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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뒤, 다시 살아가기

요양병원 807호의 하루: 새벽 5시 15분부터 밤 9시까지

by honeypig66 2026. 10. 7.

요양병원에서 지내다 보면 하루가 아주 단순해집니다.

몇 시에 일어나고, 몇 시에 밥을 먹고,

몇 시에 재활을 하고, 언제 잠자리에 드는지.

처음에는 그 시간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오래 지내다 보면 오히려 그 반복되는 시간이 하루를 붙잡아주는 힘이 되기도 합니다.

제가 지내고 있는 807호의 하루도 그렇게 흘러갑니다.

 

물론 아래의 시간표는 제가 지내고 있는 병원 기준의 일과이고,

병원마다 시간과 방식은 다를 수 있습니다.


새벽 5시 15분, 하루가 시작되는 시간

새벽 5시 15분쯤이면 간호사 선생님들이 병실로 들어옵니다.

혈압을 체크하기 위해서입니다.

아직 바깥은 어둡고, 병실 안에는 잠든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문이 열리고 불이 환하게 켜집니다.

순간 병실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눈을 뜹니다.

누군가는 몸을 뒤척이고, 누군가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끌어올립니다.

 

저도 잠에서 깹니다.

혈압을 재고 나면 간호사 선생님들은 다시 나갑니다.

불도 다시 꺼지고, 병실은 다시 조용해집니다.

 

그러면 우리는 또 잠을 청합니다.

새벽 5시 15분, 잠에서 깨어났다가 다시 잠을 청하는 시간 — 사진: 직접 촬영

하루가 시작된 것 같으면서도 아직 하루가 시작되지 않은 묘한 시간입니다.


6시 50분, 다시 불이 켜진다

그러다 6시 50분쯤이면 다시 점등합니다.

이번에는 정말 하루를 시작해야 할 시간입니다.

어둠 속에 있던 병실에 불이 켜지고, 사람들의 움직임이 조금씩 시작됩니다.

창밖으로는 아침빛이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요양병원에서 맞는 아침은 특별할 것이 없습니다.

그저 어제와 비슷하고, 또 그 전날과도 비슷합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게 참 다행스러운 일인지도 모릅니다.

 

어제와 같은 아침이 다시 왔다는 것.

오늘도 눈을 떴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하루는 이미 시작되고 있으니까요.

요양병원에서 맞는 아침, 하루가 다시 시작되는 시간 — 직접 촬영

 


7시 20분, 아침 식사

7시 20분쯤이면 아침 식사가 나옵니다.

병원에서의 식사는 아주 특별하지 않습니다.

 

정해진 시간에 식사가 나오고,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밥을 먹습니다.

그리고 식사가 끝나면 다시 각자의 하루로 돌아갑니다.

 

누군가는 약을 먹고 쉬고,
누군가는 텔레비전을 보고,
누군가는 재활을 준비합니다.

 

저도 그렇게 하루를 시작합니다.


8시 30분, 재활이 시작된다

8시 30분부터는 재활이 시작됩니다.

다만 모든 사람이 같은 시간에 시작하는 것은 아닙니다.

환자마다 정해진 시간이 다르고, 치료 내용도 조금씩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운동치료를 받고,
어떤 사람은 보행 훈련을 하고,
어떤 사람은 기구를 이용해 몸을 움직입니다.

재활실에 가면 휠체어들이 줄지어 있고, 치료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 모습이 낯설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너무 익숙한 풍경입니다.

휠체어도, 워커도, 치료용 침대도, 운동기구도 모두 이곳에서는 일상의 일부입니다.

 

저 역시 이곳에서 몸을 움직입니다.

매일 다시 몸을 움직이는 곳, 내가 재활을 이어가는 재활실 — 직접 촬영

조금씩이라도 몸을 움직이고,
어제보다 오늘 한 걸음 더 나아가려고 합니다.

 


재활이 끝나면 다시 나만의 시간이 온다

오전 재활이 끝나면 잠시 개인적인 시간이 생깁니다.

이 시간에는 특별히 정해진 것이 없습니다.

 

텔레비전을 보는 사람도 있고,
휴대전화를 보는 사람도 있고,
잠을 자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는 글을 쓰거나 인터넷을 보기도 합니다.

병원 생활이라고 해서 하루 종일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며 지내는 것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내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가 중요해집니다.


12시 20분, 다시 점심

12시 20분이면 점심 식사 시간입니다.

아침을 먹은 것이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점심입니다.

