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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뒤, 다시 살아가기

6부. 면책결정을 받았는데, 이제 무엇을 해야 하지?

by honeypig66 2026. 10. 10.

그런데 면책결정을 받고 나서도 끝난 것은 아니었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결정이었다.

 

2026년 9월 23일, 법원은 나에게 면책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막상 그 순간이 지나고 나니 오히려 현실적인 질문들이 남았다.

 

면책결정과 면책확정은 무엇이 다른가.
면책확정증명원은 언제 받을 수 있는가.

 

그리고 이제 내가 실제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파산을 신청할 때도 그랬지만,
끝났다고 생각한 뒤에야 비로소 보이는 일들이 있었다.

⚖️ 긴 시간을 기다린 끝에 마주한 한 장의 결정문. 🔗 출처: Pexels — A Person Writing on White Paper, RDNE Stock project

 

 

 

그런데 이상했다.

기쁘다고 해야 할지, 안도했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그냥 허탈하다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었다.

아마도 그동안 너무 많은 일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파산을 신청했고,

법원에 서류를 제출했고,

파산관재인의 조사를 받았고,

법정에도 출석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가 가진 돈과 빚의 흐름을 다시 들여다봐야 했다.

어디에서 돈을 빌렸는지,

그 돈을 어디에 사용했는지,

누구에게 돈을 갚았는지,

💰 빌리고, 갚고, 잃었던 돈의 흐름을 다시 하나씩 들여다봤다. 🔗 출처: Pexels — A Close-Up Shot of an Agent Pointing Rates with a Ballpoint, RDNE Stock project

 

왜 그런 상황까지 오게 되었는지.

내가 지나온 시간을 다시 펼쳐놓는 것 같았다.

 


면책결정과 면책확정은 달랐다

처음에는 나도 면책결정을 받으면 그날 모든 것이 끝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내가 받은 결정문에는 면책결정이 확정되는 절차가 남아 있다는 내용이 안내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그날 내가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면책결정을 받았다.”

였다.

 

아직

“면책이 확정됐다.”

고 말할 단계는 아니었다.

 

이 차이는 생각보다 중요했다.

나는 이제 면책이 확정되었는지를 확인해야 했고, 이후 필요한 서류도 발급받아야 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면책확정증명원이었다.

처음 개인파산을 알아볼 때만 해도 이런 서류의 이름조차 몰랐다.

그런데 이제는 내가 직접 하나씩 확인해야 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개인파산을 신청하면 돈이 거의 들지 않을 줄 알았다

4부에서 썼던 것처럼, 나 역시 개인파산을 신청하면 돈이 거의 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는 그 정도에서 끝날 줄 알았다.

그런데 또 하나의 큰 산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에는 약 700만 원이었다.

 

이 돈이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먼저 설명해야 할 것 같다.

나는 모카드에서 카드론으로 3천만 원을 빌렸다.

그 가운데 1천만 원은 동생에게 빌렸던 돈을 갚는 데 사용했다.

그런데 다른 채권자들에게는 갚지 못한 상태에서 한 사람에게 먼저 돈을 갚은 것이 문제가 됐다.

결국 그 1천만 원의 약 3분의 2를 다시 내놓고, 채권자들과 화해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정리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마련해야 했던 돈이 약 700만 원이었다.

쉽게 말하면,

그 돈은 채권자들에게 지급하기 위해 마련해야 했던 돈이었다.

 

처음에는 나도 이 돈을 흔히 알려진 표현대로 ‘파산관재인 예납금’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내 사건의 과정을 다시 정리해보니, 당시 법정에서 판사가 표현했던 ‘화해 대금’과 관련된 돈으로 기록하는 것이 더 정확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파산이라고 해서 단순히 서류를 내고 결과만 기다리는 과정은 아니었다.

 

내가 과거에 어떻게 돈을 빌렸고,

어떻게 사용했고,

누구에게 돈을 갚았고,

그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까지 들여다보는 과정이었다.

 

그때 나는 처음 알았다.

파산은 단순히 빚을 없애달라고 요청하는 절차가 아니었다.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내가 잃은 것은 단순히 투자금이 아니었다

여기에서 한 가지는 분명하게 해두고 싶다.

내 파산을 단순히 “주식으로 돈을 잃어서 생긴 일”이라고 설명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잃은 것은 단순히 투자금이 아니었다.

퇴직금도 있었고, 월급에서 조금씩 떼어 모은 돈도 있었다.

강의를 다니며 받은 강의료도 모았고, 술을 끊고 사람 만나는 일을 줄이며 아껴 둔 돈도 있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 하나씩 쌓아온 돈이었다.

그렇게 모은 돈을 주식으로 대부분 잃었다.

그 뒤에도 어떻게든 상황을 되돌려 보려는 마음에 대출까지 이용하게 되었고, 결국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채무가 남았다.

그래서 내 파산은 단순히 ‘한 번의 투자 실패’로 설명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오랫동안 하나씩 모아온 것을 먼저 잃었고, 그 위에 빚이 더해지면서 결국 여기까지 오게 된 과정이었다.

그래서 법원에 제출한 서류를 작성하는 일은 단순한 행정절차가 아니었다.

내가 살아온 시간을 다시 들여다보는 일이었다.


 

그런데 면책결정을 받고 나니 또 다른 질문이 생겼다

“이제 나는 무엇을 해야 하지?”

면책결정을 받았다고 해서 그날부터 모든 것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돌아가는 것은 아니었다.

내게는 아직 정리해야 할 것들이 있었다.

