 몰랐다.
그냥 화면에 있는 것을 보고,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하나씩 신청했다.
그리고 결국 그 문제를 처음 변호사에게 지적받았다.
그때 들었던 말은 지금도 기억난다.
“그것도 모르면서 신청을 해요?”
그리고
“빨리 취소하세요.”
솔직히 말하면 창피했다.
내가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덤볐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시작했나 싶기도 했다.
‘역시 나는 안 되는 건가.’
그런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때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았다.
🔄 몰랐으니까 틀렸고, 틀렸으니까 다시 배웠다
돌이켜보면 내가 파산절차를 밟으면서 가장 많이 했던 일이 바로 이것이었다.
틀리는 것.
잘못 알고 있으면 다시 찾아봤다.
서류가 이상하면 다시 봤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돈의 흐름이 있으면 통장을 다시 뒤졌다.
예전에 했던 거래가 생각나지 않으면 다시 확인했다.
내가 쓴 내용과 실제 거래내역이 다르면 다시 들여다봤다.
처음에는 그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
왜 내가 이런 것까지 해야 하나 싶었다.
그런데 하나씩 하다 보니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어디에서 돈을 벌었고,
어디에서 돈을 썼고,
어디에서 돈을 잃었는지.
그리고 결국 내가 왜 지금 이 병원에 누워서
내 빚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는지
조금씩 알게 되었다.
파산 신청서를 작성한다는 것은 단순히 서류 몇 장을 작성하는 일이 아니었다.
내가 살아온 시간을 다시 뒤지는 일이었다.
📂 그때부터 진짜 파산이 시작됐다
첫 번째 실수를 하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제대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파산과 면책이 무엇인지,
법원은 무엇을 보는지,
파산관재인은 무엇을 조사하는지,
내 과거 금융거래는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를 나 자신부터 제대로 설명할 수 있어야 했다.
처음에는 주식 손실이라는 한마디로 모든 것을 설명하려 했다.
하지만 실제 삶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돈이 들어온 과정이 있었고,
돈이 나간 과정이 있었고,
그 사이에 여러 가지 일이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것과 통장에 남아 있는 기록도 다시 비교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한 내 과거를 다시 만나게 됐다.
🌱 파산은 빚만 들여다보는 일이 아니었다
어쩌면 그때부터였는지도 모른다.
파산은 빚을 정리하기 위해 시작했지만, 결국 내가 살아온 시간을 다시 들여다보는 일이 되어버렸다.
나는 노트북 앞에 앉아서 하나씩 적었다.
그리고 계속 물었다.
“이건 어떻게 해야 하지?”
그 질문에 답을 찾으면서 한 걸음씩 앞으로 갔다.
그때는 몰랐다.
그 작은 노트북 앞에서 시작한 일이
몇 달 뒤 법원으로 이어지고,
파산관재인을 만나고,
채권자집회에 나가고,
마지막에는 판사 앞에서 내가 살아온 시간과 돈의 흐름을 설명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리고 훗날 법원에서 면책결정이라는 결과를 받게 될 줄도 몰랐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아직 멀리 있었다.
그때의 나는 그저,
노트북 하나를 켜놓고 다시 시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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