 

요양병원의 하루는 이렇게 흘러갑니다.

먹고,
움직이고,
쉬고,
다시 먹고,
다시 움직입니다.

아주 단순한 생활입니다.

정해진 시간에 먹고, 다시 하루를 이어가는 병원 식사 — 사진: 직접 촬영

하지만 그 단순함 속에서 몸은 조금씩 회복되고 있습니다.


오후 1시 30분부터 3시까지

오후에는 1시 30분부터 다시 재활이 시작됩니다.

3시까지 이어지는 오후 재활입니다.

 

오전보다 몸이 조금 무거울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다시 움직입니다.

재활이라는 것이 그렇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몸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오늘도 하고
내일도 하고
그다음 날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예전에는 할 수 없었던 동작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저에게도 그런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5시 20분, 저녁 식사

오후 시간이 지나고 5시 20분이면 저녁 식사가 나옵니다.

하루가 벌써 많이 지나간 것입니다.

 

저녁을 먹고 나면 병원 안은 다시 조금 한가해집니다.

이때부터는 각자의 시간이 시작됩니다.

텔레비전을 보는 사람도 있고,
휴대전화를 보는 사람도 있고,
그냥 쉬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는 이 시간에 가끔 동네를 한 바퀴 돕니다.

그리고 다시 병원으로 돌아와 2층 재활실에서 개인적으로 몸을 움직입니다.

저녁이면 잠시 병원 밖을 걸으며 하루의 마지막 재활을 이어갑니다 — 사진: 직접 촬영

누가 시켜서 하는 재활이 아니라,
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하는 시간입니다.


저녁 7시 30분, 하루가 조금씩 끝나간다

7시 30분쯤이면 다시 병실로 올라옵니다.

샤워를 하고 잠자리를 준비합니다.

텔레비전을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루 종일 움직였던 몸을 쉬게 하는 시간입니다.

병실 안도 점점 조용해집니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줄어들고,
텔레비전 소리만 작게 들립니다.

 

저도 하루를 정리합니다.

오늘 무엇을 했는지 특별히 생각하지 않아도 됩니다.

아침에 눈을 떴고,
밥을 먹었고,
재활을 했고,
걸었고,
다시 병실로 돌아왔습니다.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밤 9시, 소등

그리고 밤 9시.

소등합니다.

 

병실이 어두워집니다.

오늘 하루도 끝난 것입니다.

밤 9시, 다시 어둠이 찾아오고 하루가 끝납니다 — 사진: 직접 촬영

내일이면 다시 새벽 5시 15분에 혈압을 재러 간호사 선생님이 들어올 것이고,

6시 50분이면 다시 불이 켜질 것입니다.

7시 20분이면 아침을 먹고,

8시 30분부터는 다시 재활을 시작할 것입니다.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하루가 또 시작될 것입니다.


요양병원의 하루를 시간으로 정리하면

시간일과
05:15 간호사 혈압 체크
06:50 점등, 기상
07:20 아침 식사
08:30~ 오전 재활 시작 ※ 개인별 시간 다름
12:20 점심 식사
13:30~15:00 오후 재활
17:20 저녁 식사
19:30경 샤워, 잠자리 준비
21:00 소등

평범한 하루가 가장 중요하다

요양병원에서 오래 지내다 보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하루가 많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지루한 하루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저에게는 생각이 조금 다릅니다.

 

아무 일 없이 지나간 하루가 오히려 가장 고마운 하루일 때가 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밥을 먹고,

재활을 하고,

잠깐 걷고,

사람들과 마주치고,

다시 병실로 돌아와 잠자리에 드는 것.

 

이렇게 하루를 하나씩 보내는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사람은 아주 거창한 일로만 살아가는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어쩌면 삶이라는 것은

매일 반복되는 평범한 하루를 하나씩 건너가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저는 지금 807호에서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특별할 것 없는 하루.

하지만 살아 있는 사람이 맞이할 수 있는 하루입니다.

 

그리고 내일 아침 5시 15분이 되면,

또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와 혈압을 잴 것입니다.

 

불이 켜지고,

사람들이 하나둘 눈을 뜨고,

다시 하루가 시작될 것입니다.

 

그렇게 오늘도 한 하루를 살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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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18년 신부였던 내가 요양원에 들어가게 된 이유
공황장애와 파산, 그리고 무너진 삶 끝에서 다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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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회복은 완치가 아니라 동행이었다
완전히 나은 것은 아니지만, 다시 살아가기로 마음먹기까지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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