면책이 확정되었는지를 확인해야 했고,

필요한 서류도 챙겨야 했고,

그동안 꼬여 있던 금융생활도 하나씩 정리해야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번에는 예전처럼 막막하지 않았다.

파산을 신청하기 전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어디에 물어봐야 하는지도 몰랐다.

무슨 서류가 필요한지도 몰랐다.

 

그런데 이제는 다르다.

나는 이미 한 번 그 과정을 지나왔다.

모르는 것은 찾아보고,

필요한 것은 물어보고,

하나씩 처리하면 된다.


빚이 정리된다고 삶이 자동으로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사실 면책결정을 받으면 아주 큰 해방감을 느낄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결정문을 받아보니 내 마음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다른 질문이었다.

 

“그래서 이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지?”

 

빚을 정리하는 방법은 법원이라는 제도가 알려줄 수 있다.

파산을 신청하는 방법도 있고,

면책을 받는 절차도 있다.

하지만 그 이후의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는 누가 대신 결정해주지 않는다.

 

얼마를 벌 것인지,

얼마를 쓸 것인지,

어떻게 돈을 관리할 것인지,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것은 이제 내 몫이다.

 

나는 한때 잃어버린 돈만 생각했다.

‘그때 주식을 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조금만 다르게 행동했더라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하지만 이제는 지나간 돈만 바라보고 살 수는 없다.

이미 지나간 돈은 돌아오지 않는다.

돌아오지 않는 시간을 계속 바라본다고 해서 내 삶이 앞으로 나아가는 것도 아니다.


파산을 신청하면서 내가 배운 것

파산을 신청하기 전에는 파산이라는 단어 자체가 무서웠다.

마치 인생의 끝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실제로 그 과정을 지나와 보니 파산은 끝이 아니었다.

물론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내가 살아온 시간을 설명해야 했다.

내가 잘못했던 부분도 숨길 수 없었다.

어떤 돈을 잃었는지,

어떤 빚을 졌는지,

누구에게 돈을 갚았는지,

왜 그렇게 되었는지까지 들여다봐야 했다.

때로는 다시 보고 싶지 않았던 내 모습을 서류 위에서 마주해야 했다.

 

그런데 그 과정을 지나면서 한 가지는 알게 됐다.

 

사람은 자기 인생의 실패를 인정한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

 

오히려 인정하고 나서야 다음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주식으로 돈을 잃었다.

빚도 졌다.

결국 개인파산을 신청했다.

그리고 법원에 내 삶을 설명했다.

쉽지 않았다.

하지만 도망치지 않고 끝까지 해봤다.

 

그리고 2026년 9월 23일,

법원은 내게 이렇게 결정했다.

⚖️ 긴 절차 끝에 법원의 판단이 내려진 순간. 🔗 출처: Pexels — Judge Signing on the Papers, KATRIN BOLOVTSOVA

 

“채무자를 면책한다.”


이제 다시 살아가는 일

돌이켜보면 내가 개인파산을 신청한 것은 단순히 빚을 없애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때의 나는 이미 삶의 여러 부분이 무너져 있었다.

 

18년 동안 신부로 살았다.

그 삶을 내려놓은 뒤 세상 밖으로 나왔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 두려워졌고,

삶이 흔들렸고,

결국 요양병원까지 오게 됐다.

그 과정에서 돈도 잃었고,

빚도 생겼다.

 

그래서 파산은 내 인생 전체가 아니었다.

파산은 그 무너진 삶에서 일어난 하나의 사건이었다.

그리고 이제 그 사건 하나를 정리했다.

 

하지만 삶은 계속된다.

아직 해야 할 일도 있고,

다시 배워야 할 것도 있고,

다시 살아가야 할 날도 많이 남아 있다.

 

파산을 신청하기 전의 나는

빚이 없어지면 내 삶도 다시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빚을 정리하는 것은 삶의 한 문제를 정리하는 일일 뿐이다.

그 이후에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지는 또 다른 문제다.

 

그리고 그 문제에는 법원도,

변호사도,

누구도 대신 답을 써줄 수 없다.

그 답은 내가 살아가면서 써야 한다.

📂 법원의 절차가 끝난 뒤, 앞으로의 삶은 결국 내가 만들어가야 했다. 🔗 출처: Pexels — A Man Showing a Document, RDNE Stock project

 


파산 이야기는 여기서 끝내려고 한다

처음에는 단순한 질문 하나에서 시작했다.

 

“그럼 내 빚은 어떻게 되는 걸까?”

 

그 질문 하나 때문에 개인파산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몰랐다.

잘못 알고 신청했고,

거절도 당했고,

다시 공부했다.

서류를 만들고,

법원에 제출하고,

관재인의 조사를 받고,

법정에 출석했다.

때로는 돈을 마련해야 했고,

때로는 내 과거를 다시 들여다봐야 했다.

그리고 마침내 법원에서

“채무자를 면책한다.”

라는 결정을 받았다.

 

돌이켜보면 이 여섯 편의 글은 단순히 개인파산 절차를 설명하는 글이 아니었다.

내가 어떻게 돈을 잃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내가 어떻게 빚을 지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였고,

결국에는 무너진 내 삶을 어떻게 다시 바라보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래서 이제 이 이야기는 여기에서 닫으려고 한다.

 

파산은 내 인생의 마지막 장이 아니었다.

 

그저 한 번 무너졌던 삶에서

다시 앞으로 걸어가기 위해

지나온 한 장면이었다.

🌅 파산이라는 한 장면을 지나, 다시 살아가는 길로. 🔗 출처: Pexels — Photo of Road during Sunrise, Scott Webb

 

그리고 이제,

남은 것은 다시 살아가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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